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 현대공예의 '동시대'를 갈음하는 두 개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창의성, 현대 트렌드와 부합 여부, 혁신과 연속성, 작가의 국적을 기준으로 컬렉션을 선정하는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 및 스위스연방디자인공모전 수상자와 전문작가 작품으로 구성된 <주얼리의 유희(Bijoux en jeu)>전과 한국의 젊은 공예 작가 22인이 참여하는 이유진갤러리 기획전 <뜰에 깃들>이다.
현대공예 가운데에서도 '예술 장신구'를 중심으로 다루는 <주얼리의 유희>전은 스위스 연방과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이 소장한 컬렉션 중 220점을 선보인다. 캐롤 기나르와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이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는 "말하다", "꾸미다", "사용하다", "모양을 갖추다", "만들다"라는 세부 테마로 펼쳐진다. 현대 장신구의 기능, 사용, 형태, 소재, 기술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분류해 다룬다. 1980년대에 첫 작품을 소장한 이래로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의 컬렉션은 놀라운 발전상을 보이면서 끝없이 변화하는 공예계에 영향을 주었다.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의 컬렉션은 무엇보다도 소량의 연작까지 아우름으로써 디자인과 유사한 창작의 과정을 보여준다. 스위스 연방의 컬렉션은 젊은 스위스 작가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1918년 시작된 스위스연방디자인공모전(Swiss Federal Design Competition) 수상자 및 전문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기간의 소장 활동을 통해 구성된 두 상호보완적인 컬렉션은 280점 이상에 다다른다.
이들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창의성'과 '기교', '동시대성'이다. 작지만 집약적이고 함축적인 '본질'을 구현한다는 기본 전제를 가진 1970년대 미니멀리스트 운동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비롯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성적인 작가적 표현을 강조한 '저자성 있는 주얼리(author's jewelry)와 함께, 현재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망하는 <주얼리의 유희>전은 다수의 스위스인을 포함한 작가 37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바르셀로나, 바젤, 상하이, 로잔 등 이미 전세계 도시에서 다수의 순회전을 개최한 바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주얼리의 휴의>전에서 주목할점은 컬렉션만이 아니다. 작품만큼이나 독창적인 전시 방식도 흥미롭다. 두 대의 진열장을 활용해 방대한 컬렉션을 집약해내는 디스플레이와 장신구를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는 50 x 70cm 크기의 흑백사진 14장은, 예술 장신구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결합시켰다. 전시와 연계한 가이드 투어 및 강연도 마련되어 있다. 11월 21일에는 유수의 세계적인 갤러리가 작품을 홍보하고 있는 주얼리 아티스트 에스더 브링크만의 특별 전시 가이드 투어가, 11월 21일에는 20세기 스위스의 교육문화적 맥락에서 작가와 사용자 사이에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성 있는 주얼리"-이 시대의 럭셔리'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린다. 아이콘적인 주얼리의 사례를 만나볼 수 있는 강연은, 사전 등록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주얼리의 유희>전은 12월 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갤러리문에서 개최되며,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다.
Esther Brinkmann 'Vase', 1994.
Ring, alabaster
Ø 2.8 x 3.4 cm
mudac collection/ photo © Chavanne Fressineau, cepv
Sonia Morel '팔찌, 1999.
산화된 은. Ø7x4.5cm
무닥 소장품/ photo © Arnaud Conne, AN
Karl Fritsch '반지', 2006.
은, 유리구슬. 5 x 4.5 x 4.5cm.
무닥 소장품/ photo © Thierry Gauthey, cepv
Sophie Hanagarth '뷰렛', 1996.
목재, 비단, 양철. 160 x 11.5 x 5.4cm
스위스 연방 소장품, 무닥에 대여
photo © Arnaud Conne, AN
Otto Künzli '장식' 브로치, 1983.
판지, 벽지, 강철, 핀. 23.5 x 11 x 2cm.
스위스 연방 소장품, 무닥에 대여
photo © Olivier Laffely, AN
22인의 한국 현대공예 작가를 만나는 '뜰'
조형예술의 한 분야로서 공예는 도자, 금속, 칠, 목재, 섬유,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루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한국 작가들은 섬세한 기술과 기교, 신선한 발상으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로에베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고희승,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콜렉트에 참여한 신혜정,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섬세한 작업을 하는 정령재 작가 등 23인의 젊은 공예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전 <뜰에 깃들>은, 뜰에서 볼 수 있는 사물, 식물, 동물, 자연현상 등 다양한 요소들을 개성에 따라 해석해본 120여 점을 선보인다.
'뜰'은 1차적으로 집안에 마당이나 섬돌 위의 평평한 곳을 가리킨다. 대부분 실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현대인들은 '작은 정원'을 집 안의 테라스에 꾸미기도 하지만, 배부분은 야외 공간을 소망한다. <뜰에 깃들>은 그 점에 주목해, '뜰'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한다. 과거 우리의 추억 속 친숙한 공간, 혹은 놀이 공간, 또는 바쁜 현대인에게 휴식이 되는 공간, 그리고 언제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는 추상적인 공간이면서도 누군가의 기억 혹은 상상과 이야기로 채워지는 공간일 수도 있다.
고희승, 김수연, 김준수, 김한나, 김희앙, 박예님, 서예슬, 신혜림, 신혜정, 오화진, 이나진, 이영임, 이재익, 임종석, 전은미, 정령재, 정지민, 정호연, 조완희, 주소원, 홍지희, 황형신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실용성과 함께 미학적 치를 아우르는 아트 주얼리와 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정원이 있는 주택을 개조한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리는데, 공간적 특성을 살려 파머스플라워 송영선 플로리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12월 6일부터 28일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에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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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이유진갤러리, 주한스위스대사관, (주)로렌스 제프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