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숲 속의 요정’이라고 비유되는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菌)류에 속한다.
서서히 주변을 잠식해나가는 균사는 조용하지만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생장과 분해 과정의 한 단계인 버섯을 피워낸다. 셀 수 없이 수 많은 균사가 엉켜 만들어낸 버섯은
내게 증식의 이미지이며 그 결실이다. 장소와 시간을 넘어 어디든지 존재하는 균사, 버섯들과 같이
나의 장신구도 조용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증식해간다.” _작가의 말

 

WRITE 박나리(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PHOTOGRAPH 이주연 VIDEO 황승헌(매거진 아트마인 영상 매니저)

점토, 폴리머 클레이, 에나멜 페인트, 정은 등 다양한 공정을 요하는 김희앙 작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의 인사동 작업실에서 보낸다. 정교한 과정을 요하지만, '증식'을 모티프로 한 버섯 장신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
점토, 폴리머 클레이, 에나멜 페인트, 정은 등 다양한 공정을 요하는 김희앙 작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의 인사동 작업실에서 보낸다. 정교한 과정을 요하지만, '증식'을 모티프로 한 버섯 장신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

진 보라 갓을 쓴 화려한 송이버섯, 가는 견사 자락을 늘어뜨린 버섯 대, 얇은 점토를 펼쳐 붙여 완성한 야생 버섯군집이 흥미롭다. 자연에서 무한 증식하는 균사(菌絲)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한 장신구 작품에 오래 시선이 머무는 데에는 ‘보색대비’의 컬러조합이 한 몫 한다. 작품의 주 재료인 폴리머클레이에 아크릴 물감을 배합한 주재료의 색상은 강렬한 원색의 레드와 옐로부터 파스텔 톤, 반짝이는 실버까지 다채로운 컬러 스펙트럼이 특징이다. 무엇을 만들었는지 극명한 구상 작품이나 의외의 컬러조합이 주는 의외의 요소가 작품에 위트를 더하는 셈이다. 작품 전체에 드러나는 경쾌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Proliferation 21, 7.8x10x6.2cm, 2016, Casting, Hand-building
Proliferation 21, 7.8x10x6.2cm, 2016, Casting, Hand-building
Cluster 6, 6.3x14.1x5cm, 2018, Casting, Hand-building
Cluster 6, 6.3x14.1x5cm, 2018, Casting, Hand-building

버섯의 증식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김희앙 작가는 공예에서도 주얼리 부분에서 최근 몇 년 새 놀라운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과를 졸업한 2015년, 대만에서 열린 국제금속공예공모전 ‘퀄러티 어워즈(Quality Award)’ 수상, 독일 뮌헨 BKV-Prize 2015 for Young Applied Arts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이후 매년 해외 유수의 공예 관련 아트페어에 작품을 소개해왔다. 특히 장신구 작가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라는 파리 메종 & 오브제(2016), V&A 뮤지엄(2017), 시카고 SOFA 아트페어(2018)에 연달아 참가하며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증식’이란 모티프처럼, 필모그래피 또한 넓고 깊게 뻗어가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 아원에서 열린 첫 개인전 <포착된 순간(Captured moments)>은 예술성을 강조하는 현대장신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중과 교감하는 자리였다. “김희앙 작가는 증식이라는 버섯 특유의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생장 과정, 포자를 뿌리는 주름살의 반복적 구조와 결에서 드러나는 율동감 등을 새로운 몸을 통해 구체화한다. 식물과 동물 사이에서 ‘균류’라는 독립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버섯이라는 특이한 생물체가 우리에게 새롭게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속 공예의 대가 전용일 교수의 설명은 김희앙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군집을 이루는 오브제 피스를 작업이 인상적이에요. 버섯이나 솔방울 같은 모티프가 주얼리 소재로서 의외성을 주기도 하고요. 하나의 물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대신, 클레이, 에나멜, 플라스틱, 소재와 기법이 굉장히 다양해요. 마치 하나의종합예술이랄까요.
재료나 형태를 다양하게 쓰고 작업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구상적인 형태부터 추상적인 형태까지 다양하게 해보려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형태를 만들다가 우연한 기회에 산책하며 발견한 버섯을 보며 작업의 방향을 잡았죠. 제가 그 형태를 굉장히 귀여워하더라고요. 버섯의 주름살의 부들부들한 촉감도 그렇고요. 성장 과정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버섯을 식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균’과 같은 큰 곰팡이라는 거죠. 버섯은 식물과 동물 사이에서 ‘균류’라는 독립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굉장히 특이한 생명체에요. 피어나기 전 땅에 균사체라는 실 형태로 엄청나게 퍼져있다 알맞은 생장조건이 되면 그제야 꽃처럼 피어 오른다는 거죠. 균사가 퍼지는 영상도 찾아봤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주위 환경에 따라 색과 형태가 다른 것도 저로서는 새로웠고요. 인간은 한 개체에 불과하지만, 균사는 우리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큰 범위에 퍼져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듣고 보니 엄청난 생명력, 에너지의 응집이 연상되네요.
버섯이 피어나 포자를 뿌려 다시 다른 버섯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동물이 그것을 먹고 이동해 다른 데 뿌리죠. 분해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셈이에요. 버섯이 피어난 나무는 이미 죽었다고 본데요. 슬프지만 그 나무를 분해 시키면서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거름 역할을 하기도 하는 거죠. 균사가 피고 지면서 자연에서 하는 역할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개체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고요.

지난해 개인전 타이틀이기도 포착된 순간 증식 중인 상태, 에너지의 단면을 뜻하는 걸까요.
제가 작품에 표현하는 선은 균사가 뻗어져 나간 형태에서의 형태나 라인이라고 보시면 되요. 버섯으로 증식의 이미지를 작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증식이니까 작품이 크고 개수가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증식은 무언가 길에서 발견하는 어떤 장면처럼, 생명이 피어나고 있는 순간의 느낌이지 집단화 한 작업물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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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라는 유추 가능한 조형 작업을 하면서도, 완성품이 단순한모방 넘어 생기발랄한 율동감을 갖는 것은 아마도컬러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재료인 폴리머클레이의 발색이나 색감이 정말 뛰어나요.
작업 당시의 기분이 색상 선택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우울할 때는 회색, 갈색 같은 어두운 톤을 쓰고, 기분이 좋을 때는 형광, 노란색 같은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는 식이죠. 기본적으로 보색 대비를 좋아해요.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군집시리즈가 탄생했는지 궁금해요.
대학 시절부터 항상 ‘스크랩’을 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형태를 알 수 있다는 이유였어요. 졸업 논문 주제를 잡을 때 고민을 하면서 헤매기도 많이 했고··· 그때 제가 해왔던 스크랩을 살펴보니 ‘얼기설기 뭉쳐 자라는’ 생명체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걸 발견했죠.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큐멘터리나 자연도감 같은 자료 리서치가 수반 되야 같아요.
맞아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을 즐겨 봐요. 원래 TV를 시청하지 않는데, BBC Earth 를 시청하려고 케이블 채널까지 설치했을 정도죠. 자연도감이나 도판 이미지를 구매해놓고 기분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귀걸이, 목걸이, 부토니에 다양한 장신구를 만들지만 중에서도브로치작품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브로치 작품은 보통 어떻게 단계를 거쳐 완성 되나요.
우선 드로잉으로 초기 작업을 해요. 조형 작업을 하다 보면 자유롭게 선이 형태가 뻗어나가며 즉흥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사전에 그려보며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고 크기나 색상 배치도 미리 염두에 두죠. 컬러 같은 경우는 드로잉 단계에서 결정을 한 뒤 실제 제작 중 최대로 비슷하게 들어가요. 제 작품의 주된 재료가 폴리머 클레이인데,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다 보니 염색을 통해 기본 재료들을 대량으로 준비해둬야 해요. 접합을 통해 증식 이미지의 형태를 잡기 때문에 색상 별로 수 천장 모여있어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하루 7~10시간 정도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브로치 한 점을 완성하는데 평균 5~6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손이 빠른 편은 아닌데 집중해서 작업하면 그 정도 되더라고요.

손으로 형태를 만들기 전 머릿 속에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와 색조합을 드로잉한다. 기회가 된다면 드로잉과 장신구를 함께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손으로 형태를 만들기 전 머릿 속에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와 색조합을 드로잉한다. 기회가 된다면 드로잉과 장신구를 함께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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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치 외에도 오브제 피스에 대한 고민도 있을 같은데, 실재로는 어떤가요?
장신구 작가라면 당연히 갖는 화두고 실재로 큰 작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실재로 오브제처럼 걸어 놓기 위해 구매하는 분들도 있죠. 액자 안에 장신구를 담아 집에 거신 다고요. 갤러리 측에서 액자를 별도 제작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현재까지 브로치 네개 정도를 합친 크기의 목걸이가 가장 큰 작품인 것 같아요.

졸업 네덜란드마르치 갤러리(Marzee Gallery)’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 아트 주얼리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선보여왔어요. 졸업 작가로서 해외를 무대로 바쁘게 활동할 있다는 그만큼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방증이겠죠.
초기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작품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작품의 갈래가 지금은 좀 더 늘어났을 뿐 외국에 소개하는 작품 스타일은 비슷해요. 대체적으로 미국 컬렉터분들은 화려하고 큰 장신구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고요. V&A 뮤지엄, 시카고 SOFA, 스페인 주얼리 페어는 직접 방문해 관객들의 반응을 경험했어요. 즉석에서 작품에 대한 반응을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재미있더라고요. 재료를 예측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관련 설명만 천 번 정도는 하는 것 같아요(웃음). 플라스틱인지 종이인지, 필름지인지 소재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죠. 컬러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고요.

현재 해외에서 판매된 작품 공유해주실 만한 소장처로 어디가 있을까요?
장신구의 특성상 대부분이 개인 컬렉터 분들이고, 기관이라 한다면 2016년 프랑스 릴 지역의 장신구 디자인 작가들을 후원하는 ‘알리아지스 협회ALLIAGES organization’를 들 수 있어요. ‘군집’ 시리즈 초기 작품이 소장되어 있죠. 아직은 기관에서 보관 중이고 어떤 뮤지엄에 소장할 지는 협의 중이에요. 국내에서는 인사동 아원 공방과 리움 숍, 성북동에 위치한 수공예 주얼리숍 크래프트 하임(Craft Haim) 세 곳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아트마이닝 앱을 통해서도 작품을 검색 및 구매 가능)

인스타그램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그렇다 보니 DM으로 작품 구입 문의도 많이 받을 같아요.
재료가 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아요. 그 중에서 홍콩에 거주하는데, 작품을 너무 구매하고 싶어 하셨어요. 보통은 하지 않지만, 너무나 원하셔서 직거래로 전해 드린 적이 있어요. 보내드린 사진을 보시고 동그란 작은 브로치 2~3점을 보고 모두 구매하셨어요. 색상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요. 이런 특별한 케이스를 제하고는 대게 구매 가능한 갤러리나 매장을 소개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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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앙 작가의 작품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화려하고 생동하는 이미지는
주재료로 사용하 폴리머클레이에 의해 효과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성형 시에는 조형에 용이한 가소성을, 건조 후에는 적절한 강도와 함께
미세한 신축성을 유지하는 물질은 특별히 주름의 섬세한 세부와 율동감을
시각적으로는 물론 촉각적으로도 구현하고 있다.
장신구가 촉각적 대상으로도 기능한다는 점을 생각할 ,
신축성이 만드는 접촉시의 감흥은 작품의 중요한 측면이다.” _전용일, 국민대 교수

스스로가 작가라고 느꼈던, 작업의 확신을 들게 해준 순간이 있다면요.
‘아, 내가 진짜 작가가 됐구나’라고 생각했던 건 지난 2018년 갤러리 아원에서 연 개인전 <포착된 순간(Captured moments)> 때였던 것 같아요. 제 작품도, 취향도 계속 변해가는데 어느 순간 정리를 한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인전을 열었어요.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 등 그간의 작품 20점 정도를 망라했던 자리였는데, 그때를 계기로 새로운 작업을 뻗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고요.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착용했을 때를 고민하게 되요. 무게가 조금 있다 보니 기울거나 움직일 때 모양이 어떻게 나올지 신경 쓰여요. 브로치 같은 건 띄었을 때 혹시 떨어지지는 않을까 기능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되고요. 직접 착용하면서 보안하는데, 목걸이 같은 건 중간중간 수정이 가능해요. 무게중심이 안 맞으면 원하는 모양대로 딱 안착이 되야 하는데 사람들의 몸에 곡선이 많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향후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드로잉과 똑같이 만들어진 장신구를 원 작품과 함께 전시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주름살을 활용해 형태를 만들고 있는데, 실, 종이 등을 결합해 형태적으로도 기존과 다른 모양의 작업들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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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끝내면서  본인의 작품을 이해하는 도움이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누구나 좋은 걸 보면 기분이 화사하고 행복해지잖아요. 누구나 제 작업을 통해 그런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보는 것도, 착용해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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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ANG KIM | JEWERY ARTIST
버섯의 증식을 모티프로 다양한 장신구를 선보여온 작가다. 버섯으로부터 다채로운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장신구 연작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5년 대만 국제 금속공예 공모전 ‘퀄러티 어워즈(Quality Award)’ 수상을 필두로, 네덜란드 Marzee International Graduate Show(2015), 프랑스 메종 & 오브제(2016), 영국 V&A Museum(2017), 시카고 SOFA 아트페어(2018) 등을 거치며 단기간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버섯으로부터 다채로운 이미지를 끌어내는 김희앙의 장신구 연작은 화려한 색감 또한 인상적. 폴리머 클레이를 염색해 구현한 작가 만의 컬러 조합에는 위트가 넘친다. http://hee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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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김희앙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