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것이 무엇이 될 것인가." 2019 공예트렌드페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우리 삶의 맥락에서 사물과 공간으로 매개되는 공예는 시대 흐름을 비추는 거울이다. 급변하는 세상의 시간 속에서 '오늘'은 곧장 과거로 밀려난다. 사람들은 고도의 기술과 온라인으로 빠르게 생산되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사물'에 다소 피로를 느끼는 것도 현실이다. 현상적 소비에 물든 시야는 발 밑 '현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는 사고의 중심을 바꿔야 할 때라고 추동하는 주제관에서부터 미래 지향적 사고로 동시대의 공예에 접근한 2019 공예트렌드페어가 12일부터 시작됐다. 국내외 5개국을 대표하는 공예작가 1,600여 명과 320여 개의 공예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한 올해, 646개의 부스를 찾는 관객들로 개막 첫 날부터 분주했다.
자연, 환경, 사람의 맥락 속에 존재하는 삶의 재료
재료는 최초의 모티프이자, 탐구의 주제이며, 작가를 맥락 하는 요체이다. ‘오브제, 오브제(Object, Objects…)’를 내세운 올해 주제관을 기획한 최주연 감독은 “재료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하거나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매체다. 재료에서 유추할 수 있는 우리의 상상력은 무한하기에 기존의 관습적인 용도를 벗어나는 실험과 재료를 재인식하려는 시도는 감각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용도와 목적에 의해서 재료가 선택되기도 하지만, 재료가 영감의 원천이 되어 무엇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 무엇은 스케일 혹은 사용 용도에 따라 작은 공예품(object)이 되기도 하고, 사람을 품는 건축(object)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재료에서 유추될 수 있는 오브제의 수많은 스펙트럼은 공예를 단순히 홀로 존재하는 ‘사물(object)’이 아닌 함께하는 그 ‘무엇(object)’과의 공존의 해석을 통한 맥락적 개체(contextual objects)로 확장된다”는 뜻을 세우고 12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앞으로의 시간 또한 버텨 낼 사물을 곁에 두고 사유하는 삶을 제안하는 허명욱의 옻칠, 서로의 존재를 일깨우는 비를 마주한 흙이 담아내는 빗소리를 도자로 형상화한 곽혜영의 자기, 이음매 없이 깎는 행위를 반복해 만든 신명덕의 나무, 제작 기법은 단순하지만 쉼 없이 만들기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찾는 신혜림, 날실과 씨실로 만들어진 삼베의 그리드를 손으로 접고 실로 꿰어 입체화한 최정유·조규형(스튜디오 워드), 겹쳐지고 엉키면서 희미해지고 왜곡되는 기억처럼 한 올 한 올 엮은 선들로 우주적인 풍경과 공간을 펼친 김계옥 등, 참여작가들은 소재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해 공예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얼마만큼 인고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오브제’를 선보이는지 보여준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 재료를 친근한 일상 사물인 ‘주전자’로 변이시키는 류연희 작가는, 금속이 가진 또 다른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작품에 담아낸다.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정하는 취향(趣向)을 존중하다
창작공방관 및 브랜드관 참가사의 공예품 중에서 총 72명 작가의 110개 작품을 선정해 ‘공예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쇼케이스관 기획을 맡은 리슨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상윤 감독은 겹겹이 쌓인 자연의 시공간을 구현하고, ‘시간의 잔상(殘像)’을 주제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유행이나 보편적인 시각이 아닌, 각자의 취향에 대해 고찰해보는 ‘만남’을 매개하는 공간이다. 금상감기법으로 특허를 받은 양지운, 김판기와 김주일의 도자, 한국 전통 건축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아트퍼니처 이정훈을 비롯한 손상우, 오종보, 한동엽, 수이57아뜰리에, 황지혜, 김혜린, 정소영, 오트오트, 소미니 스튜디오, 유창석, CELL 배연두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 외 신진 공예가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창작공방관', 국내 주요 갤러리가 선보이는 수준 높은 공예품을 만나는 '갤러리관', 해외의 특색 있는 공예문화를 소개하는 '해외관',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 새롭게 개발된 KCDF의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소개하는 'KCDF사업관', 스튜디오 및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선보이는 공예품을 다루는 '브랜드관'까지, 올해로 14회를 맞은 2019 공예트렌드페어는 이전보다 차분하고 정제된 공간 및 작품 구성이 돋보였다.
(좌로부터) 갤러리관 반짝반짝크라프트 서기열作 '소반', 창작공방관 참여 작가 최슬기의 'KPPR', 창작공방관 한동엽 작가 'VVV ban', 브랜드관 양웅걸 작가 '둥근 사각 수납장'.
2019 전승자 디자인 협업사업에 참여한 리슨커뮤니케이션 김상윤 작가의 조명용 원형 테이블 '단면#1'과 펜꽂이 '함(含)'. '낙화'를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 사진: 김재윤
(좌로부터)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후속지원 사업 선정 작가 이태훈의 유리 작업, 폴리면사를 성형해만든 안해익 작가의 직물그릇 판넬, 코일링 기법과 온도에 따른 자기토의 변화를 활용한 창작공방관 원유선 작가의 도자 작업 '성장점'. 소재를 다루는 독창적인 기법이 돋보인다.
갤러리엘비스 앤 크래프트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장연순 작가와 박여숙화랑에서 소개한 이헌정 작가의 도자 작품.
ARTMINING x 지음아틀리에 '품(品)'
아트마이닝은 한국작가 지원 프로모션으로 지음아틀리에에서 개발한 선물 브랜드 '품(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9 공예트렌드페어 내 브랜드관 섹션의 C101 부스에서 첫 선을 보인 '품(品)'은 김판기, 박성욱, 권원덕, 이정현, 엄윤나, 이인숙, 전상준, 윤라희, GBDAY 작가와 명품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오드(ODE), 그라운드 플랜, 프리미어스티가 참여했다. 아트마이닝과 협업한 도자 공예 작가 이인숙은 쓰임에 기반한 예술적 향유를 지향한다.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 전상준은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낯선 느낌을 즐기는 작업을 해왔다. 반스 슈트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더한 전상준 작가의 스니커즈는 한정 에디션으로 제작된다.
'차'를 곁에 둔 사람들을 위한 차도구 선물 세트. 김판기, 박용석, 권원덕 x 윤라희, 엄윤나 작가와 티 브랜드 '프리미어스'의 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