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RKABLE GLOBAL EXHIBITIONS,
PRESENTING TWO KOREAN CONTEMPORARY ARTISTS
해외 아트씬의 ‘코리안 파워’가 날로 거세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트바젤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한 강서경, 런던과 베를린에서 글로벌 개인전을 연계 중인 설치작가 이불, 그리고 최근 세계적 권위의 건축상 ‘프라텔리 로셀리’ 수상작가 박은선···. 그리고 여기, 세계 최고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둔 두 명의 코리안 파워 아티스트가 있다.
# 전광영Kwang Young Chun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 2018년 11월 16일~2019년 7월
미국 아트신의 중심 뉴욕. 동시대 작가들의 활발한 작업을 엿볼 수 있는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한지작가’ 정광영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염색 한지를 섬세하게 싸고 엮어 수백 점의 작은 꾸러미(parcels)를 만든 뒤, 한 화면에 빼곡히 모아 하나의 ‘집합체’를 완성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유년 시절 한약방에서 보았던 천정에 매달린 종이 약봉지들과 한국 고유의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작품은 한국 사회 내 개인과 집단의 경험, 역사적 사실, 무수한 시공간 속에 해체된 이야기들을 동양 특유의 포용적 사고로 결합해 현대적 미술 맥락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 <Kwang Young Chun: Aggregations>에서는 ‘집합(Aggregation)’ 시리즈의 조각 회화 5점과 설치 1점을 선보이는데, 작가는 한지를 작은 오브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종이에 적힌 정보들을 전략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다양한 메세지가 중첩된 하나의 집합체를 들여다보는 동안 관객은 자연스럽게 동양의 철학과 사상을 접할 수 있다. 마치 화성 표면이 연상되던 기존 ‘Aggregation’ 시리즈는 물론, 최근 신작 2점을 소개한다는 점도 반갑다. 다채로운 파란빛으로 닥종이를 염색한 근작 시리즈는 ‘블루’에 천착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라 할만하다. 전시 담당 큐레이터 조안 커민스(Joan Cummins)는 보스턴 미술관에서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예술 부서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브루클린 미술관의 아시아 예술 부서 큐레이터로 근무 중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역사 깊은 브루클린 미술관은 150만 건의 작품을 소장한 뉴욕시의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정광영의 이번 전시는 무려 9개월 간 이어지며, 향후 오리건 주립대학의 조던 슈니처 미술관(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으로 순회 예정이다.
# 양혜규Haegue Yang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 2018년 10월 13일~2019년 1월 13일
“수많은 전시를 통해 성장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양혜규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동시대 대표적인 한국 설치작가다. 지난해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 수상을 신호탄으로, 지난 6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쿤스트하우스 개인전, 루트비히 미술관 대규모 회고전, 최근 11월 4일까지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첫 개인전 <훌라 시리즈 #02 양혜규: 외줄타기와 그것의 말 없는 그림자>를 열며 동시대 문화를 아우르는 그녀 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올해 대미를 장식할 전시는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LA PANACÉE – MoCo)의 개인전 <시공 횡단>.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가는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서 유래하는 이질적 요소들을 한데 엮은 ‘혼성의 공간’에 역점을 둔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일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Manuel Raeder)와 협업한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2018). 공간적 인식을 대대적으로 변형하도록 유도한 이 벽지 작업은 옥시타니아(Occitania) 문화 및 교육과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융성하는 현 지역 산업에 대한 일차적 조사를 시작점으로 하되, 서구에 살아남은 이교도적(반기독교적) 문화 및 민속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양파, 마늘, 고추부터 의료 로봇, 그래픽적으로 변형된 녹지, 방울, 불꽃과 구름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배열 및 병치된 다양한 모티프들은 시간을 유동적으로 간주하는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또한 기립하거나 매달리거나 끌리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존재감으로 흡사 불특정 생명체와 같은 조각 작업들은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이 구축한 환경에서 인간 현존의 유기적 대체물 역할을 담당한다.
양혜규의 <시공 횡단>은 3개 전시실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실은 어두컴컴한 플라스틱 털을 온몸에 덮은 조각 3점의 앙상블이 마늘, 양파 이미지로 구성된 밝은 배경 벽지 작업과 대비를 이룬다. 조각 신작 <중간 유형 – 대롱대롱 덥수룩 포옹>(2018)과 <중간 유형 – 끌리는 덥수룩 포옹>(2018), <소리 나는 컴컴 환풍 이층 원동기 – 덥수룩 발>(2018) 3점을 선보이는 자리.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매듭 공예(macramé) 조각 연작과 <소리 나는 달> 연작을 조합했다. 표면을 놋쇠와 니켈로 도금한 <소리 나는 반달> 연작 3점은 촉수 같은 방울 사슬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지는 작품. 달의 기울기가 연상되듯, 금색과 은색 방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획되어 문양을 이룬다. 단아하고 정적인 작품처럼 보이나 손으로 비틀어 돌리면 방울 소리는 물론, 방울 촉수가 춤추듯 돌아가 생기를 드러낸다. 바로 옆에는 양혜규의 매듭 공예로 제작된 <마디진 주문>(2016) 연작 3점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중간 유형 – 달리는 갸름 두 색 부채춤>(2016)과 <중간 유형 – 옥시타니아 떠돌이>(2018) 2점을 설치했다. 다양한 문화적 지형에 걸쳐 흔히 볼 수 있는 이교 혹은 민족 의식 절차를 연상시키는 <중간 유형> 연작은 각 조각의 재료와 배열을 통해 각기 다른 역학과 참조점을 떠올리게 한다.
양혜규의 미학 뒤에 숨은 작가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영화 상영과 강연, 윤이상(1917-1995) 작품 연주회, 그리고 2018년 12월 19일에는 양혜규 작가의 강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다. 이 날 동일한 제목의 출판물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은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2018년 11월 16일~2019년 4월 14일),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 자리한 더 배스 미술관 등에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