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틀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를 그려온 작가 우국원.
You Are You
그의 이름 '국원'을 일본인들은 ‘쿠니모토(Kunimoto)’라 읽는다. 1976년생 작가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200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2003년 졸업 후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퍼스널 아이덴티티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여러 기업 및 브랜드와 협업하며 쿠니모토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 시기를 작가는 “페인터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간이었다”고 압축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일찌감치 선언한바 있는 그는 단 한 번도 ‘그린다’는 행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하여 에디터는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쿠니모토'를 출생지 혹은 영지(領地)를 뜻하는 '한 단어'로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각형 캔버스를 자신의 출생지로 삼은 작가 우국원, 이라고. 2009년 갤러리 반디 <New Portrait>전, 가나아트 <Intermix>전,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The Rainbow Connection> 등을 가진 이듬해인 2010년, 제32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20인에 입선하며 미술 평단에서 주목 받는 한국의 영 페인터(Young Painter)로 활동을 시작한바 있는 작가는 “아직도 저는 페인터에 대한 로망을 가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은 아티스트에 가까운 사람”이라 얘기했다. 그를 보며, 제 이름이 영원히 자라나기를 꿈꾸며 대리석 비석 대신 나무에 상처를 내고 이름을 새긴 장 콕토(Jean Cocteau)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었을까? 결국 “운명처럼 사각형 캔버스를 갖고 인생에서 승부를 보는 삶으로 들어온” 그는, 미지의 세계로 자주 떠났던 몽상가였다. 종교, 철학, 문학, 심리학,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분야를 넘나들며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구해왔으나 공부할수록 모르는 것이 점점 더 늘어나는 기현상을 겪어왔다. 이상한 현실 속에서 그는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감성과 상상들을 폭발적으로 화폭에 쏟아내 왔다.
추상과 구상을 넘어 색채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작가의 작업실은 혼돈과 질서가 혼재하는 공간이다.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서 독립되는 세계를 그려온 우국원은 <Wake up> <Keep Breathing> <Middle of Nowhere> <Say Something>< Star Man> <REDEEMED> <Querencia> 등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것이면서도 타인과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지점에 ‘이야기’들을 부단히 꺼내놓았다. 철학적인 사유가 투영된 우국원의 캔버스 '속'은 순수하면서도 거칠고 명랑하면서도 시니컬하다. 첫 눈에는 밝고 경쾌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깊은 ‘동굴 심리’를 발견하게 되는 우국원의 그림들은 머리보다는 ‘마음’의 직관에 비추어야 잘 읽히는 텍스트이다. 어찌할 수 없이 열등감의 시절을 겪는 ‘소년기(Childhood)’에 누구나가 가졌을 현실에 대한 적의와 같은 거친 상상을 떠올려보자. 드로잉과 낙서, 페인팅이 한데 조화를 이루는 화폭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꼽히는 ‘필기체의 글들’은 어떠한가. 낙서처럼 구불구불한 선으로 흘려 쓴 텍스트들은 동물이나 아이로 표현된 대상이나 그들이 놓인 상황을 설명하거나 회화적 공간에서 장식적 드로잉으로 기능하기도 하는데, 어떤 것은 명쾌하게 날아와 꽂히지만 어떠한 텍스트들은 애써도 읽을 수 없는 ‘태도’로 쓰여져 있다.
<The Ugly Duckling>, 2018. Oil on Stainless steel. 100 x 140cm
<소년을 위로해줘>를 쓰며 소설가 은희경은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 이 말이 입 속에서 맴돌았다”고, 소설을 쓰는 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소년을 “아직도 사랑한다”고 쓴다. 강렬한 컬러로 꽉 찬 화면에 그가 펼쳐놓은 ‘내면세계’는 어설픈 이해로는 해소가 불가능했던 어떠한 감정의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 깊은 통로를 지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끝에, “어찌되었든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시각적 결과물을 추구해왔다”고 함축한 작가가 오래 상상해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삶에 깃드는 행복이 무언지 조금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작품을 보며 사이 톰블리(Cy Twombly)나 쟝 미셀 바스키아(Jean Michell Basquiat)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술계에서 무언가 이루려 하는 바가 있나?’와 같은 질문은 그러므로 던져질 수 없었다.
<Ugly Duckling Theorem>, 2014. (left) <Good Morning Sun I'm A Bird>, 2017.(right)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오직 그림을 그리는 행위만이 수많은 상념들과 걱정들로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온전히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에 충실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나의 작업들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일만으로도 반나절을 즐겁고 기쁘게 보내는, 그 동작하나에 진심으로 몰입해 버리는 어린아이처럼 나의 지극히 솔직한 감정들 -행복함, 즐거움, 기쁨, 분노, 미움, 질투, 시기, 연약함, 좌절 등-에서 출발한다. 이성을 한 귀퉁이에 접어놓은 채 오직 캔버스와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교감에만 몰두한다. 그 교감, 즉 커뮤니케이션의 몰입을 통해 남겨진 나의 흔적들은 드로잉과 낙서, 페인팅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폭발할 것만 같은 강렬한 경험을 동시에 표현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_작가 노트 中
<Big Wave>, 2017. Oil on canvas. 227.3 x 181.3 cm.
최근 전시를 마친 표화랑 개인전 <케렌시아(Querencia)>와 롯데갤러리 잠실 <아트플라주(ARTPlage)> 전시는 ‘안식처’, ‘피난처’, ‘휴식’과 같은 의미로서 맥락이 통하는 주제에요. 작가에게 휴식이 되는 일은 무언지 궁금해요.
여행이요. 유일한 휴식이지요. 1년에 한 달 정도 어딘가로 떠나요. 혼자만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무언가를 공유하는 시간도 되거든요.
매년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최근 3년은 일년에 2~3회 개인전을 가져왔어요.
최대한 촘촘한 스케줄로 저를 움직여왔어요. 한번쯤은 몰아서 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요. 강제적으로 작업해왔더니 조금 지치기도 하는데, 매일 작업에 몰두하시는 화가 아버지의 모습을 봐 온 저로서는 아직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해요. 평생을 매진해온 아버지도 아직까지 예술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니까요.
<WAKE UP> <13 stories> <Redeemed> <Keep Breathing> <Middle of Nowhere> 등 개인전 주제들을 나열해 놓고 보니 작가를 성장시켜온 스토리처럼 연대기적으로 읽히더군요.
결국은 제게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니까 큰 맥락으로 연결되어 보일 거에요. 부정할 수 없어요. 제가 가져온 '현실부정'이라는 감정이 전이되어 작품에 드러나는 어떠한 전조(前兆)처럼요.
<아트플라주>전에서는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캔버스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였어요.
정고은 큐레이터가 좋은 소재를 제안해주었어요. 새로운 시도여서 재미있게 작업했고요.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은 작품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비추고, 전시장에 배치된 다른 작품들이 자연스레 반영되는 장면을 연출해요. 이 지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일단,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마음에 들었어요.
<2018아트페어도쿄>에서 일본 최대 서점인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CCC (Culture Convenience Club Co., Ltd.) 그룹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이 작품을 컬렉션했고, 홍콩 아트 센트럴에서도 출품작 모두 솔드아웃되었어요. 2009년 첫 개인전 이후 쉼 없는 활동으로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팔려나가기로 유명한 작가로 불리고 있는데요.
사람의 일생을 이루는 여러 조각들 가운데 하나로서 ‘그림’을 소유한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어떤 사람에게든 인생에 한 조각은 어떤 가치를 지니게 마련인데, 그 가운데 하나를 제 그림과 교환한 것이잖아요. 사각형 프레임에 인생을 건 작가에게는 그 부분이 유의미한 지점이니까요. 제가 하는 일에는 저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내제되어 있으니, 대단한 보상인 셈이거든요. 감사하면서 또 왜 내 작품을 선택했는지 늘 궁금해요.
구스타프 클림트는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 된다”고 했어요. 작가에게도 ‘페인터’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는 어떤 한 순간이 있었겠지요?
유년기부터 공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어요. 나름대로의 현실도피였죠. 아직까지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그 매개체가 그림이었고요. 제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스펙타클한 유년기의 경험이 많지 않지만, 그것들을 빗대어서 지금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제가 아는 지식 안에서 작업이 나오잖아요.
‘식구들’이라는 제목의 시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이미 이해한 세계는 떠나야 한다.’ 동양 화가 백초 우재경 선생이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는 음악가에요. 작가는 화가의 길을 거부했었으나 운명처럼 결국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고요. 가족이라는 세계는 작가에게 어떠한 환경이었나요?
자립을 독려하게 만든 세계였어요. 부모님의 자녀 교육 스타일은 애정 과잉에 가까웠거든요. 어쩌면 그래서 무뚝뚝한 스타일의 사람이 되었나 봐요. 일본에서 지낸 6년은 온전히 제가 이뤄가는 시간이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디테일하게 생각하다 보면 분명히 제게 영향을 미쳤을 우리 부모님의 성장 과정과 환경, 살아왔던 모습들을 파고 들어가게 되거든요.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려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떠났어요. 사랑하지만 분리를 해야 해요.
예술가 그 자신이 곧 예술이 되는 성취를 “성공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아(自我, ego)의 크기가 몰지각하게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되곤 한다. ‘슈퍼 사이즈 에고(super-size ego)’에도 등급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보통 크기의 자아를 지닌 채 위대한 예술가가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얘기한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자아 확장에 영향을 미친 특정한 경험이나 행위, 습관 같은 ‘비범한 에고 트립(ego trip)’에 대해 이야기한바 있어요.
작업과 삶이 일치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있어야만 한다고 보거든요.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으려 하고, 정직하게 살며 작업하려고 노력해요.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여야 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요. 어쨌든 전시를 통해 저는 자아성찰을 하며 더 성숙되어 가고 있지만, 전시를 열고 작품을 보이는 일은 스트레스가 커요. 언젠가는 작업과 제 삶이 혼연일체가 되는 단계에 이르기를 바라요. 그게 내공 아닐까요?
<Confessions>, 2018. Oil on canvas. 162.2cm x 260.6cm.
한창 작업 중인 작품에 황금빛은 마치 영감의 광맥처럼 느껴져요.
작년부터 골드 컬러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기존에 유화에서 흔하게 쓰지 않은 색인데, 저는 색에 대해서 집착이 있어요. 제가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색을 계속 찾으려고 해요. 그런 면에서 골드를 다시 한번 주목한 시즌이 아니었나 싶어요. 우리 세대에 미술했던 사람들은 자라온 환경이 무채색에 가까워서인지 색깔이 다 비슷해요. 컬러라는 것은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으면 못 써요. 미제와 일제 물건을 일찌감치 접했던 우리 세대가 가졌던 판타지가 있는데,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익숙한 컬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디즈니랜드가 있는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과 없는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의 색 관념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요.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우리 이후 세대는 아마도 더 다르게 컬러를 사용할 거에요.
<Growing Up>, 2018.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내게 신기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의 순위를 꼽자면 동물이 항상 먼저이고, 그 다음이 아이와 여자이다.
남자 어른은 맨 마지막에 있다"고 얘기한 작가는 최근 표화랑 개인전 <케렌시아>를 통해 '성장'에 실마리가 되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그림에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물감의 텍스처는 손으로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켜요. ‘거친 선과 색감에서 느껴지는 야수적인 느낌과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성과 같이 상충되는 이미지들이 균형을 유지하며 화면 속에 배치된다’는 평을 받아 왔는데요,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즉흥성’이란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어떠한 감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나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전시를 다녔고, 여러 작품을 만져본 경험이 있어요. 마음에 수집품처럼 만져보지 못한 작가들 리스트가 있었어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회화는 손으로 느끼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을 대보면 그 에너지가 느껴지거든요. 아트 페어에서 제 작품을 아이들이 만져서 고친 경우가 몇 번 있어요. 애들은 무조건 만지고 싶어하니까요. 아크릴 물감을 많이 사용하는데, 제 작품을 액자에 넣어 감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두고 보기를 추천해요. 먼지가 쌓이는 대로 두는 게 맞지 않을까요? 어차피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언젠가는 없어질 텐데.
영원한 예술로서 남기기를 원하지 않나요?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 우리들끼리 뭔가를 남긴다고 해서 어떤 큰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요.
일상에서 작가가 에너지를 얻는 대상은요?
작업 외 시간은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보내는 편이에요. 열정이 있거나, 선하거나, 파워가 넘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죠. 그들 삶 속에 제가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셈인데,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요.
한 달에 네 점을 완성할만큼 작업에 매진해왔어요. 앞으로 예정된 전시들은요?
8월 표화랑 그룹전과 호텔아트페어, 9월에는 갤러리조은과 함께 파리 전시에 나갈 거에요. 10월에는 지갤러리와 표화랑을 통해 키아프(KIAF) 참가, 11월에는 청담동 레스빠스71 그룹전이 있어요. 12월에는 여행을 떠날 계획이고, 내년에 개인전을 열 생각인데 어떤 갤러리와 큐레이터와 함께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한창 고민 중이에요. 어쩌면 내년에 뉴욕에 작업실을 오픈할 수도 있어요. 메이저리그로 가보려고요. 사람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머물며 작업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WRITE 장남미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PHOTOGRAPH 박우진 (키메라앤스튜디오) VIDEO 황승헌(매거진 아트마인 영상 매니저)
'거친 선과 감각적인 색감에서 느껴지는 야수적인 느낌, 어린 아이와 같은 수수성과 같이 상충되는 이미지들이 균형을 유지하며 화면 속에 배치된다'는 평을 받아온
우국원은 여러 도구들 중에서도 자신의 손가락을 사용하는 '핑거 페인팅'을 즐겨 한다.
스치듯 지나는 이미지들 가운데 작가의 감각에 닿는 것들을 스크랩해둔다. 스케치를 하지 않는 작가에게 이것은 밑그림에 도구가 아니다. 대담하게 색을 사용하는 작가는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사용하는데, 최초의 색을 저장해두는 방편으로 작업실 한 쪽에 자신만의 컬러 차트를 만들어 두었다.
“나는 생각하며 살고 싶고, 삶의 본질적 사실들만 접하고 싶고, 삶의 가르침을 배우고 싶고,
살아보지도 않고 죽음을 맞고 싶지 않아서 숲으로 들어갔다.' (Henry D. Thoreau, Walden)
<월든(Walden)>에 나오는 소로의 이 문장은 현재의 순간을 무시한 채 어제와 내일의 삶에 집착하는 것은
아예 삶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의 생각이 지난 날의 영광과 패배를 재현하거나
미지의 내일을 공상하고 있을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순간들에 대한 인식은 막혀버리고 만다.
현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끝없고 부질없는 자기 분석에서 벗어나
현재에 머문다는 것이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인 것이다.” _ KUK-WON WOO
우국원 | KUK-WON WOO
책, 음악, 동화,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등 일상의 다양한 경험들로부터 작업에 모티프를 얻어 머릿속에 우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유연한 손놀림으로 그려내 왔다. "인간의 내면을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컬러를 사용해 폭발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도쿄 디자이너 대학(Tokyo Designer Gakuin College)을 졸업하고 2010년 중앙미술대전 입선, 2011년 베이징 콜 아트 레지던시 (Col Art Residency) 경력이 있다. 살롱드에이치(Salon de H), 갤러리 반디트라소(Gallery BandiTraso), 인사아트센터(INSA Art Center), 이유진 갤러리(Lee Eugean Gallery), 표화랑(Pyo Gallery), 롯데갤러리(Lotte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예술의전당, 가나아트, 갤러리 아트사이드, LIG 아트 스페이스, 서울대학교미술관, 스페이스 K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대학교미술관, 코오롱, 일심문화재단, 매일유업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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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우국원 – ARTMINING, SEOUL, 2018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