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 앞에 머무르게 된 장면들

노재운, 피리 A Bamboo Flute. digital image. 2010.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 형식인 '영화'를 오마주하는 동시대 작가들은 저마다 이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반추하게 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현대미술'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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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운, 피리 A Bamboo Flute. digital image. 2010.

영화 한 편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보고, 나의 삶을 곱씹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간과 이 세상의 시간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동시대적 이야기'로서 읽힌다. 한국영화상영 100주년이 되는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그 어느 해보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과 대중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의 경계 위에 서 있는 '영화'를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다뤄온 작가들이 내놓은 흥미로운 해석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 <Behind the Scenes>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아트씬' 몇을 발견했다.

사실 영화는 1초에 24프레임이 상영되는, 아니 대중 앞에 24프레임이 '전시'되는 예술이다. 더불어 정해진 상영시간 안에서 지나간 장면을 다시 불러올 수 없는 시간의 예술이기도 하다. 하여 영화와 미술이 만난 LAAP 기획전 <Behind the Scenes>는 지난 한국영화의 100년을 수백 수천 개의 프레임으로 다시 불러오는 주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현대미술작가 100인이 인상 깊게 보았던 한국영화의 장면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에서는 강렬한 예술적 호기심을 채워주었던 '결정적 장면'들이 다시 보인다.

"영화 <마더>에서 머리 속에 남은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텅 빈 표정의 배우 김혜자의 얼굴이었다. 나는 이를 좌우대칭으로 화려하게 패턴화된 이미지 속에 배치함으로써, 현대인의 강박증에 가까운 시각적 자극과 경험을 표현하였다." | 홍경택, 마더 김혜자, acrylic and oil on linen, 80x80cm, 2019
"영화 <마더>에서 머리 속에 남은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텅 빈 표정의 배우 김혜자의 얼굴이었다. 나는 이를 좌우대칭으로 화려하게 패턴화된 이미지 속에 배치함으로써, 현대인의 강박증에 가까운 시각적 자극과 경험을 표현하였다." | 홍경택, 마더 김혜자, acrylic and oil on linen, 80x80cm, 2019
서상익, 밀양. oil on canvas. 72.5x50cm. 2019.
서상익, 밀양. oil on canvas. 72.5x50cm. 2019.
이지현, Poster 기생충. pigment print, 와이어구조물. 72.5x50 cm. 2019.
이지현, Poster 기생충. pigment print, 와이어구조물. 72.5x50 cm. 2019.
황주리, 시. oil on canvas. 72.5x50cm. 2019.
황주리, 시. oil on canvas. 72.5x50cm. 2019.
선무, 공동경비구역 JSA. acrylic on canvas. 72.5x50 cm. 2019.
선무, 공동경비구역 JSA. acrylic on canvas. 72.5x50 cm. 2019.

우리 사회의 일면을 뜯겨져 해체된 작업으로 표현한 이지현의 <기생충> 포스터, 이 시대의 슬픈 초상을 그린 영화 <시>에 담긴 구원의 문제를 그림으로 담은 황주리, 시어(詩語)처럼 함축적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환기하는 서상익의 <밀양>, 북한의 선전화 양식을 사용해 독특한 팝아트 작품을 그려온 탈북작가 선무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은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노재운 작가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영화와 미술, 백화점의 관계를 고찰하는 데에 의미를 둔 기획으로, 영화의 역사와 기법, 의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채집한 이미지와 텍스트, 사운드를 재조합하고 재편집해 제작한 비디오 영상과 웹 영화와 함께 조각, 회화, 출판물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전개한다. | 노재운, 화면비악보 / 지팡이 형상과 특수효과 Score of Aspect Ratios / Wand Figuars & VFX, 디지털 월드로잉, 오브제, 2019, 롯데백화점 본점 애비뉴엘 설치
노재운 작가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영화와 미술, 백화점의 관계를 고찰하는 데에 의미를 둔 기획으로, 영화의 역사와 기법, 의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채집한 이미지와 텍스트, 사운드를 재조합하고 재편집해 제작한 비디오 영상과 웹 영화와 함께 조각, 회화, 출판물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전개한다. | 노재운, 화면비악보 / 지팡이 형상과 특수효과 Score of Aspect Ratios / Wand Figuars & VFX, 디지털 월드로잉, 오브제, 2019, 롯데백화점 본점 애비뉴엘 설치
정수, The Grand Apartment Seoul. 60×126cm. 2019.
정수, The Grand Apartment Seoul. 60×126cm. 2019.

한국 젊은 작가 6인의 웨스 앤더슨 오마주 <Wes Anderson: Nostalgia>

단 여덟 편의 작품만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라고 호평 받으며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이룬 감독 웨스 앤더슨.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는 '영화와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동시대 가장 패셔너블한 영화로 손꼽히는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재해석한 한국 작가 6인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전시한다. 어릴적 편집증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시작한 08AM(박세진),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그리는 구나현, 주로 여행지의 경험에서 수집된 특정 장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재해석하여 판타지를 그리는 김용오, 유년기의 소중한 그리움을 작품에 담아 추억을 되새겨 보는 버라이어티숨(박수미), 디지털의 최소 단위인 픽셀로 주변 인물들을 그리거나 사물, 풍경을 마치 사진처럼 기록하기도 하는 주재범, 일상 속의 모티프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는 정수 등의 작가 6인이 참여한다.

08AM, 인생은 허무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90×63cm. 2019 | 구나현, The Grand Budapest Hotel. 90×60cm. 2019 | 주재범, The Grand Budapest Stage. 90×60cm. 2019 | 김용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 85×65cm. 2019. (좌로부터)
08AM, 인생은 허무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90×63cm. 2019 | 구나현, The Grand Budapest Hotel. 90×60cm. 2019 | 주재범, The Grand Budapest Stage. 90×60cm. 2019 | 김용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 85×65cm. 2019. (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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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롯데갤러리, LAAP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롯데갤러리, LA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