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개펄에 가면 마음이 무척 편안했어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한한 공간, 그곳에서 밀고 당기는 강한 힘이 느껴졌죠. 어둡고, 축축하고, 깊고, 막막한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는 가장 황홀한 기쁨을 머금은 장소. 그런 개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푹 빠져버렸어요.

WRITE 계안나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PHOTOGRAPH 박우진 (키메라앤스튜디오)  VIDEO 황승헌 (매거진 아트마인 영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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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공기, 물, 흙, 생물이 스스로의 생기를 회복하고 각자의 특수성을 표출하도록 하는 원초적인 공간, ‘개펄’을 갠버스에 그리는 회화 작가 송대섭.

Standing on lively mud
! 하고 빠져버렸다. 해병대로 백령도에서 복무하던 시절에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시커먼 자리, 펄이 그의 두 다리를 붙잡은 적이 있다. 벗어나려 다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펄은 더욱 강한 힘으로 몸을 붙잡고 깊은 곳으로 잡아당겼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았다. 몸 전체를 강하게 휘어 감는 생생한 힘. 순간 개펄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펄떡이는 생명체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회화 작가 송대섭은 파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개펄시리즈를 시작하던 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바다, 개펄 같은 것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다와 개펄에 가면 마음이 무척 편안했어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한한 공간, 그곳에서 밀고 당기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바다는 다양한 푸른색을 띠는데, 마치 엄마의 자궁 속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펄에는 수백만 개의 공기 구멍이 있어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구멍이죠. 수많은 생명체가 부지런히 그 구멍을 오가면서 하루를 살아요. 갯지렁이는 밀물이 들어오면 금방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집을 짓고, 게들은 새들의 위협에도 먹이를 찾아 밖으로 나오죠. 조개껍질에는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나이테가 새겨지고요. 개펄에 몸이 빠졌을 때 역동하는 생명체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둡고, 축축하고, 깊고, 막막한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는 가장 황홀한 기쁨을 머금은 장소. 그런 개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푹 빠져버렸어요.”
81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4 kinds of Sea>에서 소개하는 작품에는 캔버스마다 4개의 다른 형태, 4개의 다른 컬러, 4가지의 다른 감정이 오간다. 그는 무수한 색선을 무질서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햇빛, 공기, , , 생물이 스스로의 생기를 회복하고 각자의 특수성을 표출하도록 하는 원초적인 공간, ‘개펄을 그린다. 예술공간 이아 센터장이자 예술학 박사 이경모 선생은 전시 글에서 그의 작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송대섭 작가의 작업은 매체의 자유로운 유동을 방임하면서도 작가의 치밀한 설계에 의해 생명체의 잔해와 수중의 유동체, 그리고 물속을 관류하는 빛의 표정이 강한 생명성을 띠며 배경을 형성한다. 모더니즘의 시각으로 볼 때 이미 높은 완성도를 지닌 화면에 작가는 보다 큰 공감을 확보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개입시킴으로써 동시대 회화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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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일기를 쓰듯, 선(기호)를 그리고 다시 덧칠하고 다시 그린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캔버스를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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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듯 무수한 색선이 리드미컬하게 그러진 싱싱한 생명력이 연상되는 작품.

송대섭 작가는 바다를 마주하듯 대형 캔버스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조형적 상상력으로 물결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듯한 무수한 색선을 리드미컬하게 그렸다. 매일 일기를 쓰듯 그리고, 덧칠하고, 다시 선을 그리는 반복적인 과정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것이다. 수십 번의 덧칠로 완성한 선(기호)은 실제로도 구불구불하다. 아니, 꿈틀거린다는 표현이 더 생동감 있겠다. 그가 그린 리드미컬한 색선은 꿈틀거리는 생명체이자 잠재의식 속의 무질서다. 의도된 형태라기보다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린 듯한, 정확하게 무엇을 그렸다고 하기 힘든 그림. 그래서 제도화되고 전체화된 생각의 틀을 벗어나 해방의 감정이 느껴지는 그림. 송대섭 작가는 캔버스로 개펄을 만드는 중이다. 그의 그림에는 하늘과 땅을 잇고 의식을 흐름을 이어주는 수많은 공기 구멍이 있는 것 같기도 같다. 개펄은 비옥한 정도에 따라 많은 생명체가 탄생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잔해와 흔적이 중첩되는, 삶과 죽음의 영욕이 교차하는 무한 공간이 개펄이다. 그는 작품에 무한한 생명력뿐 아니라 자연 훼손으로 피폐해진 생태계를 보며 느끼는 슬픔도 담는다. 한참 동안 그와 함께 그림을 바라보았다. 아름답지만 슬프고, 순수하지만 파괴적인, 모순된 여러 감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갔다. 삶과 생명력, 의식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그의 추상 회화 작품은 펄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휘어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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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주제에 따라 캔버스의 크기도, 작업 방식도 다르다. 8월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개인전으로 갈 작품들이 작업실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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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d Flat(Rainbow), Mixed Media, 56x45.5cm, 2018. 다양한 컬러의 선들이 요동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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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d Flat, Fill2, 162.1x130.3cm, 2015. 송대섭 작가의 작품은 가만히 서서 응시하게 만든다.

올해 개인전의 주제 역시 개펄입니다. 개펄 시리즈는 언제 시작되었나요?
본격적으로 개펄을 탐구한 것은 2000년 이후지만, 1980년대 ‘From East’, 1990년대 바람연작도 연관이 있어요. 2002<개펄 채집> 전시를 할 때 글을 써준 미술평론가 김복영 선생은 하늘에서 바람, 바다로 이어진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융합되어 개펄로 돌아왔다고 풀이했죠. 어쩌면 그의 말처럼 그동안의 작업이 결국 개펄에 중첩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과거의 개펄 전시가 주로 개펄의 형태와 모양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제주도 전시도 그렇고 최근작들은 개펄이 가지고 있는 숨겨져 있는 내면의 속성을 추상 회화로 보여주는 작품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개펄 채집> 전시에서 판(plate) 위에서 물과 수성안료가 엮어내는 모습은 흡사 개펄에서 물과 흙이 연출해내는 총체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모노타입지에 의한 고기 이미지들을 설정하는 일은 흡사 밀물을 타고 개펄로 올라온 물고기들, 아니면 수중을 유영하는 어류들과 비교될 수 있었죠.  현재 <4 kinds of Sea> 전시는 이런 개펄의 형태는 없고, 그곳의 생명, 기쁨, 환희, 슬픔, 고통 등 감정이 먼저 드러나죠. 방식은 매번 전시 주제에 따라 여러 방식을 혼용하고 있는데, 설치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을 그리고 여백을 채워나가고, 그리고 다시 그 위에 색을 덮고 선을 그리는 등, 반복적인 행위로 완성하는 중첩된 이미지가 매우 독특합니다. 거세고 공격적인 터치가 있지만 수성 물감의 채도 높은 컬러로 발랄해 보이기도 하고, 상충된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져요.  
매일 밤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리고, 다음 날에는 또 그것을 덧칠해요. 그러고 나서 다시 그 위에 그림을 그리죠. 그렇게 끊임없이 그리다 보면 붓질에 무의식적인 것이 담깁니다. 주로 블루, 그린, 옐로 등 컬러를 쓰는데, 이들이 중첩되면서 만드는 묘한 컬러를 좋아합니다. 어떤 비주얼로 완성될지 저 도한 기대가 됩니다. 제 회화 작업은 특히 여러 가지 상반된 감정을 혼합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추구해요. 아름답고 순수하면서도 동시에 파괴적이고 격렬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림. 제가 개펄에서 느낀 감정도 그렇고, 제 무의식 또한 그런 복잡한 것으로 가득하기 때문이죠. 무의식으로 그린 그림은 형상은 지워지고, 사유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미술평론가 이일 선생이 몸짓과 궤적을 통해 그리는 행위 자체가 이 시대를 다감하게 살아가는 한 야생인(野生人)이 심상 풍경을 그려내는 것과 같다하셨죠. 송대섭 작가는 캔버스와 몸체로맞부딪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저는 캔버스와 오랫동안 시름하면서 그런 날것의 에너지를 담아내죠. 의식이 따라갈 수 없는, 몸의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림

과거 전시에서는 판화 작업도 보여주시지 않았나요?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만 있네요.
홍익대학교 판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에 저를 판화가로 생각하고 제 작품을 판화 작품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냥 작가입니다. 회화, 판화, 설치 등 어떤 장르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아티스트죠. 그래서 새로운 전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장르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고요. 제주도 전시에서 회화뿐 아니라 설치, 영상 작품을 소개하려 했는데, 한꺼번에 준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회화 작품으로만 채웠죠. 어릴 때부터 드로잉과 색채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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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섭 작가는 유성 대신 수성 물감을 이용해 모노타입 작품을 완성한 최초의 작가다. 더욱 선명하고 밝은 컬러의 작업이 가능해짐으로서 그가 표현하고자 한 자연의 생명력이 잘 드려나게 되었다. 수성 모노타입 판화 작업을 설명하게 위해 작업해 둔 작품들.

판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송대섭 작가님은 유성 물감 대신 수성 물감을 이용해 모노타입을 만든 최초의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판화 미술의 영역에서도 늘 장르를 탈피하고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등 내일의 판화를 위한 작업을 많이 하셨어요.
회화만큼 많은 판화 작업을 했죠. 판화과 교수가 되었을 당시에는 판화 미술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어요. 디지털 사진기가 처음 나오고 포토샵이 등장했을 때의 분위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었죠. 판화 부흥기는 1980년대 부터입니다. 판화 전문 아트 페어인 서울판화미술제가 열렸고, 새로운 판화 미술을 도모하는 <내일의 판화전>도 열렸죠. 1990년대에는 좋은 작가가 많이 배출했어요. 그런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판화 미술이 주춤거렸죠. ‘()’이라는 매개체를 거쳐 작품을 만드는 판화적 특성에 대한 연구평가대신, 복제가 가능해 값이 저렴하다는 경제 논리를 내세우면서 판화 미술계가 점점 변해갔어요. ‘미술보다 상술이 성행했죠.

판화는 복제된 아티스트의 작품, 즉 판화 에디션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공정의 상당한 과정이 매체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프린트, 아티스트 북, 멀티플 조각, 홀로그램 등 새로운 방식이 등장해 찍어낸다는 전통적 방식의 판화 작품은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 않나요?  
맞아요. 찍어내는 전통 판화 방식에서 탈피해 조각, 도자, 사진 등 다양한 장르와 섞이면서 판화 영역이 더욱 폭넓어지고 있고, 판화 작품을 구분하기도 힘들죠. 판화 자체의 예술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고요. 이런 때일수록 판화 작가들은 더욱더 다양한 분야와 충돌하면서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어야 해요. 판화를 중심축으로 두고 다양한 영역의 기술과 방식을 끌어들여야 독창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판화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에디션'입니다. 작품의 가격을 낮추고 판매를 하기 위해 똑같이 복제한 것은 에디션이라 할 수 없어요. 진짜 에디션은 작가가 직접 에디션을 위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목판화, 동판화, 리도그래피, 스크린 판화 등 다양한 판화 기법에 따라 비주얼이 확연히 달라지죠. 각 판화 기법의 고유 특성을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 과정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도 필요합니다. 판화 아티스트들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에요.

작가님이 창안했다는, 수성 물감을 이용한 모노타입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느 날 판화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논쟁을 벌였죠. 유성 물감 대신 수성 물감으로 모노타입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수성 물감과 종이의 종류, 종이에 물을 적시는 정도 등 여러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가능하거든요.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방법을 찾아냈죠. 수성 모노타입은 유성 물감에 비해 채도가 높고 은은하게 번지는 맛이 있어요. 유성으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함, 생동감 등이 잘 드러나죠. 무엇보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 개펄의 생명력과 잘 어울리는 표현법이었어요. 2002<개펄 채집> 전시에서 다양한 수성 모노타입 작품을 소개했는데,  시적이고 서정적인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며 인간의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생태계의 훼손과 변질을 질책하고 생태계를 위무하는 연민의 감정까지 전해진다고 평가 받았죠. 이 전시를 통해 십 수년을 탐색해온 모노타입의 가능성을 알리고 확장된 회화 작업의 하나로 소개하게 되었어요. 수성 잉크로 직접 그리고 캔 뚜껑, 망사 등의 오브제를 사용해 이미지를 만든 후 크레용으로 그려 넣는 등 복잡한 작업 과정을 통해 판화가 지닌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드로잉적 요소와 회화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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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모노타입 제작 과정. 물감과 종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색과 색이 중첩되고, 선과 형태가 교차되면서 다양한 표정의 모노타입 작품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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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망사, 천 등 다양한 오브제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재료와 방식에 따라 회화 작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는 것이 판화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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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는 오랫동안 사용한 독일산 판화 프레스 기계가 놓여 있다.

여전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 일과 작업은 어떻게 배분하나요
생활이 무척 단조로워요. 학교, 작업실(파주), 집을 오가는 동선 안에서 움직이죠. 수업이 없는 시간에 근처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거의 작업실에서 보내요.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사유하고, 그림을 그리죠. 수업을 하면서도 불쑥불쑥 그림이 그리고 싶어지면 차에 가서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요. 제 작업은 규칙적으로 작업 시간을 배분해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에요. 24시간 작업에 대해 생각하고, 실제 그림을 그려야 하죠. 같은 200호라고 해도 여러 변형 사이즈가 있고, 작품마다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해서 주로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한 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편입니다. 과거 어느 갤러리에서 특정 스타일의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해온 적이 있는데,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그림. 그런 작품을 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컬렉터가 있나요?
제가 교수가 되기 전 이야기인데, 이화여대 음악 학장으로 계시던 백의현 교수님이 전시를 보고서는 저를 찾아오셨어요. 전시에서 본 작품이 잊히지 않는다며, 가지고 있던 작품을 보여달라고 하셨죠. 그때 작품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그것을 본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너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대형 회화 작품을 꼭 구입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때는 작품 가격의 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터라 제 나름대로 가격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순간 제 딸아이가 생각나서 돈 대신 피아노로 작품 값을 받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죠. 이후 교수님은 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구입하셨는데, 학장실에 걸어두었다며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제 작품을 정말 좋아하던 잊을 수 없는 분이죠.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업이 혼합된 설치 작업입니다. 조명을 활용해 작품을 보여준 예는 있는데,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치미술로 보여준 예는 없어요. 이미지를 절개한 후 영상 작품을 비추는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여기, 작업실에 놓여 있는 TV가 그 작업을 위한 것이에요. 회화 작품의 드로잉 선을 오려낸 후 그 사이로 영상을 투과시키려 하는데, 그에 잘 어울리는 소리도 덧붙이죠. 저는 예전부터 동판과, 석판화 등이 전시의 주제가 되는 것을 싫어했어요. 왜 장르와 방식을 구분해야 하나요? 회화, 영상, 사진, 판화 등 여러 분야를 막론하는 전시를 열고 싶어요. 아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예요. 가을쯤 삼청동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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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를 넘어선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내면 속 개펄을 그리고 싶은 송대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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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섭 
Dae-Sup Song  
초현실주의 회화와 판화 작업 시기를 거치면서삶과 생명력에 대해 그리고 의식의 근원에 대해 깊은 성찰을 지속한 결과자연의 햇빛공기생물들이 스스로의 생기를 회복하고 각자의 특수성을 집합적 장field 즉 ‘개펄’이란 원초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개펄’ 연작 작업을 탐색하며 판화, 회화,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그의 회화 작업은 비정형의 색선들로 채워진다. 이는 생명의 무한한 움직임이자 잠재의식의 무질서를 표상하는 기호다. 우리는 이런 기호가 가득한 그의 그림을 보며  이미 제도화되고 전체화된 생각의 틀을 벗어나 그의 작품 안에서 해방의 감성을 만끽하게 된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서울시드니싱가포르 등 개인전 36회를 포함, 3000여 회의 기획 단체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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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송대섭 – ARTMINING, SEOUL, 2018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