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SIGNALS

작품은 작가의 사인과 함께 영원히 남는다. 물론, 서명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독특하게 그렸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처럼 사인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도 있지만. 어쩌면 그는 “손으로 직접 쓴 글자에는 그 사람의 성격 일부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잘 숙련된 화가도 텅 빈 공간에 제 이름을 쓸 때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펜을 들고 단번에 캔버스를 가를 때, 사인이라는 행위는 고스란히 한 작가를 드러내는 단서로서 절대적인 드로잉이 된다. “타인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가가 작품에 남기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 예술가가 발휘하는, ‘타인의 가슴속에 혹은 그 깊은 곳에 숨어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려는 손놀림’에서 우리는 도리어 작가를 발견하게 된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그의 호흡, 그의 감정, 그의 본성, 그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