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오토넬로(Giovanni Ottonello)  
유럽디자인학교(Istituto Europeo di Design, IE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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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전통 직물을 가지고 유럽디자인학교 학생 9인이 '여행'을 테마로 의복 디자인을 완성했다. <투 에토스>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조반니 오토넬로.

염색한 명주로 소매 주름을 잡은 로맨틱 블라우스, 줄무늬 춘포를 이어 붙여 완성한 패치워크 드레스, 전통 직물과 섬유 니트를 연결해 만든 셔츠···. 패션 강국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한국 전통 직물이 근사한 협업을 이뤘다. 지난 5 28일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열린 < 에토스(Two Ethos)>전을 통해서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KNUCH) 이탈리아 유럽디자인학교(IED)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직물이 해외 무대에서 어떻게 쓰이며 소통할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전통문화원과 유럽디자인학교 학생들이 흥미로운 답변을 들려줬다.
우리에게도 낯설게 느껴지는 전통 직물을 유럽인 시선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반니 오토넬로의 역할이 크다. 세계 패션 디자인 분야가협업을 희망하는 그는 아트, 패션, 건축 다양한 영역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공력이 상당한 인물. 이탈리아 제노아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박물관과 시노그래피(scenography)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패션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휴고 보스, 만다리나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명문 디자인 스쿨 IED 아트 디렉터로 일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 강의나 패션 위크 참석 등으로 1년에 75회나 비행기에 오른다 그의 스케줄은 빈틈없이 빼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패션, 디자인 분야가 그의 창조적인 감각과 철학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다.
때마침 전시 오프닝 준비로 한국을 찾은 조반니 오토넬로를 만났다.음악이 공간을 지배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인사동 오설록 매장에 들어선 뒤에야 비로소 편안해 보였다. “예전 상하이에서 묵던 호텔 옆방의 음악 소리가 너무 컸어요. 결국 다른 숙소로 옮겼죠. 시끄럽고 번잡한 공간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조반니가 작설차를 따르며 말했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블랙 계열 옷만 고집한다는 그는 패션과 장소, 음식 모든 것에 대한 취향이 분명한 천생 아트 디렉터였다.

 


 

브랜드 컨설턴트, 패션 디렉터, 푸드 크리에이터 다양한 분야의 직함을 갖고 있어요. 어떤 호칭으로 정의되길 원하는지요.
어머니도 제게 종종 묻곤 했죠. 네가 하는 일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정의해달라고요. 어느 날인가 우리 아들은 밀라노에서 살아요하시더라고요. 말로 모든 정의되는 같았어요. 제노아에서 태어나 17년째 밀라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가구 박람회, 패션 위크 창조적인 움직임을 주도하는 도시에 맞은 일을 한다고 보면 같아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자연스럽게 패션 분야에 발을 들였고, 음식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극장의 시노그래피 디자이너로 옮겨가며 여기까지 왔죠. 저는 다양한 업무가 가능한 인물이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있어요.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그렇다고 제가 비싼 아니에요. (웃음)
   
복합적인 인물(multiple person)이기 때문에 디자인, 전시 관계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나 싶어요. 자신을 매력적으로 피력하는 능통할 같고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 세상과 소통하려고 해요. 제가 작성한 이미지와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유입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기도 하죠. 정말 대단한 커뮤니케이션 툴이라고 생각해요.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큐레이션(curation)’ 감각을 요구하는 시대예요. 특히 아트, 디자인 분야는 넘쳐나는 작품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뭔가를 선택하는 확신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귀도 레니(Guido Reni) 베아트리체 첸치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면서 무릎에 힘이 빠지는 황홀경을 경험한 데서 유래한 . 유명한 미술 작품을 마주할 느끼는 정서적 충격이나 감정의 동요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 얘기하고 싶어요. 홀로 이탈리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여행했을 때를 기억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만큼 놓고 시간 동안 작품을 감상하며 있었죠. ‘, 이런 멋진 작품을 공간에 들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제노아에서 직접 예술 전시를 열어 이를 현실로 만들었어요. 현대적인 작품을 영화, 패션과 결합해 선보였죠. 좋은 큐레이션이란 결국 얼마나 조화를 이루었느냐의 문제예요.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들이 패션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방식을 눈여겨볼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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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라와 춘포, 이탈리아 염색 섬유가 어우러진 긴팔 셔츠 | (우)텔레비전을 비치해 첼로를 구현한 백남준 작가의 'TV Cello'(1971)에서 영감을 얻은 패치워크 드레스. 선라와 도료를 코팅해 하나의 패브릭 첼로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션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라 할 만해요. 한국 전통 직조물을 이탈리아 학생들이 디자인한다는 아이디어도, 결과물도 모두 새로웠던 같아요.
지난해에 이어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IED가 협업해 개최한 번째 전시예요. 이탈리아와 한국은 거리상으로는 매우 멀지만, 뭔가를 창조하고 생산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공부하는 학교 간의 만남이라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6개월 한국의 전통 직조물이 이탈리아로 건너오며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올해의 코디네이터로 처음 참여해 낯설고 근사한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지 깊이 고민한 끝에 여행 주제로 선정했죠. 한국의 직물을 가지고 이탈리아 학생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가설 아래 작업을 했어요. 밀라노 말펜사 공항과 인천 공항에서 받게 되는 태그(tag), 레이블, 배지를 활용한 가방, 백남준 작품과 김수자 작가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의복 서울이란 공간에서 떠오르는 패션 룩을 만들었죠. 중간에 학생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해 인터넷으로 조사하는 것을 보고 그만둘 것을 권하기도 했어요. 미리 단정하거나 선입견을 갖길 원치 않았거든요. ‘서울 미지의 공간으로 설정해 학생 9인의 고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완성하길바랐어요. 전시에 참여한 마테오 크레팔디(Matteo Crepaldi) 경우, 초미래적인 공간의 여성을 의복으로 표현했죠. 미세한 줄무늬가 비치는 한국 전통 섬유와 염색한 이탈리아 니트로 만든 긴팔 셔츠는 특히 아름다워요. 이탈리아 직조 기계와 한국 전통 직물의 아름다운 하모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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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말펜사 공항과 인천 공항에서 받은 수하물 태그로 만든 스트랩이 인상적인 원통형 버킷 백 | (우) 생고사와 항라를 일일이 손으로 주름잡아 디자인한 블랙&화이트 드레스. 설치미술가 이불 작품에 드러나는 여성의 강인함과 자유분방함을 담은 볼륨감 있는 소매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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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의 숙련된 솜씨와 전통 직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이번 전시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테다. 조반니는 모시의 아름다운 컬러감과 텍스처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모시와 이탈리아 가죽으로 수제작한 트래블 클러치(좌) 또한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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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나전직단을 제작한 금다운 작가, 이번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성희 큐레이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심연옥 교수, 유럽디자인학교 교수 조반니와 큐레이터

한국 전통 직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하는 작업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을 같아요.
세실리아는 미니멀한 패치워크 원피스를 완성했어요. 기차 레일처럼 분홍색 춘포와 녹색 줄무늬 춘포를 교차 편집해 서로 다른 나라의 교류와 여행을 표현했죠. 염색한 생명주를 가지고 주름을 잡아 아주 섬세한 바느질을 통해 퍼프 소매를 만드는 작업으로 근사한 오브제를 완성했어요. 아리안나는 말펜사 공항과 인천 공항을여행하며 받은 수하물 태그를 이어 붙여 스트랩을 만들고, 전통 직물인 칠라로 원통형 버킷 백을 완성했어요. 나전을 직조해 완성한 붉은 비단과 은색 가죽으로 만든 스페셜 클러치, 무형문화재 1 안동포 짜기 기능보유자인 김점호 선생이 삼베를 덧대 만든 가죽 재킷도 근사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코리안 디자인의 출발 포인트를 9점의 작품에서 찾아볼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의 전통 직조물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너무 아름답고 섬세해서 감탄사를 연발했죠. 만지고 재단하는 것은 물론 세탁 자체가 너무 조심스러울 만큼 원단과 직조 자체의 미감이 대단했어요. 학생들도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는데, 작업은 직조의 훼손(destroy) 아닌 사용(use)’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모시나 청포 같은 한국 전통 직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3   한국전통문화대학교를 통해 한국 전통 직물을 마주했을 때를 기억해요. (그는 갑자기 주섬주섬 아이폰을 꺼내 자신이 직접 촬영한 한국 전통 모시 직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루 10시간 가까이 직물을 손수 틀로 짜는 모습에 감동했죠. 하지만 요새 젊은 세대에게는 같은 작업 과정이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올 있어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겠죠. 세계적으로 같은 귀한 직조 방식이 사라져가고 있어요.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작업이 말이죠. 이탈리아에도 장인의 맥을 잇는 젊은 친구들이 있지만,  한국전통문화대학교처럼 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요.
 
계승도 문제지만, 전통 직물을 사용한 의복이나 공예품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사용하느냐의 문제죠.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대화를 통해 직조물을 이해하고 접근하면 돼요. 단순히 전통 소재라고 생각하고 접근할 아니라 소재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겠죠. 그러면서 이야기 뽑아내야 해요. 전통과 현대의 간극(gap) 아니라 스위치(switch)’, 전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2018년의 드레스는 전통 드레스의 그것과는 다를 테니까요. 어느 시대에 사용했던 직물이라는 이야기를 아니라, 그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놀라도록 만들면 돼요. 그런 다음 소재에 대해 설명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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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이너나 아티스트 가운데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있나요?
특별하게 눈여겨보는 작가는 아직 없어요. '아마도'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대화 방식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일 거에요. 만약 당신이 유명 브랜드의 작품 구조나 형태를 모방한다면 그들은 세계 무대에서 사라질 거에요. 또한 저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를 찾길 원하지 않아요. 만약 구글을 통해 ‘lightness’라는 키워드를검색한다면 밀라노, 스웨덴, 아프리카 사람들이 똑같은 이미지를 보게 테니까요. 그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우리가 뭔가에 돈을 지불하는 경험하거나 보기 힘든 것을 얻기 위해서 아닌가요? 세계 많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디자인 언어나 무드 모든 것을 지방시나 프라다 등에서 차용해요. 자라나 H&M이라면 상관없겠죠. 하지만 고가의 제품이나 아트 작품에는 모방이 아닌,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타깃이 누구인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요. 표현하는 언어도 달라져야 하고, 어떻게 읽힐 건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한국 전통 예술의 글로벌 프로모션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가 많아요. 직접 디자인을 입장에서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가요.
인상적인 이것이 나라마다 하는 세계적인 고민이라는 점이에요. 지난해 미네르바 패션위크에서 강의를 하며 이와 비슷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많은 기업이 제게 멕시코의 정체성을 유럽에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더라고요. 프리다 칼로, 임브로이더리(embroidery) 같은 멕시코의 고유한 아트, 디자인 아이콘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전통적인 키워드들이 뛰어난 글로벌 마케팅의 기초라고 답했죠. 자국 예술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고 싶다면 이야기(communication) 방식 바꿔야 해요. 전통적인 의복 형태나 문양을 외국인들이 집중하고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이야기(universal storytelling) 해야만 해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storytelling)’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지켜봤죠. ‘내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는가 이야기하는 아니라, ‘ 소비자가 고가의 비용을 들여 작품을 사야 하는가 치밀하게 설득해야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이야기인 거고요.  김기덕 감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뭐겠어요? 그의 영화가 누구나 생각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 배우들이 나오고 배경은 한국이지만 담고 있는 콘텐츠는 유니버설해요. 한국적인 방법으로 소개하지 않죠.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거든요.
 
전시를 기획할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공간은 전체가 하나의 아트워크예요. 무엇보다 경험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오감을 모두 사용해야 해요. 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감동을 줘야 하죠. 집에 누군가를 초대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집은 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죠. 이야기를 통한 경험은 단계적으로 증폭될거고요. V&A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매년 패션 관련 전시를 열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경험을 구현할 있으니까요. 전시장은 극장이 되는 거죠.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감독 루카 론코니(Luca Ronconi) 조명을 사용해 스테이지 디자인을 하며 관객이 스스로 왕이 되는 경험을 선물해요. 관객의 집중도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며 사람과 작품 간의 스토리를 생산해내죠.
 
장인이 손수 만든다는 점에서 의복도 일종의 공예라 있을 텐데요. 당신에게 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경험 너머의 , 존중과 놀라움을 주는 경이로운 대상이죠

 

 

Editor NARI PARK  |  Photopgrapher Woojin Park

박나리(아트마인 컨텐츠 디렉터)  |  사진 박우진
촬영 협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국공예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