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 하면 자연스레 화려한 보석이 연상된다. 과거의 장신구는 눈부실수록 가치를 인정받았고 묵직한 질량을 자랑할수록 선호도가 높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한 세기 남짓한 역사를 지닌 기존의 재료와 형태의 한계를 넘어선 현대장신구 분야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장신구는 '몸에 착용하는 또 다른 형식의 예술품'이다. 중력으로 인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저마다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신체에 무언가를 착용한다는 것은 곧 존재의 무게를 자각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통념의 장신구 이미지에서 쉽게 찾지 못한 '가벼움'이란 키워드를 현대장신구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일상의 재료가 지닌 잠재력에 주목한 세 명의 현대장신구 작가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WRITE 이보현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에디터)  ALL RESOURCES 한은지, 박예님, 조하나

한은지, 흐름 , 브로치, 한지와 면사, 정은, 2018
한은지, 흐름 , 브로치, 한지와 면사, 정은, 2018
한은지, 연장, 브로치, 한지와 면사, 정은, 2018
한은지, 연장, 브로치, 한지와 면사, 정은, 2018

한지와 자수로 표현한 생명력, 한은지 

한은지 작가는 생명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개념을 누구보다 가볍게 제시한다. 전통 재료인 한지와 전통 기법인 자수를 자신만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가는 작업의 모티프를 '바이오모피즘(Biomorphism)'에 둔다.  '생명의 흐름과 순환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다룸으로써 보는이가 생명력에 대한 개인적 사유를 돌아보길 바란다.' 는 작가의 말은 대중에게 익숙한 한지라는 재료로 구현된 3차원의 입체적 형상 위 밀도 높게 차곡이 쌓인 자수로 가시화된다. 자수가 놓인 유기적인 형태의 새하얀 바탕은 물성의 한계를 벗어나 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킴과 동시에 형태 변형의 과정에 놓인 세포처럼 다시금 새로운 형상으로 변화할 것 같은 상상력도 자극한다. 얼핏보면 순백의 도자기같아 보이는 장신구를 집어 드는 순간 깃털같은 가벼움에 감탄하게 된다.

한은지, 전달, 브로치, 한지와 면사, 2018
한은지, 전달, 브로치, 한지와 면사, 2018
박예님, indwell 1, 브로치,  말총, 2018
박예님, indwell 1, 브로치, 말총, 2018
박예님, Horsehair jewelry1 , 브로치, 말총, 2016
박예님, Horsehair jewelry1 , 브로치, 말총, 2016

탄성을 지닌 선들의 중첩, 박예님

박예님 작가는 과거 관모 공예의 주 소재로 널리 쓰였던 말총을 활용해 장신구를 만든다. 작가는 무한한 감정을 녹여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드로잉으로 함으로써 생겨나는 선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강약과 속도, 이동 방향, 힘의 장단에 따라 달라지는 선들을 입체로 구현함으로써 전통공예에 국한되었던 말총은 현대적으로 재탄생한다. 길이가 짧아 기계 직조가 불가하다는 재료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늘고 유연해 다루기가 용이하다는 특성에 집중한 작가는 한 가닥씩 정교하고 섬세하게 엮어 유기적인 입체 형상을 얻어낸다. 말총 장신구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운 무게로 인해 부피나 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손과 바늘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의도한 형상을 만들되 작업과정 중 즉흥적인 표현을 통해 의외의 형태를 마주하기도 한다'는 작가의 말은 형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예님 작가의 말총 장신구는 투시와 중첩을 통해 보는 이의 시각을 더욱 풍부하게 자극한다. 

박예님, indwell 2, 브로치,말총, 2018
박예님, indwell 2, 브로치,말총, 2018
조하나, 붉은 꽃, necklace, silk, ramie
조하나, 붉은 꽃, necklace, silk, ramie
조하나, 향기, 브로치, silk, ramie
조하나, 향기, 브로치, silk, ramie

주름장신구에 담긴 한국의 정서, 조하나

조하나 작가는 접기 기법바느질을 활용한 섬유 장신구를 선보인다. 우리나라 선조들의 삶 속에서 실첩, 빗접, 쌈지, 지화, 고깔, 주머니, 동서남북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온 접기기법을 주 기법으로 택한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가교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천연 물을 들인 모시와 명주에 접목한 접기기법에 옛 여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바느질을 더함으로써 작가는 오랜 날의 정서와 혼을 이어가고자 한다. 한국의 정서를 담은 실용 공예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노력은 2013각접기 직물 장신구 및 가방으로 받은 특허와 직접 저술한 주름장신구’(미진사,2015), 작가가 운영하는 소소화라는 브랜드로 이어졌다. 전통을 지키며 자신만의 현대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조하나 작가의 장신구는 예올, 아원공방, 인천공항 면세점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조하나, 봄 바람, 브로치, silk, ramie
조하나, 봄 바람, 브로치, silk, r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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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한은지, 박예님, 조하나- ARTMINING, SEOUL, 2019
IMAGES OF THE ARTWORKS © ARTMINING – magazine ART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