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한국 아티스트와 해외 미술 애호가들을 잇는 '글로벌 아트 플랫폼'을 꿈꾸는 (주)아트마이닝의 첫 프로젝트 전시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8일 간의 아트 축제 이슈들을 정리했다.
'리빙 아트', 새로운 유형의 아트 페어
"아트페어란 도시생활과 밀접하다. 페어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실제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한다. 그렇게 도시는 실제 전시장이 되는데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예술품을 전시하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는 세계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의 말은 아트페어가 얼마나 우리 삶과 직결하며, 한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한다. 지난 10월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열린 수십 가지의 아트페어는 과연 얼마만큼 우리 삶을 비추고 동시대 아트 트렌드를 읽어냈을까? 올해 첫 선을 보인 '아트마이닝 서울' 전시는 "회화부터 공예, 디자인가구 등 동시대 가장 주목해야 할 한국작가를 소개한다"는 직관적이고 분명한 모토로 미술 애호가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취향을 반영한 작은 소품을 구입하려는 젊은 컬렉터부터 투자 가치가 명확한 작품을 희망하는 전문 컬렉터까지, <아트마이닝 서울>은 '리빙 아트(Living Arts)'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아트 큐레이션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8일 간의 전시 기간 동안 참여 아티스트, 국내외 미디어, 아트마이닝 초청 VIP 고객, 전문 컬랙터, 일반 관람객 등 '아트'를 키워드로 다양한 이들이 모여 페어의 뜨거운 열기를 방증했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장광효, 미술평론가 홍경한,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주현 원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 144인, 455작품
회화, 공예, 아트디자인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144인, 455 작품으로 꾸민 전시는 크게 두 가지로 공간을 구획했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중견 한국 작가들 50인을 소개한 '주제전', 가능성 있는 젋은 작가 100인의 작품으로 꾸민 '100 마이닝 아티스트'. 주제전에 참여한 이세현 작가는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우리는 한국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팔겠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 작가 입장에서는 반가운 전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부 작품들은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판매됐는데, 스피커를 설치하기 위해 첫날 오전 방문했던 한성재 작가는 전시를 둘러보고 나가려던 차에 작품이 판매되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얻기도 했다. 사뮤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티프로 도자 편자에 시간을 메겨 작업하는 도예가 배세진, 동화 속 스토리와 동물 캐릭터, 상반된 문구로 위트 넘치면서도 위악적 이미지를 완성하는 회화 작가 우국원, 무수한 실의 꼬임을 통해 다양한 오브제를 완성하는 섬유작가 이준, 유체의 흐름으로 캔버스에 '대지'를 그리는 채성필 등 작가 50인이 각 분야 고른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화이트 큐브' 형태의 아트페어와는 노선을 달리했다. 디자인, 아트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관람객의 안목과 작품을 가치를 높이는 공간 디자인, 작품 구성에 집중했다는 평이다. 공간디자이너 박재우 소장은 주제관을 총 네 곳으로 구획, 아트마이닝의 상징인 '원(Dot)'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특히 전시장 입구 천장에 단 원 모양이 노란 네온조명, 그 옆으로 걸린 박선기 작가의 신작 샹들리 작품은 마치 프라이빗 라운지를 연상시킨다. 전시장 좌측으로 나열된 선반대 안에는 공예 작품을 진열해 마치 사적인 공간에서 감상하는 듯한 편안함을 유도했다. '리빙 아트' 스타일 공간 구성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리플렉션룸reflection room'이라 불리는 전시장 안쪽 공간. 염색 아크릴로 다양한 가구를 디자인하는 윤새롬 작가의 테이블, 호두 나무에 하이브리드 스피커를 장착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한성재 작가의 '핸드메이드 스피커', 거울처럼 얼굴이 비치는 스테인리스 캔버스에 채색한 우국원 작가의 '미러 회화', 김희원 작가의 'Someone's Gallery' 시리즈 사진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은 어느 안목있는 컬렉터의 거실처럼, 사적이면서도 아늑한 감상을 유도해 큰 호응을 이끌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돋보인 전시
전시 운영 면에서도 전문가 집단의 여러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평일 오후 2시, 5시 1일 2회 진행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전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작품에 대한 전문 설명을 제공하는 30~40분 분량의 미술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 동시대 한국 예술의 경향성을 엿볼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온라인 매거진과 어플리케이션을 자체 운영하고 있는 아트마이닝의 IT 활용법도 흥미로웠다. 매거진 <아트마인>에서 촬영한 편집 영상을 통해 전시 참여 작가 김현식, 채성필, 최영욱, 이세현 등 7인의 작업 과정을 한 편의 영화같은 영상으로 소개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각 작품마다 QR 코드를 붙여 어플리케이션 ‘아트마이닝(artmining)’을 연계, 작가 프로필과 다른 작품들까지 엿볼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확대했다. 프리미엄 라운지에 마련한 ‘북섹션’에서는 조성은 북 큐레이터가 한국 미술에 관한 다양한 스테디셀러 서적을 진열해 방문객들에게 예술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전시를 확장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아트'를 테마로 한 풍성한 <노블레스>, <럭셔리>, <헤리티지 뮤인> 매거진 등 아트와 디자인 컨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들의 반응도 높았다. "아트 전문가들이 오랜시간 고심해 소개한 작품 셀렉션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이것저것 소장하고 싶은 작품들이 계속 나타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디자인 프레스 정성갑 편집장의 설명이다. "권원덕 작가, 김완규 작가는 조선 목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인데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작가를 선정하는 아트마이닝의 안목도 훌륭하고, 다양한 공예와 회화가 함께한 흥미로운 유형의 아트페어라 두루 반갑다." 매거진 <우드 플래닛> 육상수 대표의 설명이다.
ART EXPERTS’ comments of ARTMINING SEOUL 2018
평론가, 큐레이터, 작가, 기자 4인의 전시 리뷰
<아트마이닝-서울>은 품위있는 아트페어라 할 만했다. 정신없는 일부 페어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럽다는 여운을 심어주었다. 공간디자인 전문가를 위촉해 세심하게 연출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작가들을 존중하는 태도와 예술에 관한 세련된 기업 마인드가 인상적이었다.” 홍경한 | 미술평론가 &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기본적으로 셀렉션이 훌륭했다. ‘어떤 작가를 소개하고 싶고, 무엇을 판매할 것인지’ 세일즈 포인트에 집중한 작품 리스트였다. 작품을 소장했을 때, 어떤 기회비용이 생기며, 콜렉터의 만족도를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느냐를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새로운 유형의 페어라 할 만하다.”
류정화 | ㈜리우션 대표
그간 해외 전시를 주로 열다 오랜 만에 아트 마이닝을 통해 한국에서 작품을 소개한 자리였다. 큐레이터를 포함한 미술 관계자들과 거의 출근하듯 전시 기간 자주 방문했다. 회화, 공예, 조각, 장신구, 디자인퍼니처 등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으니 해석의 여지 또한 다양했다. 어떤 방향성을 안고 2회, 3회를 꾸려 나갈지 기대된다. 이준 | 섬유공예가
가장 트렌디한 한국 현대 미술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독특한 소재와 기법, 공감대를 일으키는 주제를 기반으로 군집한 작가 150여 명의 면면도 인상적이었다. 어디서도 공개되지 않은 신작 위주의 작품을 포진한 점이 높을 평가할 만하다. 편안한 관람을 유도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해 아트 컬렉팅에 최적화한 전시였다.” 김수진 | 월간 <LUXURY> 피처에디터
아트마이닝은 2019년 4월 <2019 아트마이닝-밀라노>와 <2019 아트마이닝-파리> 전시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트마이닝 앱을 통해 전시에서 소개한 작가와 작품을 자세히 열람할 수 있으며, 온라인 작품 구매 문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