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벽을 채우기 위해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남편과 함께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 재거 (Kristen Jaeger)는 돈이 없거나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트 컬렉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통념이 편견임을 보여준다. 한 달간 꼬박 일해서 버는 월급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한 점에 투자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미술품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비례한다는 것. 아트 월드(art world)에서 떠오른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대신 오로지 마이 월드(my world)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작품을 수집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한 솔직하고 두려움 없는 질문이 오갔다. 그녀의 남편과 갓난아이가 함께 살고 있는 2층 집에는 그렇게 부부가 치열하게 모은 사적인 취향이 반영된 작품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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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윌 코튼(Will Cotton)이 그려준 초상화 'Kristen' 앞에서 포즈를 취한 크리스틴 재거. 남편과 함께 아트 컬렉팅을 하고 있다.

5 Best Sellected Collections
by Kristen Jae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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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Cotton, 'Kristen', 2016 Oil on linen 34 x 24 inches Mary Boone Gallery, New York, NY

#1
Will Cotton(Melrose, United States, 1965~)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케이크나 캔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페인팅과 조각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팝 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앨범 재킷뿐 아니라 ‘California Gurls’ 뮤직비디오에 참여해 더욱 유명세를 탔고, 프렌치 디저트 브랜드 라 뒤레(La Durée)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했다. 이 작품은 결혼 1주년 기념 선물로 완성한 것이다. 작가는 뉴욕에서 활동하는데, 남편과 함께 그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남편이 그에게 커미션 작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케이크로 만든 왕관을 쓴 케이티 페리처럼 윌 코튼이 직접 만든 의상과 각종 디저트로 장식된 옷을 입고 모델이 되었다. 회화 작품의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면서도 달콤한 디저트만큼 매력적인 분위기의 작품. 메리 분 갤러리(Mary Boone Gallery)를 통해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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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Late Summer Flowers', 2013,Silkscreen on 4-ply museum board40 x 55 inches, Edition 27/50Signed

#2
Alex Katz(New York, United States, 1927~)
90대의 노장 아티스트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사인이 있는 그의 실크 스크린 에디션 작품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작품 가격이 8000달러 수준이었는데, 몇 년 사이 3배 이상 올랐다. 구입한 것은 인물화가 아닌 풍경화다. 알렉스 카츠는 주변 인물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인물을 순간 포착하듯 빠르고 심플하게 표현한다. 그런 그가 포착한 앵글과 장면은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그의 초상화 작품은 거대한 크기로 전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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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y Kahraman, 'Mnemonic Artifact', oil on linen,60 x 60 x 4 inches

#3
Hayv Kahraman(Baghdad, Iraq, 1981~)

이라크 전쟁 중 이라크에서 스웨덴으로 옮겨 가 생활하면서 겪은 일을 작품이 담았다. 특히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그녀가 겪은 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녀는 다양한 전통적 요소를 작품에 담는데, 캔버스도 그중 하나다. 벨기에에서 구입하는데, 날씨와 상황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이 좋아서 오로지 2014년 빈티지 제품만 쓴다고 한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이 주최하는 자밀 프라이즈(Jameel Prize)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두바이에서 열리는 글로벌 팅커스 포럼(Global Thinkers Forum)에서 창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게 비해 존재감이 크게 다가오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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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e WhiteCompanion, 2016,Gold glaze, Porcelain, each7 x 5 x 4 inches approx.

#4
Pae White(California, United States, 1963~)
작은 작품이라도 예술 오브제의 위트와 놀라움을 전해준다는 의미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다. 팝콘을 부풀린 듯한 도자기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존재하는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패 화이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는 조각, 핸드크래프트 공예, 아트, 건축이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전시 또한 갤러리 부흐홀츠(Galerie Buchholz)의 쇼윈도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아이들 공부방 같은 곳에서 여는 등 평범함을 거부한다. 이렇듯 그녀의 작품은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1301 PE 갤러리를 통해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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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After the Party’, 1979, silkscreen in color on Arches 88 paper, 21 1/2x30 1/2inches, edition 971 of 1000, signed and numbered in pencil

#5
Andy Warhol(Pittsburgh, United States, 1928~February 22, 1987)

해밀턴-셀웨이 파인 아트 갤러리(Hamilton-Selway Fine Art Gallery)에서 구입한 앤디 워홀의 에디션이다. 작품명은 파티가 끝난 후. 파티 후 어지럽게 펼쳐진 다이닝 풍경이 표현되어 있는데, 즐겁고 흥겨운 파티, 순수했던 시절에 즐기던 파티가 생각나는 것 같아 다이닝에 걸어두었다. 유명세 때문에 그의 작품을 구입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크리스틴 재거는 이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pop)’적인 느낌이 좋다. 볼 때마다 새롭고, 놀랍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COLLECTOR INTERVIEW
산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크리스틴의 집은 공간 어디든 밝은 빛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런 화사한 분위기 덕분에 인터뷰 또한 밝은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새하얀 벽마다 걸린 작품은 언뜻 서로 연결 고리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 방 앞에는 그녀와 남편의 첫 컬렉션인 알렉스 카츠(Alex Katz)2013년 작품 ‘Late Summer Flowers’가 소파 사이에 걸려 있었는데, 부부가 나란히 앉아 아이와 야외 풍경을 바라보는, 여름 햇살만큼 행복한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크리스틴은 의자를 고르듯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아트 컬렉팅의 시작이라 말한다. 그것이 저렴한 프린트 에디션 작품이든, 그저 공간을 꾸미기 위해 미술품을 구입했다가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컬렉터가 여럿이다. 크리스틴은 잠재력 있는 아트 작가의 작품을 명민하게 알아보는 눈을 갖추기 위해 아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 또한 부정한다. 투자를 위해서라면 필요하겠지만, 그녀에게 아트 공부는 구입한 작품과 그 작품을 만든 작가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이고, 아티스트와의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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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가장 강하게 들어오는 다이닝 공간은 아트 벽지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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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는 소파 컬러와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매치했다. Ross Bleckner, 'Falling Birds', 2016 Oil on canvas 60 x 72 inches

사적인 취향으로 가득한 컬렉션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아트 컬렉팅을 하는 결정적 이유는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회 환원이나 경험의 확장 같은 거창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하하. 개인 파운데이션을 가질 만큼 대단한 컬렉터가 된다면 그런 멋진 대답을 할 수 있겠죠. 아마도요. (대답과 함께 웃는 그녀의 표정은 대단한 컬렉터가 되더라도 전형적이지 않은 일을 할 것 같다는 무언의 대답을 주었다.) 개조한 집의 새하얀 벽면을 채우기 위해 아트 작품을 접했기에 저에게는 우선 취향이 먼저이고, 제가 좋아하며 제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을 구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간만 생각해 가벼운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왜 이 작품을 사고 싶은지, 어떤 공간에 이 작품을 걸어두고 싶은지, 작품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지 심사숙고하며 작품을 구입하죠. 갤러리의 주선으로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비평가나 갤러리의 이야기보다 아티스트의 관계가 빚어내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정리하자면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아트 컬렉션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즐거움이 아닙니다. 정치, 사회, 예술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저에게 말을 거는 즐거움이죠.

컬렉팅하는 작품은 어떤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나요?
주제에 따라 컬렉팅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는 광범위합니다. 오히려 작품을 어떤 카테고리로 묶는다는 것이 스테레오타입이 될까 봐 경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질문에 답한다면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네요. 우선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이슈가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 오늘의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요. 저는 그런 오늘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던지는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다양함입니다. 스타일, 장르, 아티스트, 컬렉션 등 어떤 범주에도 국한하지 않고 작품을 수집합니다.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 작품도 구분하지 않죠.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고 오로지 저와 남편에게 행복, 우울, 그리움 등 특정 감정과 공명하는 작품을 수집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컬렉션의 특징이라 한다면 작품이 쌓여가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10년 뒤 제 아트 컬렉션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낼지 매우 궁금해요. 같은 작품이라 해도 시기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죠. 10년 후에 좋아하는 작품이 어떤 말을 걸지, 컬렉션의 여정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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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내려가면 왼쪽은 방으로, 오른쪽은 미니 바와 수영장으로 연결된다. 그 사이를 가르는 영 아티스트 마이클 카간(Michael Kagan)의 작품 'Big Rock',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보이는 이미지 착시 현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우주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처음 수집한 작품을 기억하세요?
2014년에 구입한 알렉스 카츠의 아름다운 실크 스크린 에디션 작품입니다. 그 당시 구입할 정도의 여력이 되는 가격이었고, 이를 계기로 호기심을 느끼고 갤러리를 다니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아트 작품을 구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아트 세계에 빠졌다고 하셨어요.
맞아요. 가볍게 시작했죠. 집을 구입했는데, 아주 재능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집을 꾸며달라고 요청했어요. 물론 무척 아름답게 완성되었지만 왠지 아쉬웠죠. 무의식적인 미감까지 건드리는 아트 작품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갤러리를 유심히 살폈죠. 아트 작품을 벽에 걸고 난 뒤부터는 작품이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 마음을 사로잡는,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후 가구가 아니라 작품으로 집을 채웠죠.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어떤 작품을 집에 걸고 싶은지 깨달으면서 아트 작품 수집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되었어요.

4년이란 기간에 비해 다수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 것 같습니다. 아트 컬렉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아트 컬렉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목표도 없었죠.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구입하다 보니 아트 컬렉터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할까요? 어떤 이들은 미술품 구입이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단순히 그런 지원이라면 거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에 투자하는 일과 뭐가 다른가요? 명작 중에는 개인의 미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문 제작된 것이 많습니다. 오로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추구로 탄생한 것이죠.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작품을 살피고, 그렇게 모은 아트 작품을 통해 저의 사적인 이야기가 드러났으면 합니다. 아트 월드가 아닌 마이 월드를 위한 수집이죠. 수집이 곧 우리를 창조한다는 것. 그것이 아트 컬렉팅의 가장 큰 매력이라 말하고 싶네요.

작품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듯합니다. 그중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작품이 있을까요? 
아티스트 윌 코튼(Will Cotton)과 함께한 커미션 작품입니다. 그는 많은 대중 스타를 그리면서 캔디, 사탕 같은 디저트를 이용한 흥미로운 소재로 유명해진 작가예요. 제 친구의 소개로 그를 알게 됐죠. 그의 작품을 처음 본 순간 그가 표현하는 여성, 초현실적인 분위기, 붓 터치 스타일 등에 반해버렸어요. 어느 날 남편이 뉴욕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자고 해서 함께 갔는데, 알고 봤더니 그곳이 윌 코튼의 아틀리에였고, 남편은 저를 주인공으로 한 커미션 작품을 요청해두었더군요. 결혼 1주년 기념 깜짝 선물이었죠. 저는 그의 아틀리에에서 자연스럽게 그가 직접 만든 여러 의상(캔디와 케이크 등이 붙어 있는 독특한 드레스로, 다른 작품에도 등장했던 것들)을 입고 그의 모델이 되었죠. 그렇게 완성된 것이 ‘크리스틴’이라는 작품입니다.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그를 더욱 잘 알게 되었고,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깊이 빠져들었죠. 브라이언 캘빈(Brian Calvin)의 작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조슈아 라이너 갤러리(Joshua Liner Gallery)에서 그의 전시를 보고 입술 작품에 반해버렸는데, 구입할 수 없었죠. 그런데 왠지 만화 같은 스타일로 표현한 그 입술 작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스펜 아트 옥션에서 그의 입술 작품을 발견했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조심스럽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찰했는데, 다행히 구입할 수 있었죠. 어렵게 구한 작품이라 현관에 걸어두었어요. 문을 열면 행운을 얻은 듯 미소가 지어집니다.

작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고려하는 요소가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작품을 구입해서 걸어둘 공간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작품을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후회할지 진지하게 물어보죠. 순간적인 감정이나 욕망이 아닌 진지한 열정과 애정으로 판단한 것인지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지난 4년간의 경험에 나온 것인데, 아트에 빠져 이것저것 많은 작품을 구입하다 보니 공간을 고려하지 못한 적이 많았어요. 덕분에 남편 사무실이 수장고가 되어버렸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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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구한 브라이언 캘빈(Brian Calvin))의 작품은 현관 입구 옆에 걸어두었다.

본인의 일과 컬렉팅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저는 오로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제 기분을 좋게 해주는 작품을 사죠. 느낌이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조금 달라요. 본인의 일과 연관성을 두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에드 루샤(Ed Ruscha)의 오일 페인팅 작품 대신 뉴욕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빅 무니즈(Vik Muniz)의 작품을 걸었는데, ‘Standard’라는 영문 스펠링을 드러낸 작품이 자신의 회사 이름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죠.

신진 작가의 작품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유명세의 구분 없이 작품이 전하는 감정으로만 평가한다고 했는데, 최근 발견한 좋은 작품이 있을까요?
1976년생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비평가 윌리엄 포이다(William Powhida)의 작품입니다. 얼마 전 찰리 제임스 갤러리(Charlie James Gallery)에서 그의 전시를 열었는데, 강력한 목소리가 깃든 그의 작품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죠. 얼마 전 구입한 그의 작품이 도착해서 우선 거실에 걸어두었어요. 매우 아름답고 섬세한 작품입니다. 여인의 이미지를 구겨진 듯 표현한 설치 작품으로, 아름다움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요.

인테리어를 위해 작품 구입을 시작했으니 각 작품마다 신중하게 배치할 것 같습니다. 어떤 원칙이 있나요? 큐레이터를 고용해 작품을 배치하기도 하나요?
딱히 원칙은 없습니다.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작품에 어울리는 공간이 떠오르죠. 공간을 위해 작품을 배치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을 알면 알수록 작품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게 되고, 작품의 이야기에 따라 함께 놓인 다른 작품도 떠올리게 되죠. 예전에는 아트 컨설턴트를 고용해 작품 배치까지 함께 의논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하고 있어요. 작품 수가 늘어나면 큐레이터를 고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1년마다 작품을 공간별로 다르게 배치해본다면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아트 신이 요즘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컬렉터로서도 반가운 일이지요?
요즘 좋은 갤러리들이 로스앤젤레스에 분점을 내고 로컬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최근 몇 년 사이 국가 기관에서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미술관을 짓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따뜻한 햇살, 해변 등 기후적인 장점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좋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뉴욕이나 런던처럼 명성 있는 아트 도시로 꼽히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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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Laube, 21-16 , 2016, Acrylic color on acrylic glass 15.75 x 39,37 x 4,72 inch. 소파 위, 선반 위, 좁은 벽 틈새에도 작품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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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처의 느낌이 어울려 디자인 거울과 나란히 작품을 배치했다.때문이다. Tony Berlant Aki, 2005, Metal Collage 8 1/2 x 8 inches.

자주 가는 갤러리, 아트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로스앤젤레스에도 유수의 갤러리가 모여 있는 갤러리 타운이 있지만, 저는 주로 잠재력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찰리 제임스 갤러리(Charlie James Gallery)의 대표 찰리는 반짝이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데 굉장한 소질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의 갤러리는 마치 이웃 가게처럼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곳이죠. 컬버 시티에 위치한 수전 비엘미터 로스앤젤레스 프로젝트(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도 매우 카리스마 있고 훌륭한 팀들이 운영하고 있죠.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제시카 실버맨 갤러리(Jessica Silverman Gallery)는 매우 훌륭한 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도 이곳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 월드에 대해 많이 배웠죠. 뉴욕에 가면 메리 분(Mary Boone), 폴 카스민(Paul Kasmin), 조슈아 라이너 갤러리(Joshua Liner Gallery)에 반드시 들립니다.

이제 시작하는 영 컬렉터에게 전할 팁이나 조언을 주신다면요?
우선 아트 컬렉팅을 취미로 삼고자 한다면 굉장히 비싸고 위험한 취미라 말하고 싶네요. 아트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구찌 지갑을 사는 것처럼 간단한 과정과 선택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시즌이 지났다고 해서 옷장에 넣어둘 수 없다는 뜻이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여러 작가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구입하며 아트 컬렉팅을 취미쯤으로 여기는 것은 그저 소유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일 뿐, 아트를 대하는 진지한 마음은 전혀 없는 듯 느껴져요. 미술 작품은 어떤 물건보다 훨씬 긴 시간 만족을 줍니다. 작품을 구입하는 과정과 소유한 이후 집 안에 두고 그 작품과 보내는 시간. 그런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아트 컬렉팅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아트 컬렉터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시나요?
좋은 아트 컬렉터는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에 따라 신중하게 아트 작품을 대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아트를 둘러싼 세상의 과거, 현재, 미래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_ 계안나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사진_ 데이비드 찬(David 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