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지연, 인맥 없이도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가의 터전'이 되기를 바람하는 뮤지엄 그라운드는 한지 입체회화로 세계 현대미술계에 우뚝 선 전광영 작가의 의지로 세워진 현대미술관이다.
2018년 10월 문을 연 뮤지엄 그라운드는 '자연'과 호흡하는 장소에 지어졌다. 구불구불 놓인 길을 따라 미술관을 향해 걸어들어가면서 복잡한 세상의 잡음을 털어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통로'의 여정이 갖는 의미를 어쩌면 전광영 작가가 한 말에 빗대어도 좋겠다. "한국은 작가가 작업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학연과 지연, 인맥이 없는 한 본선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좌절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20대부터 작업을 해온 저 역시도 인정받기 이전까지 외롭고 힘들게 혼자 돌아다닌 시간이 길었어요. 작가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술관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홀로 선다는 것, 자기 세계를 이뤄가는 작가의 숙명이지만, 그를 옆에서 격려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힘도 필요하다. 뮤지엄 그라운드의 개관전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개관전 주인공인 아르메니아 출신 벨기에 작가 장 보고시앙은 타의에 의한 '이주'의 역사를 경험한 이다. 그가 예술가를 후원하는 보고시앙재단을 세우고 작가들을 후원하며 이뤄온 '예술의 터전'은 자기 뿌리를 찾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한국에 소재한 뮤지엄 그라운드는 언어와 국경,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통 가능한 '예술의 능력'이 무엇인지 또한 보여주는 장소이다.
2,300평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들어선 뮤지엄 그라운드는 다양한 야외 공간도 갖추고 있다. 폭넓은 장르의 예술과 문화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그래피티'라는 예술의 한 형식에 주못한 <my space>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전체를 즐기고 관람이 가능하도록 꾸며놓은 건물 외벽과 내부의 대형 그래피티 작품들을,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통해서도 체험할할 수 있다.
그래피티는 작가적 개성을 드러내는 매체로 끊임없이 발전하며,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미술의 한 형식인 그래피티가 발산하는 운 동감과 퍼포먼스적 에너지는 전시공간을 예술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MY SPACE>는 거리미술・한시적 점유・제도권 전시공간과 같은 논쟁적 관 점이 아닌, 청년세대가 주도한 미술 운동으로서 그래피티를 조명하고자 기획했다. 주제와 내용이 다양해지고 개별적 취향과 정서가 공유되는 동시대 그래피티 를 펼쳐내기 위해 열린 기획방식을 시도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작업을 시작한 4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 타임 죠, 제바, 세미, 켄지 차이와 아이디어 공유 과정에서 “MY SPACE"라는 주제를 선정했으며, 작가의 독자적 해석과 표현방식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이러한 열린 형식의 기획은 그래피티에 대한 지난 40여 년의 담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에서 그래피티가 1960년대 중후반 등장하며 점진적 변화와 성숙의 기간이 있었다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그래피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힙합문화와 함께 소개되며 인터넷・미디어의 발달로 빠르게 파급되고 발전했다. 이 시기 그래피티를 접했던 4명의 참여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래피티는 전시 공간의 벽면 전체를 채우는 뮤럴, 다양한 오브제, 캐릭터와 레터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었다.
뮤지엄 그라운드 기획전 <MY SPACE>
일시 2019년 8월 11일 ~ 2020년 1월 12일
위치 뮤지엄 그라운드 제1,3 전시실 전관
문의 031-265-8200
시간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도슨트 평일 및 주말 오전 11시, 오후 2시 (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