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 아트 페어는 회를 거듭하면서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올해도 여김없이 사상 최대 참여 갤러리 수, 최고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등이 함께한 2017년에 비해 일반 관람객 수는 줄었지만, VIP 프리뷰 시기였던 11일과 12일, 단 이틀 만에 주요 작품이 모두 팔렸다.  6 14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49회 스위스 아트 바젤은 35개 국가의 290여 개 갤러리와 5000명이 넘는 작가의 예술 작품 4000여 점이 참여했고 95000명의 사람들이 도시를 화려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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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미첼의 작품은 여러 갤러리에서 소개되었는데 모두 완판되었다.
© Joan Mitchell Foundation Private Collection. Courtesy Hauser & Wirth Photo: Ron Amstu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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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올해 바젤에서 가장 인기있게 팔려 이슈가 되었던 미국 추상 표현주의 작가 조앤 미첼의 페인팅 작품은(Joan Mitchell’Composition’1969oil on canvas195x130cm) 유럽의 프라이빗 컬렉터에게 1400만 달러에 팔렸고, 또 다른 작품 ‘Untitled’ 75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이는 조앤 미첼 파운데이션의 자산을 옮겨 받은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를 포함하여 리처드 그레이(Richard Gray)와 레비 고비(Lévy Gorvy) 3곳의 갤러리에서 소개하며 조앤 미첼의 다른 작품 10여 점도 모두 판매되었다. 조앤 미첼은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힘찬 붓놀림을 통해 표현한 여류 작가다. 섬세한 색채의 조합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풍으로 주목받았다.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비롯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화폭에 표현했는데, 그녀 특유의 거침없는 붓질은 대상의 에너지를 생명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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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페이스 베이징의 허시앙위의 순금 작품. 소장가에게 72만 달러에 팔렸다.

#2
VIP Big Power
11일과 12일은 VIP 프리뷰 데이였다. 오로지 아트 바젤에서 모시는 귀한 큰손들이 누구보다 먼저 아트 바젤 부스를 돌아보며 도트를 붙인다. 그 덕분에 각 갤러리에서 내세운 주요 작품은 대부분 이틀 사이에 소진된다. 데이비드 즈위너는 11 VIP 프리뷰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출품한 작품을 모두 팔았다. 그중 캐럴 보브(Carol Bove)‘Egg’는 미국의 중요한 소장가에게 150만 달러에,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Tornado’는 아시아 소장가에게 45만 달러에, 프레드 샌드백(Fred Sandback)‘Untitled : Sculptural Study, Seven-part Triangular Construction’은 미국의 중요한 기관에 475000달러에 판매되었다. 12일 프리뷰에서도 조앤 미첼의 ‘Untitled’ 750만 달러에 팔리는 것을 시작으로 앨리스 닐(Alice Neel), 구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10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팔리며 메가급 갤러리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도 부스에 소개된 필립 거스통(Philip Guston)의 페인팅 ‘Scared Stiff’ 1500만 달러,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The Three Graces’ 475만 달러에 거래했다. 페이스(Pace) 갤러리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Chrysanthemums’ 250만 달러에, 파울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가 가지고 나온 솔 르윗(Sol LeWitt)의 작품은 100만 달러에 팔렸다. 올해 처음 참여한 중국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에서 소개한 작가 허샹위(He Xiangyu)의 순금 3500g으로 만든 작품은 72만 달러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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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은 35개 국가의 290여 개 갤러리와 5000명이 넘는 작가의 예술 작품 4000여 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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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Money
아트 바젤은 매일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소식에도 다음해 아트 바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중소형 갤러리가 즐비하다. 이유는 아트 바젤 부스에 참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수익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록적인 매매는 메가급 갤러리의 기록일 뿐, 실제 중소형 갤러리는 아트 바젤 참여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중소형 갤러리의 경우 아트 바젤에 참여하는 데 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술 온라인 플랫폼 아트시(Artsy) 기사를 보면 대략 15만 달러(16600만 원)인데, 부스 비용, 출장비, 체류비, 배송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고, 그 시기 천정부지로 치솟는 호텔 비용까지 더하면 만만치 않다. VIP를 위한 행사까지 연다면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결국 살아남는 갤러리는 메가급 갤러리 정도라는 결론. 아트 바젤이 누구를 위한 미술 행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뉴스와 매거진 기사를 타고 전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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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뤼트 메저스가 한쪽 벽면 전체에 소개한 바버라 크루거의 대형 사이즈 문자 작품.

#4
Huge & Unique Booths
갤러리즈 섹션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더욱 거대해지고, 더욱 파격적인 부스로 채워졌다. 사이몬 리(Simon Lee) 갤러리와 페로탱(Perrotin)은 인접한 위치를 활용해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한 독특한 부스를 소개했는데, 프랑스 페인터 베르나르 프리즈(Bernard Frize)의 작품을 2층 공간에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론 테라다(Ron Terada), 가레스 무어(Gareth Moore) 등이 참여한 캐드리오나 제프리스(Catriona Jeffries) 갤러리는 한쪽 벽면을 52개의 캔버스를 조합한 론 테라다의 작품으로 채웠다. 최근 이슈가 되는 뉴욕 타임스의 헤드라인을 첼튼햄 폰트(Cheltenham font)로 표현한 대형 작품이다. 독일 베를린 갤러리 노이게림슈나이더(Neugerriemschneider)는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이 국제 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한 1994, 27세에 작업한 작품 ‘Moss Wall’과 태국 작가 리르크릿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작업한 대형 텍스트 작품으로 갤러리 전면을 꾸몄다. 게빈 브라운스 엔터프라이즈(Gavin Brown’s Enterprise)도 리르크릿 티라바니야의 대형 작품을 소개했다. 스프뤼트 메저스(Sprüth Magers)도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대형 사이즈 문자 작품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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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 기간 동안 번외 전시로 볼 수 있었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의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프랜시스 베이컨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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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 Beyeler
바이엘러 파운데이션(Foundation Beyeler)은 부스에서 20세기 가장 상징적인 작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을 등장시켰다. 입체주의 페인팅 3점과 피카소의 뮤즈였던 도라 마르(Dora Maar)를 표현한 대형 조각 작품이었다. 렌초 피아노(Renzo Piano)의 건축물과 수준 높은 전시로 늘 두근거리게 만드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은 바젤 기간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2인전이다. 이들은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두 작가를 나란히 놓고 전시를 펼치는 것은 처음이다. 두 인물을 같이 다루었지만, 전혀 다른 표현 기법과 시선으로 풀어낸 그들의 주요 작품을 비교하는 전시였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가져온 100여 점의 페인팅과 조각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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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에서 소개한 이브라함 마하마의 대형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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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Artist
몇 년 사이 흑인 미술 파워가 급상승하고 있다. 흑인 아티스트의 작품 가격이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아트 바젤에서도 흑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갤러리들이 있었다. 우선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David Kordansky Gallery)의 샘 길리엄(Sam Gilliam) 작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특히 샘 길리엄은 같은 기간 쿤스트뮤지엄(Kunstmusem)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어 컬렉터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흑인 작가 가운데는 하우저 앤드 워스가 내세운 젊은 작가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 리만 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가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맥아서 비니언(McArthur Binion)과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가나 출신의 젊은 작가 이브라힘 마하마(Ibrahim Mahama), 르롱(Lelong) 갤러리의 바르텔레미 토그(Barthélémy Toguo)등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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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들이 선보인 72점의 대형 작품이 언리미티드 전시장을 채웠다. 올해는 인터렉티브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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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mited : Interactive Art 
가장 주목해야 할 섹션은 언리미티드다. 갤러리스트들이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올해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허시혼 뮤지엄 앤드 스컬프처 가든(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의 디렉터 지아니 제처(Gianni Jetzer)가 디렉팅을 맡았다. 갤러리들이 선보인 72점의 대형 작품으로 전시장이 가득했는데, 모뉴먼트 조각, 비디오 프로젝트, 대형 월페인팅, 사진 시리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등장했다. 이 부문에 참여한 메이저 갤러리들은 언리미티드 전시를 통해 본인 갤러리의 색깔과 그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관람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올해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부스가 눈에 띄었다. 갤러리아 콘티누아(Galleria Continua)는 다니엘 뷔랑(Daniel Buren)의 작품을 설치했는데, 관람객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다른 높이와 위치에서 조각 작품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작품이었다. 그 옆에 놓인 네드코 솔라코브(Nedko Solakov)‘I Miss Socialism, Maybe’ 작품은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중국어가 적힌 9개의 소파로 구성되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국 롱 마치(Long March) 갤러리는 중국 여성 작가 위홍(Yu Hong)9m짜리 초대형 페인팅을 소개했는데, 현대 중국 미술사와 공산주의 서사 중에 자주 인용하는, 구술 전래 문학 <우공이산>을 바탕으로 했다. 이 작품은 무려 173만 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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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한 루바이나 히미드의 작품을 전시한 홀리부시 가든스 갤러리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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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baina Himid 
홀리부시 가든스(Hollybush Gardens) 갤러리는 이번에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한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를 피처 섹터에 소개하며 주목을 끌었다루바이나 히미드는 1954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난 작가로런던에서 공부했다비주류즉 여성이자 흑인 아티스트로 당당하게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작품이 보여주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그녀의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전통적인 평면 회화와 입체 회화다오래된 식기에 아프리카 식민지 노예들의 삶을 그리거나인종적 편견을 드러낸 영국의 신문 지면을 잘라 그 위를 그림으로 뒤덮는 등 흑인 여성 예술가로서의 일상생활을 회화 주제로 다루며 신분과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또 두 흑인 남자가 밀착해 대화를 나누는 평범하지 않은 장면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나 소외를 또렷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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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을 예술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곳곳에 공공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파르쿠르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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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cours 
아트 바젤에는 단순히 사고파는 일 외에도 관람객이 아트 작품과 함께하는 것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술사에서 회자되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피처(Feature, 주목해야 할 신진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스테이트먼트(Statements), 출판사가 갤러리가 직접 제작한 유명 작가의 에디션 작품을 소개하는 에디션(Edition), 그리고 특히 올해 주목도가 높았던 공동 프로젝트인 파르쿠르(Parcours)다. 올해는 이웃과 어우러져 바젤을 예술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곳곳에 공공 예술 작품을 전시하 는파르쿠르 프로그램 작품이 쿤스트뮤지엄, 역사박물관(Historisches Museum Basel), 문화박물관(Museum der Kulturen Basel) 등 여러 장소에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설치되었다. 스위스 비르스펠덴(Birsfelden)의 비영리 공간 SALTS의 창립자인 자무엘 로이엔베르거(Samuel Leuenberger)가 기획을 맡았다. 그중에서 한나 바임페르거(Hannah Weimverger)의 작품,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벌집으로 만든 조각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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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갤러리의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여한 강서경 작가의 작품 설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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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아트 바젤은 스테이트먼트 섹터에서 메인 부스 외에 주목할 만한 작가를 소개하는데, 원앤제이 갤러리의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여한 강서경 작가는 요르단 작가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함께 아트 바젤이 매년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에 선정되었다. 강서경 작가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로브 앤드 라운드(Rove and Round)’ 시리즈를 선보였다. 유럽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 10여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선정했는데,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양혜규(독일 갤러리 바바라빈)에 이어 두 번째이며, 국내 갤러리의 스테이트먼트 섹터 수상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강서경 작가는 평면적인 회화 요소를 공간에서 입체화해 표현한다. 조선시대 악보인 정간보의 악보법을 따라 색, 형태, 구조, 움직임 등을 공간에 펼쳐 보이는 등 고유의 화법으로 풀어낸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작품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입혀 시나 노래 가사처럼 서사를 완성하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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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과 아트 작품 거래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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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
블록체인 기술이 잠재적인 글로벌 파이낸셜 시스템으로 대두되는 지금, 블록체인과 아트의 결합에 대한 포럼이 뉴 아트 아카데미(New Art Academy)<포브스(Forbes)> 주최로 열렸다. 아트 마켓에서 종종 이슈로 등장하는 미술품 거래의 공정성 문제에 블록체인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화두였다. <포브스>의 시니어 리포터 올리버 스미스(Oliver Smith)의 사회로 진행했으며, ‘IAMA Coin(아이 엠 어 코인)’이라는 암호화폐 아트를 창조해 디지털 코인으로 작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발한 유명 사진작가 케빈 아보시(Kevin Abosch)가 등장해 상세한 예를 들어주었다. 프레스코(Fresco)의 공동 창립자 로이 후앙(Roy Huang), 코덱스 프로토콜(Codex Protocol)의 공동 창립자 제스 홀그레이브(Jess Houlgrave)가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글 김수현(갤러리 수 대표) | 담당 계안나(아트마인컨텐츠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