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들
아티스트는 세상을 낯설게 만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물리법칙도 의심하게 한다.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매끄러운 물질을 이용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더욱 새로운 시야를 발견하기를 권하는 작품들이다.
JI-HYE KANG, <Glow Mirror>, 2017. Super Mirror Stainless Steel, Oak. L 200 x 200 x 200mm, S 150 x 150 x 150mm
Glow Contrast
강지혜 작가는 익숙한 소재, 물성, 구현 방식을 탈피하는 작업을 한다. 거울 대신 깨질 위험이 없는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을 프레임 없이 사용해 빛 반사를 극대화한다든가, 일반 페인트 도장이 아닌 발색이라는 기법으로 색을 입혀 컬러가 은은하게 번지는 듯한 느낌을 내는 식이다. 우드 스탠드 대신 돌, 대리석,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와 만날 때 이 작품은 또 다른 빛을 발산하고, 또 다른 쓰임을 보여준다.
강지혜 Ji-hye Kang
강지혜 작가는 소재 각각의 독특한 물성과 구조, 표현 방식에 집중하고 탐구하다 보면, 본래의 쓰임을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를 토대로 수차례의 실험 과정을 거쳐 여러 영역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찾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킨다. 예를 들어, 사용 범위가 한정된 소재를 새로운 영역에 접목하거나 특정 소재에 응용하는 기법을 전혀 다른 소재에 활용하거나 익숙한 재료와 기법으로 구현해낸 적 없는 형태로 표현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www.jihyekang.com
Nina Cho, <Constructive Mirror>, 2014. black acrylic, bronze. 430 X 580mm, 500g, by FIVE & DIME, N646
Mirroring Mind and Space
둥근 달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얼굴 같기도 한 니나 초의 작품. 니나 초는 작품 주위 공간에 존재하는 공기, 사람, 환경, 영혼을 비춤으로써 공간의 ‘공백’을 ‘여백’으로 바꾼다. 구성주의 거울 시리즈 작품은 미술 사조 중 하나인 구성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다른 재료, 색, 도형의 조합을 연구해 최적화한 비율을 찾은 것이다. 거울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그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우울한 마음도 따뜻하게 비춰주는 작품이다.
니나 초 Nina Cho
평면뿐 아니라 입체에서도 ‘여백의 미’를 그려내는 작업으로 디자인 오브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체(positive)에 둘러싸여 생기는 공간인 ‘네거티브(negative) 스페이스’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를 한국에서 보내 자연스럽게 미니멀하고 간결한 미학을 추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트 오브제와 기능적인 제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절제미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형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오브제를 ‘하나의 완전체’로 강조하며, 형태의 단순화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의 간편화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벼움의 미학, 그에 동반되는 절제미를 토대로 작품이 ‘완전’하게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 색깔과 형태, 그리고 재료 쓰임의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 한다. www.ninacho.com
JIN-SIK KIM, <HalfHalf Round Ellipse 75>, 2017. super mirror stainless steel, concrete. 450 x 180 x h 610cm, 25kg
Refined Light
따뜻한 인상을 풍기는 돌, 차가운 이미지의 금속, 섬세한 수공과 투박한 기계, 부드러운 원과 정직한 직선. 김진식 작가의 작품은 상반된 이미지와 감정이 충돌하는 느낌을 준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다가도, 우아한 모양새 때문에 마음이 금세 풀어지고 마는. 김진식 작가는 자연의 기하학과 대비되는 인공적인 도형인 원, 사각형을 이용해 최소한의 꾸밈으로 가장 정직한 기능을 하는, 시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김진식 Jin-sik Kim
2013년 스튜디오 진식김(Studio JinSik Kim)을 설립하고 디자인과 조각, 설치물, 아트 디렉션을 포용하는 복합적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재질과 형태의 본질에 대한 사고를 통해 인간의 순수함을 일깨우는 디자인을 담는다. 대표적인 작품인 ‘HalfHalf Round’ 컬렉션은 단단한 소재지만 따뜻한 인상을 주는 돌과 차가운 이미지인 금속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다. 기계와 수작업의 결합은 효율적인 시스템 아래 생산되는 사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미감을 담는다. 돌과 금속, 두 재질의 대비를 극대화하고, 자연의 기하학과 대비되는 인공적인 도형인 원, 사각형을 조합해 거울로 제작했다. 단순한 형태를 대비시키면서 기능은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의도다. www.studiojinsik.com
YI-SEO YOON, <Deep in the Mountains>, 2014. mirror, wood. 40 x 60cm
Bright Landscape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울이 되고, 한 발자국 떨어져 멀리 보면 첩첩산중 계곡 사이에 흐르는 물처럼 보이는 윤이서의 작품은 빛이 부딪히는 방향,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마음에 남긴다. 산과 산 사이에 우뚝 솟은 거울은 때론 나를 비추는 ‘자화상’이 되고, 공간을 비추는 ‘풍경화’가 된다.
윤이서 Yi-seo Yoon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다. 비즈를 활용한 공예품부터 인테리어 소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독창적인 작업을 한다. 자연이나 전통 문양에서 종종 영감을 얻는 그가 특히 애착을 갖는 모티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고 끝없이 뒤로 물러나며 관조의 시선을 허락하는, 첩첩이 겹친 한국의 산이다. www.yiseo-live.com
에디터_ 계안나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스타일리스트_ 문지윤 (뷰로 드 끌로디아), 어시스트 황남주, 장세희
포토그래퍼_ 박우진 (키메라앤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