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가을은 '디자인'을 타고 온다. 지난 9월 14-22일까지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은 한 도시가 디자인에 관해 얼마만큼 '열린' 사고와 포용의 자세를 지닐 수 있는지 또 한번 몸으로 증명했다. 재료를 통해 조형적 실험에 빠진 건축가, 화려한 패턴과 색감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등 그들의 직업적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았다.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던지는 강력한 구호
장르를 넘나들고 만능으로 변해가는 현대의 작가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 발명, 건축과 예술 모두를 아우르던 과거 마스터들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경계의 틀안에 갇혀있지 않은가? 그러한 면에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은 열려있다. 융합과 접목을 장려한다. 재료를 통해 조형적 실험에 빠진 건축가, 화려한 패턴과 색감으로 실내외 공간을 변화시키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그들의 직업적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았다. 참여작가들은 디자인이라는 커다란 경계의 안과 밖에서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왕좌의 게임의 세트 디자이너 데보라 라일리(Deborah Riley) 등을 대표 연사로 한 ‘글로벌 디자인 포럼(Global Design Forum)’과 조명디자이너 매튜 맥코믹(Matthew McCormick), 소니(Sony Design)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커미션 워크 프로젝트 등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젝트는 빅토리안 앤 알버트 뮤지엄(V&A)에서 열렸다. 작게는 우리 주변, 크게는 전 세계가 함께 느끼고 있는 현재의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
뜨거운 여름, 아이들이 물놀이 하던 V&A의 중정은 건축가 구마 겐고(Kuma Kengo)의 설치 작업 BamBoo Ring: Weaving Into Lightness로 채워졌다. 그를 대표하는 상징적 재료 대나무를 사용한 조형물은 곡선의 구조가 유기적으로 얽힌 형태이다. 비틀린 도넛 같기도 새의 둥지 같기도 한 조형물은 자연의 재료와 현대의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마치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어주었다.
미술관의 서쪽 입구에는 기능을 알 수 없는 노란색 기둥이 3개 섰다. 그 옆에는 아이패드를 들고 무언가를 찾는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작업은 환경적으로 우리에게 닥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증강현실로 구현된 가상의 파빌리온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조각작품 버전인 셈이다. ‘Degrowth & Less’. 성장을 줄이고, 소비를 덜어내자. 이 파빌리온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구호였다.



1972년 런던 동쪽에 지어진 로빈후드가든(Robin Hood Gardens)은 유지와 보존을 주장하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규모 개발사업 대지에 포함되었고 2017년 철거되었다. 서도호 작가는 해체된 건물의 내·외부를 촬영해 입체적 영상으로 재현했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시간, 흔적, 기억, 그리고 황폐하게 버려지고 무너진 건물을 낱낱히 화면에 담았다. 작업은 50년이 채 되지 않아 철거된 건물, 그리고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 모두를 위로하는 듯했다.
이밖에도 ‘Landmark Project’, ‘Festival Commission’ 등 대규모 현장설치 프로젝트와 ’100% Design’, ‘Design Junction’ 등의 페어, 거리 프로젝트인 ‘Design District’ 등 최신의, 국제적 안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런던 전역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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