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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는 원래 글자 사용법이지만, 그 행위를 중심에 놓고 본다면, 사물로 하는 타이포그래피도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는 더이상 글자 사용 유무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글자가 유일한 재료였던 타이포그래피는 이제 그림, 사진, 기호, 움직임, 소리 등 모든 것을 재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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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 박우혁 (2019 타이포잔치 예술감독)

일상의실천 팀이 만든 '감정조명기구' 앞에 서면, 표정을 인식해 이모지로 '내 상태'를 보여준다. 누구나 손에 모바일 폰을 쥐고 사는 시대에 기호 언어는 더이상 낯선 문자가 아니다. 대중들은 그렇듯 스스로 타이포그래피의 핵심인 '분해와 조립'을 하며 활발히 대화 중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열리는 한국, 올해로 6회를 맞이한 <타이포잔치>의 예술감독을 맡은 진달래 & 박우혁은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을 주제로 5팀의 큐레이터와 더불어 6개의 관점을 제시한다. 11월 3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무료로 열리는 잔치에는 한국, 호주, 핀란드, 프랑스 등 22개국 127팀의 작가가 참여해 193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하는 다채로운 형식도 흥미롭다.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 초입에 설치된 55인치 TV를 통해 벌어지는 뉴미디어 프로젝트는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공유하는 소통 채널 역할도 한다. 타이포잔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연결한 '이것저것'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인스타그래머블한 뉴미디어 프로젝트로서 '오늘, 지금, 현재'에 주목하는 세대의 특징을 포착한다. SNS로 소통하는 밀레니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한글날 주간에 한글이 쓰인 옷을 입고 방문 시 SNS에 인증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타이포잔치 SNS에서는 잡동사니 섹션을 재현하는 '내가 가진 사물과 타이포그래피', '타이포잔치 오행시' 등을 진행한다.

new media project

2019 타이포잔치, 타이포그래피와 사물 + 6개의 관점 섹션 전시

#만화경 Kaleidoscopes : 분해하고 조립하는 사물 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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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박찬신과 7개국 13팀 작가들이 드로잉, 사진, 영상 등의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만화경 속의 색 조각들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색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타이포그래피도 몇 개의 ㄱ, ㄴ, ㄷ 이나 a, b, c 등의 알파벳을 움직여 다양한 모양을 만든다. 글자들을 조립해 매번 다른 모양을 만들어 내듯, 만화경은 도형, 물건, 동식물, 소리, 동작 등 글자가 아닌 사물로 하는 타이포그래피를 탐구한다.

 

#다면체 Polyhedrons : 사물의 모양을 빌린 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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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모양의 글자, 연기처럼 흩어지는 글자,. 반짝이고 매끈한 글자 등 다양한 얼굴의 글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어가 문자가 되거나, 글자가 구체적인 대상으로 변신하는 사물화의 과정과 결과를 관찰한다. 또, 사물의 형태, 차원, 상태, 구조, 성질 등이 반영된 글자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한국 작가 17개 팀이 참여한다.

 

#시계 Clocks : 한 개의 사물과 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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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 분, 시로 분해하고 조립하는 기계장치이며, 시계 본체의 입체적 형태와 숫자나 눈금과 같은 평면적인 문자 정보가 결합된 흥미로운 사물인 시계의 특성은 타이포그래피적이다. 이 섹션에서는 시계라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작업자들의 시각을 통한 해석을 보여준다. 해외 작가 14개 팀이 참여한다.

 

#모서리 Corners : 사물과 타이포그래피의 여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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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디자이너 15인이 3개 팀으로 나누어 전시장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전시가 펼쳐지는 모서리 섹션은, 면과 면이 만나는 교차점이면서 새로운 변화의 지점이라는 '모서리'의 의미를 연장시키는 실험적인 형식으로 펼쳐진다. 주기적으로 설치되는 부수적인 전시 부스들은 개성있는 활동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이 크게 세 주기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잡동사니 Sundries :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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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표지판에서 필통 속의 문구류까지, 우리 생활 속 어디에나 글자들이 있다. 잡동사니 섹션에서는 옛날 활자, 타이포그래피 도구, 글자 모양의 가구와 장난감, 비누, 학습 및 놀이 도구 등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분류한다. 가장 직관적으로 사물과 타이포그래피의 예들을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새로운 물건을 기획하고 제작한 결과물들도 전시한다.

 

#식물들 Plants : 순환의 사물, 순환의 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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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자가 모여 낱말로, 낱말이 모여 글줄로, 글줄이 모여 글이 되듯, 식물들 섹션에서는 작은 조각이 다음의 큰 조각, 더 큰 조각으로 이어지는 타이포그래피의 순환 구조와 그것을 그대로 닮은 자연의 순환을 병치해 탐구한다. 특히 순환의 구조가 두드러지는 한글을 중심으로 라틴, 키릴, 아랍, 타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 활자들을 수집해 '풍경'을 연출한다. 아홉 가지 다양한 글자들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는 '활자의 숲'은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 어우러진다. 이 공간에서는 특별히 타입 디자인의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베리어블 폰트를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전시한다. 베리어블 폰트는 하나의 폰트 파일에 굵기, 너비, 시각적 등 사용자가 조절 가능한 축이 내재해서 원하는 값을 조정해 사용할 수 있는 진화된 폰트 형식이다. 타입 디자이너들이 한글로 그려본 '베리어블 타입 쇼(Variable Type Show)'는 한글 목판 인쇄물의 글자들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