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guchi for Danh Vō: Counterpoint
2019년 홍콩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M+ 미술관 오픈이다. 40만㎡ 규모의 땅에 28억 달러(약 3조1600억 원)를 들여 17개의 문화 시설을 갖춘 서구룡문화지구 프로젝트 중 하이라이트가 될 건물, M+ 미술관이 공개된다. 건물은 스위스 건축가 헤어초크 & 드 뫼론이 설계했다.
M+ 미술관은 중국,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전체의 시각 미술을 다루는 유일한 곳으로 아시아의 21세기를 위한 남다른 미술관을 지향한다. 비주얼 아트, 건축, 디지인, 순수 미술 등 모든 영역을 소화한다.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부관장 정도련은 한국인이다.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 포함되는 인물로, 한국인 최초로 뉴욕 MoMA 큐레이터를 맡았다. 2013년부터 이곳에 와 M+ 미술관의 토대를 쌓고 있다.


건물이 완성되기도 전부터 화제가 된 것은 미술관의 컬렉션 규모와 행보 때문이다. 2012년 스위스 컬렉터 울리 지그가 1억6300만 달러 규모의 소장품 1500여 점을 M+에 기증했다. 전(前) 주중 스위스 대사인 울리 지그의 소장품은 아이웨이웨이, 웨민쥔 등 중국 현대미술의 아카이브다. 이외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아시아 전역의 시각 문화 관련 작품을 수집 중. 소장품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중국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서아시아 등 아시아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백남준, 양혜규, 단색화 작가 몇 명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M+ 미술관은 단순히 아시아 작가를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아시아 작가, 문화를 통해 전 세계를 더욱 다채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몇 년 전부터 공사가 한창인 건물 바로 앞에 M+ 파빌리온(M+ Pavilion)을 짓고, 전시를 열고 있다. 2014년 첫 전시는 <Building M+: The Museum and Architecture Collection>으로, M+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줬고, 2016년에는 <M+ Sigg Collection: Four Decades of Chinese Contemporary Art>로 울리 지그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40여 년간의 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었으며, 작가 쩡킨화(Tsang Kin-Wah)와 샘슨 영(Samson Young) 등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이야기를 풀었다. 올해 6월에 열린 <In Search of Southeast Asia Through the M+ Collections> 전시는 건축, 아트, 디자인을 모두 관통하는 해석력과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지형학적 경계가 무의미함을 보여주며 M+ 미술관이 전시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를 던졌다.
M+ 파빌리온에서 새로운 전시를 연다. 내년 4월 22일까지 열리는 <Noguchi for Danh Vō: Counterpoint>다. M+가 추구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한 시각’에 걸맞은 전시다. 일본계 미국인 아티스트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와 베트남계 덴마크인 아티스트 자인 보(Danh Vō)의 만남. 세대도, 출신도, 국적도 모두 다르지만 아시아인 핏줄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상업과 순수 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렸으며,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작업으로 ‘사건’을 일으킨 아티스트다.


이사무 노구치는 일본인 이름을 지녔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0년대 일본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뽕나무와 대나무를 재료로 한 조명 아카리(Akari)을 만들었는데, 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이 조명 작품을 통해 그가 상업과 순수, 물건과 예술을 모두 품는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사무 노구치는 갤러리, 무대, 야외 정원 등 다양한 곳에 자신의 작업을 펼쳤다. 특히 정원에 피워낸 돌 조각 작품은 동서양의 정서가 자연스레 겹친다. 뉴욕 퀸스 가든 뮤지엄에는 그의 조각품이 굵은 나이테를 품은 나무처럼 놓여 있다.
1975년생 베트남계 덴마크인 자인 보는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덴마크관 작가로 올해 초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 <Take My Breath Away> 전시를 열었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는 네 살 때 베트남에서 탈출해 배를 타고 피난을 가다 덴마크 선박에 구조되었다. 난민으로서 덴마크에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의 드라마틱한 출생사를 이슈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다. 골동품을 이리저리 재조합해서 완성하는 그의 작업은 개념적이고 설치적이다. 그 또한 멕시코 시티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자인 보의 많은 아이디어가 배어 있다. 전시는 갤러리 공간에서 벗어나 야외 공원까지 이어진다. 설치는 학자의 파빌리온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장 인상적인 설치물은 중국 남서부 구이조우(Guizhou) 성의 전통 건축 양식을 응용한 자인 보의 작품. 이 공간 속에 Cloud Mountain (1982–1983), puzzle-like Strange Bird (1945, cast 1971), he amorphous, allusive, alabaster Leda (1942) 등 이사무 노구치의 설치 작품(기존 노구치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을 두었다. 이사무 노구치 파운데이션과 가든 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사무 노구치의 귀한 작품을 넉넉하게 둘러 볼 수 있다. M+ 미술관이 지어질 현장이 눈앞에 보이는 곳에 대형 선박 컨테이너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자인 보의 작품으로 차 있다. 그들의 작품을 겹쳐 보며 한편으로 M+ 미술관이 세워질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도발적인 몸짓으로 동양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화두를 건넨다. www.mplus.org.hk/counterpoint
날짜 : 2019년 4월 22일까지(11:00~18:00)
장소 : M+ Pavilion,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글 계안나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 사진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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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M+ – ARTMINING, SEOUL, 2018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