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탱통
모든 인간은 어미의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려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합니다.
모든 도기(陶器)와 자기(磁器)들도 가마에서 불을 만나 하나의 도자기로 탄생합니다.
따스했던 어미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탄생의 순간, 인간은 울음을 울어 자신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것처럼 도자기도 인간과 똑같이 소리를 냅니다.
800도에서 1,200~1,300도의 이글거리는 불 속에서 자신의 형태를 완성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
가마가 열리고 첫 공기가 닿는 순간을 도공들의 언어로 ‘냉(冷) 맞는다.’ 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은 나이를 먹고 늙어지면서 피부에 주름을 얻습니다. 반면 도자기는 탄생과 동시에 표면에 균열을 얻는데, 이를 빙렬(氷裂)이라고 합니다.
몸체인 흙과 유약의 수축 정도가 달라 생기는 빙렬은 마치 가야금이나 양금의 높은 음을 퉁겨 내는 소리처럼 ‘팅 탱 통’ 하는 경쾌한 냉 맞는 소리와 함께 생겨납니다. 균열이 분명하나 깨진 것이 아니고 흠이라고 말하기엔 무늬처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자기의 형태를 음미하다보면 표면의 빙렬이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데 몸체는 도공이 만들었지만 빙렬은 어떻게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크고 작은 빙렬들이 도자기 몸체에 스며있음을 보면서 우리 삶의 기억들이 인생에 녹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인간이 만들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유일한 것 도자기.
여러분은 어떤 도자기를 가지고 있습니까? 무엇을 담아가며 살고 계신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마음을 담는 항아리가 있다면 그건 분명 달항아리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달항아리는 이렇게 말을 걸어옵니다.
“오늘 하루도 경쾌하게 시작해보시죠. 팅 탱 통!”
- 김영일(악당이반 대표)
새봄이 되면 최순우 옛집은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그리고 첫 꽃이 필 즈음 달빛 속에서 꽃을 맞는 음악회를 연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한옥에서 가만가만 부는 바람 소리를 느껴보는 공감각의 시간이다. 최순우 선생이 살아생전 한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목인 단풍나무, 밤나무, 감나무, 소나무, 자목련, 산수유, 모과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을 심고 용자 살이 걸린 창과 문으로 내다보기를 즐기던 뒤뜰 풍경 가운데에는 하얀 달항아리가 있었다. 달항아리 뒤로 청죽을 심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을 감상했다는데, 작은 바람에도 서석이며 부대꼈을 댓잎 소리가 달 뜬 항아리와 더없이 잘 어우러졌을 것이다. 미술사가인 삼불 김원용이 백자대호를 두고 쓴 시 중 ‘듣고 있으면 종달새 우오’라는 구절을 실감하게 하는 공감각적 경험이다. 김원용은 달항아리를 두고 “그저 느껴야 하며 느끼지 못하면 아예 말을 마라”라고 했다. 귀한 소리를 귀하게 담아내겠다는 생각으로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이반(樂黨利班)을 이끌며 ‘우리 소리’를 담아온 김영일.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더 다양한 소리와 문화를 찾는 길 위에 서있다. 그에게 달항아리를 보며 느낀 소리의 감각을 나누어달라 청했다. 며칠 후, 교토에 있는 고려미술관 소장 달항아리를 촬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제 뒷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내온 그는 도자기를 굽고 가마를 열 때 나는 소리가 있다고 그 소리를 녹음해 음원으로 공유하겠다고 전해왔다. 아쉽게도 첫 녹음에서는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아 마감일에 맞춰 전달할 수는 없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가 보내온 '달항아리의 소리 감각'에 대한 글을 통해서도 우리는 달항아리에 분명히 청각적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를 뜰에 놓고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더욱 싱싱해지는 항아리를 보던 수화 김환기처럼, <아트마인>은 달항아리가 지닌 소리의 감각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사물의 시학을 통해 이어령 선생이 남긴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저 물체의 조용한 세계를 느끼게 된다’고, ‘항아리는 아무리 흠집이 없는 것이라 해도 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완성될 때부터 깨어져야 하는 것으로 운명 지어져 있는 것이 항아리이다’라는 글귀와 같이 반가운 이정표가 이미 여러 곳에 있으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보며 화가가 그린 불덩어리처럼 소용돌이치는 별을 생각하고, 철학자 니체가 말한 ‘춤추는 별’을 떠올리며, 그리하여 불협화음과 폴리리듬(polyrhythm)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 철학 박사 이지훈. <가까운 문화 멀어진 미학>에서 그는 음악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데 꽃이 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별이 뜨는 소리는 어떤가, 별들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가?’ 물었다. 그리고 일러두기를, 우리말 ‘노래’의 어원에는 ‘놀라다’ 라는 뜻도 들어 있다고 했다. ‘대칭성’을 넘는 ‘엇박’ 항목에서는 곧잘 격정에 빠지거나 무언가에 열광하는 디오니소스의 마음을 지닌 인간이 왜 깜짝 놀랄 때마다 ‘얼른 자기를 보호하고 숨겨주는 균제의 음악을 향해 달음질’치는가 살피는 대목에서는, 절반으로 쪼개놓은 사과 같은 커다란 왕사발 2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으나 비정형의 둥근 선을 지니게 된 달항아리의 ‘엇박’을 떠올리게도 된다. 조화롭고 균형 있는 선율과 같이 한편으로 쏠리지 않고 가지런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입지름이 바닥굽 지름보다 넓은 데서 비롯된 불안정성이 공중 부양하듯 두둥실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달항아리를 빚고 만들고 부수며 무언가를 말하고 표현해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하는 오늘날의 도예 작가들. 도시의 소음에도 초연한 침묵을 무지개처럼 품은 달항아리, 얌전하지 않고 파형적인 형태감과 거친 표면 질감의 검고 깊은 달항아리 등등 저마다의 미감으로 빛나는 달항아리에서 고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달항아리를 보고 두고 상상하고 듣는 ‘소리의 감각’에 대하여 말하다
세상의 모든 넉넉함과 온유함을 품은 소리
화려하고 장식적인 겉멋보다 정감과 사색, 품위와 후덕함이 우선하는 달항아리는 하얗고 둥근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품과 세련미가 일품인 분청사기나 미처 빚다 만 듯한 막사발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는 순진함이 특징인 달항아리는 어리숙한 생김새에 반해 명료한 공명을 낳는다. 물기 묻은 손으로 원을 그리며 달항아리 입구를 매만지면 대북의 끝자락을 연상케 하는 음이 발생하는데, 형용 불가능한 이 신비로운 공진은 평온 속에서 발견하는 관망의 음이요, 모든 잡음을 끊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적막의 소리다. 물론 그 파동의 진원은 태고의 기억을 간직한 흙이요, 세상의 모든 넉넉함과 온유함은 그곳에서 나온다. 지금도 난 달항아리를 보면 그 풍요로운 소리를 본다. 달빛처럼 여울지는 소리를.
_ 홍경한(미술 평론가,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총감독)
"달빛 아래 조약돌 위로 시냇물이 미끄러져 내린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달빛의 흔들림에 숲속의 바람마저 떨린다. 그 청아한 울림이 오롯이 담기는 곳. 거기가 달항리이다."
_ 이대형(큐레이터,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백자 구연부 안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
설색 혹은 우윳빛 색조를 두른 견고한 백자 항아리는 위기의 소산이다. 양란을 거친 이후 성리학 이념을 척추로 내세운 조선은 혼돈의 시기로 가라앉았고, 오랑캐로 얕보던 청의 속국이 되는 등 그 피폐함이 대단했다. 위기를 느낀 사대부 계급은 다시 본연의 유교 이념으로 재무장함과 동시에 멸망한 명을 대신해 주자학을 계승하는 존재로 부상하고자 열망했다. 바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출현한 것이 순백자다. 그 도자기는 단지 실용적 차원의 물건이나 공예품에 머물지 않는다.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의 사방탁자에 놓여 눈부시게, 잡티 하나 없는 결백함과 순결함, 청빈함을 도도히 빛내면서 사대부 계급이 지향하는 결연한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희고 흰 색이 요구되었고 깨끗한 피부가 절실했고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미감의 형식이 필요했다. 그것은 검소, 검박을 내세우고 그 어떤 더러움에도 결코 물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간소함을 앞세우며 모든 허영과 수사를 떨쳐내고자 했던 수행적 차원에서 기능했던 거울 같은 반영체다. 그것이 조선 후기 순백자의 본질이다. 나는 작은 백자 소호 하나를 소장하고 있다. 몇 년 전 교토의 골동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기형과 색상이 참으로 고왔고 깨끗했다. 내부에서 외부로 힘껏 팽창하다 순간 멈춰버린 경계가 형을 이루고 눈이 멀 것 같은 흰 색상이 모든 시욕 ??을 가라앉히고 텅 빈 내부는 모든 음을 집어삼키며 내면의 소리를 듣도록 종용한다. 해서 저 백자의 아가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들리지 않는, 그러나 내면에서 울리는 모종의 간절한 소리 하나를 겨우 건져 올린다.
_ 박영택(미술 평론가, 경기대 교수)
달항아리의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는 보름달을 의미한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이다.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는 한국적인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백남준은 “달은 인류 최초의 TV다” 라고 했다. 불교의 깊은 진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조선시대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1449)에는 ‘부처의 본체는 하나이지만 백억세계에 화신으로 나타나서 중생을 교화한다. 마치 달은 하나이지만 시공을 초월해서 수많은 강물에 비치는 것과 같이’라고 쓰여 있다. <월인천강지곡>의 관점에서 달은 지구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 매개체였다. 또 그 달은 동시대에는 백남준에 의해 TV를 매개로 재탄생되었다. 달항아리는 최순우가 말하는 가장 전통적인 한국미의 상징이면서 백남준이 말하는 전 세계인의 감성을 공유하며 네트워크로 묶은 하나의 플랫폼인 것이다.
_ 서진석(큐레이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ARTMINE> ART CLIP #1- Moon Jar Canon with Artists
신한균_ 조선 사발을 최초로 재현한 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승 도예를 지켜온 작가는 ‘전통 도예의 큰 그릇’이라 불린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현대 도자 예술에 열려 있는 작가는, “도자기는 좋은 게 따로 없습니다. 그것을 구입한 사람이 어우러져 용도와 가치를 결정합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고 길들이기 나름이지요. 그림은 보는 예술이요, 도예는 사용함으로써 맛을 느끼는 예술입니다. … 도자기를 보는 시선은 시를 쓰는 사람이 좋은 시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자기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존재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라고 했다. 양산 통도사 부근에 ‘신정희요’에서 1년에 세 번 정도 장작불을 때 도자기를 만드는데, 제대로 된 달항아리는 4~5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달항아리_2018’은 다른 백자 달항아리에 비해 유약을 두껍게 발라 얼음처럼 갈라진 자기 표면의 유약 균열인 ‘빙열’이 많고, 보는 각도에 따라 오로라와 같은 색의 향연이 특징이다.
김시영_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전성기를 이루다가 고려시대 이후 자취를 감춘 흑유자기를 독특한 기법으로 되살려낸 공학도 출신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불과 흙이라는 재료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30년간 축적해온 독보적 기술력이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더해온 작가에게 형태 시리즈는 최근의 오브제 작업으로 발전하는 데 시발점이 된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전통 달항아리의 상하 접붙이기 방식을 비틀어 좌우로 접붙여 만든 ‘형태에 관해1’은 자연스러운 라인과 좌우 비대칭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문평_ ‘달항아리 만드는 일은 클래식 연주와 비슷하다’고 한 작가는, 전통의 형식적 요소를 그대로 적용해 자신의 조형 감각에 따라 미세하게 형태와 비례를 재해석하는데, 이때 백자만이 지닌 은은하고 깨끗한 느낌의 ‘가장 좋은 빛깔을 내는 것으로 나의 달항아리를 새롭게 연주한다.’ 지난 2017년 S/S 로에베 컬렉션에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이 아트피스로 작가의 달항아리를 선택한 바 있다.
박성욱_ 조선시대 여러 분청 기법 중 도자기를 백색 화장토 물에 ‘덤벙’ 담갔다 빼는 기법을 응용해 달항아리를 재해석한 작품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백토 물 자국이 그대로 남은 모습이 매력이다. 백토 물을 분장하는 과정에서 기물이 주저앉기도 하고, 태토와 수축률이 맞지 않으면 분장이 벗겨지기도 하고, 불에서 화장토가 쉬 녹아 제 색이 없어지기도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작가는 ‘매번 모든 감각을 열고 재료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는다.’
최영욱_ 우리말의 ‘연(緣)’, 혹은 불교식으로 말해 ‘업(業)’으로 번역되는 ‘Karma’를 작품 제목으로 삼은 달항아리 그림은, 원래 백자에는 잘 생기지 않는 빙열을 그려 넣은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젯소를 두껍게 바르고 사포질 해 도자기처럼 만든 표면에 동양화 물감으로 그린 후 가장 마지막에 작업하는 빙열은 계획이나 치밀한 구성 없이 긋고, 잇고, 끊어버린 선이 풍경을 이루는데, 작가는 ‘가끔 손금같이 생각된다’고 말한다. 도자기라는 이미지를 소통의 매개체로 선택해 그 안에 자기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조일묵_ 서로 다른 색의 흙을 혼합해 치대어 층을 형성하고 성형하는 과정에서 우연의 효과를 살려내는 기법인 ‘연리문’으로 작업한 작가의 달항아리는 기하학적인 물결 문양이 아름답다. 작가는 고려시대의 전통 기법이었음에도 오래 단절되어온 우리 전통 도예의 연리문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다.
이동하_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계속해온 작가는, 현대인의 생활과 어우러지는 청자 ‘디자인’을 고민한다. 밝은 태토를 사용해 빚은 청자의 색은 맑은 빛이 아름다운데, 빼어난 물레 실력을 자랑하는 작가가 빚어낸 ‘청자 달항아리’는 백자 달항아리의 볼륨감 있는 몸체에 청자의 옷을 입혀 새롭게 해석한 작업이다.
전창현_ 고구려 철마(鐵馬) 형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지만 강건한 형태로 재해석한 말이 달항아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올라가 구연부를 뜯어냄으로써 기존 도예의 엄숙미를 천진한 유희성으로 풀어낸 ‘말항아리’는, 가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날리는 나뭇재가 유약층을 저절로 형성하는 무유자기(無釉磁器) 소성 기법을 사용해 흙과 불, 나무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화합하는 모습이 한국 백자 특유의 고요한 빛깔에 스미듯 드러난다.
오종보_ 인간의 속성을 도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백자 항아리로 표현하는 작가는, 백자의 무한한 공간에 거친 구멍과 선 등 외형적인 표현으로 삶, 감정, 속성 등을 담아내려 한다. ‘욕구(Hole Jar)’라 명명한 달항아리는 무한한 백색 도자 사이로 흘러나오는 색으로 인간의 욕구와 넘치는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최재훈_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분청 기법을 변형해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월광대호’는, 연못 위에 비친 달의 변화무쌍한 형상을 보며 고요한 만월의 풍만함, 구름과 비바람으로 이지러진 달의 형태, 달이 지닌 오묘한 빛을 표현한 작품으로, 덤벙분청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덤청분청의 매력적인 효과로 ‘크랙(crack)’을 꼽는 작가는, 자연스러운 갈라짐으로 거미줄처럼 엮인 모습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 느낀다. ‘완성된 달항아리를 찬찬히 훑어보노라면 삶에 대한 관조(觀照)가 깊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천우선_ 철선과 구리 선으로 엮은 ‘틈이 있는 기’ 시리즈는 반복적인 선의 길이와 방향, 밀도감으로 면을 만들고 일정한 공간을 감싸 기물의 모양이 되도록 표현한 작업이다.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지만, 선재로 구성되어 기의 완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작품은, 물건을 담는 것이 아닌 비움으로써 드러나는 공간의 미학을 표현한 것으로, 사유의 공간을 의미한다.
임병한_ 도자의 기법적 특성을 이용해 형식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시도하는 작가의작업은 통가마에 유약 없이 무유소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흙과 불이 일으키는 우연의 효과가 항아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개 낀 달항아리’는 70시간 이상 장작 불을 때는 방식에 따라 불길이 그려낸 문양이 특징이다.
윤세호_ 도자기에 토대가 되는 재료인 ‘흙’ 자체에 ‘감정’을 담아 도자기를 빚는 작가는 18세기 대형 백자 항아리 제작 기법을 따르되 스케일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인 미감을 갖는 작은 달항아리를 ‘아쉽게도 현재는 고갈된 상태지만, 다행히 10여 년 전 수급해놓은 하동백토로 작업하고 있다.’
진정욱_ 집요하게 자연미를 추구하는 도예가라 불리는 작가는, 장작 재가 불길을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도자기에 내려앉아 자연스레 일으키는 색 변화[窯變] 원리를 사용하는 장작 가마 작업을 고집한다. 여러 가지 분청사기 기법을 모색하며 ‘40~50kg의 흙을 이겨가며 힘들게 만들었음에도 형태적인 모양에 의미가 담겨 있게 표현했는지 또 다른 고민을 연속하는’ 가운데 달항아리를 빚는다. ‘큰 사발 2개를 서로 붙여 하나가 되도록 이리저리 어루만지며 넉넉함을 불어 넣어 구연부를 만들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최신혜_ 유약을 바른 부분인 유면(釉面)과 거친 흙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 대비되는 ‘2015 달항아리’는 일정한 무늬 이면의 태토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흙의 여러 가지 모습, 유약의 다양한 변화, 그리고 가마 속에서의 마술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한다’는 작가가 ‘흙 냄새를 즐기며’ 핸드빌딩 기법으로 백자조합토를 사용해 빚은 작품이다.
한민우_ 어슴푸레 안개 낀 밤 떠 있는 달을 상상하며 만든 백자 대호는, 작가가 만드는 백자 당항아리 중 45cm 이상 크기의 항아리에 붙이는 작품명이다.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비대칭 형태에서 나오는 선에 집중한다면, 작가는 완벽한 대칭에 집중한다. ‘완전한 기술은 공예 미학의 가장 큰 핵심이며 공예의 쓰임이라는 주제를 받쳐주는 기반이다’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대칭에서 나오는 완전한 선, 그 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성형 기술, 손으로 만든 것에서 나오는 온전하고 완벽한 대칭을 목표로 작업한다.
강준영_ 인간 삶에 토대가 되는 물리적 공간인 ‘집’을 통해 일어나는 모든 인간 현상을 리서치 및 연구하고 드로잉,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하는 작가는, 이를 재해석해 표현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사랑, 행복, 분노 등의 감정이 응축되어 뒤섞여 존재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흥미를 공간적으로 확장된 영역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초벌 상태에서 세라믹 펜슬로 밑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입혀 굽는 기본 공정을 작품에 따라 서너 번 반복하며 디테일을 만들어나간다. 금가루를 입힌 골드 러스터 유약을 이용해 화려한 색을 입히기도 한다.
광주요_ 은은한 반무광을 띠는 광주요의 달항아리는 광주요가 천연 소재로 특수 배합한 흙인 ‘월백토’로 빚고 월백유약으로 마무리해, 백자 특유의 차가운 느낌을 개선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으로 표현해낸 작업이다. 둥근 보름달을 닮은 넉넉한 형태를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하게 풀어낸 원형, 마름모 형태와 다양한 사이즈로 변화를 준 달항아리는 나무나 대리석 등 현대 인테리어에 자주 활용되는 소재와도 잘 어울린다.
CONTENTS DIRECTOR_ Chang Nammi
VOD_ Choi Hyemyung, Hwang Seungheon by Prompt
STYLE_ Moon Ji Yoon, Hwang Nam Joo by bureau de Claudia
ARTIST_ Cheon Woosun, Cho Ilmook, Choi Jaehoon, Choi Shinhye, Choi Youngwook, Han Minwoo, Im Byunghan, Jeon Changhyun, Jin Joungwook, Kang joonyoung, Kim Syyoung, Kwangjuyo, Lee Dongha, Moon Pyung, Oh Jongbo, Park Sungwook, Shin Hankyun, Yoon Seho
VENUE_ Donuimoon Museum Vi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