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불문하고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시간과 공간이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제작을 위한 공간과 특정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서 작품은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시공간은 작가가 매여 있는 한계조건이기도 하지만, 반면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자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WRITE 장용성(매거진 아트마인 독일 통신원)  COOPERATION 갤러리 담담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Edge of Now>, Gallery damdam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 Gallery damdam

베를린에 소재한 주독일한국문화원 내 갤러리 담담에서는 <현재의 가장자리(Edge of 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6년부터 한국, 중국, 독일 미디어 아트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 기관인 백남준아트센터, 상하이 크로노스아트센터(CAC), 그리고 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ZKM)는 ‘세 개의 방’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역량 있는 미디어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진행된 심사에서 최종 선정된 김희천(한국), 양지안(중국), 베레나 프리드리히(독일)는 2018년 <현재의 가장자리>라는 제목으로 각 기관에서 단체전을 열었고, 갤러리 담담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 역시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 작가로 뽑힌 김희천은 건축을 공부한 후 영상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현재는 한국의 포스트 인터넷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영상 작업 안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시대감각, 그리고 디지털과 물리 세계의 경계를 다루며 시공간에 대한 인식, 디지털화 과정과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재를 다룬다. <센서의 숲> 작품을 선보인 중국의 양지안은, 센서가 부착된 일상 사물들을 설치하여 도구, 기술, 미디어 등이 인간 개인의 행동과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질문하고 있다. 베레나 프리드리히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에 관심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생명과 실험연구, 개인성과 연속성, 생물학과 기술적 적용 사이”의 자유로운 진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제작하여 덧없는 물질성과 삶의 허약함을 표현하였다.

무한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제동을 거는 것은 결국 과거에 대한 우리 몸의 기억, 즉 습관과 습성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감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매일 살아가는 현재는 미래를 향하는 욕망과 과거를 붙들고 있는 감각이 서로 침투하고 다투는 전장인지도. 전시 <현재의 가장자리>를 찾은 관람객들은 동시대의 시공간에 대한 예술가적 연구와 해석뿐만 아니라, 작가 개개인의 치열한 고민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2020년 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Kim, Heecheon, Still image of Sleigh Ride Chill (2016).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00:17:27
Kim, Heecheon, Still image of Sleigh Ride Chill (2016).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00:17:27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Edge of Now>, Gallery damdam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 Gallery damdam
Verena Friedrich, Vanitas Machine (2014).
Candle, glass bell jar, metal rods, nuts and screws, synthetics(custom-made 3D-printed parts, plastic rods, medical tubes), analogue sensors (flame sensors, oxygen sensor, weight cell), custom-built analogue-digital-converter, Arduino board, stepper motor, magnetic valve, air compressor with pressure measuring unit © Miha Fras
Verena Friedrich, Vanitas Machine (2014). Candle, glass bell jar, metal rods, nuts and screws, synthetics(custom-made 3D-printed parts, plastic rods, medical tubes), analogue sensors (flame sensors, oxygen sensor, weight cell), custom-built analogue-digital-converter, Arduino board, stepper motor, magnetic valve, air compressor with pressure measuring unit © Miha Fras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Edge of Now> © Gallery damdam
Installation view, opening of the exhibition © Gallery dam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