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의 막이 올랐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 예술가’라는, 현존 작가로서 최고의 명성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그가 걸어온 60여년의 작업 여정을 그의 대표작 '더 큰 첨벙'을 포함한 133여점의 작품들과 떠날 수 있다.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 헬렌 리틀(Helen Little)이 직접 추천한 5점의 작품이 관람 전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WRITE 이보현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에디터) ALL RESOURCE 서울시립미술관 (1833-8085)

호크니 컬렉션 중에 가장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더 큰 첨벙>(1967)은 작가의 독창성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대 영국의 미술계 스토리의 핵심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1964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이 도시를 그리기 시작한 호크니는 미국의 도시성과 이국적인 문화, 현대적인 건축물과 라이프 스타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물’이란 어려운 소재를 다루면서 순간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에 몰두했다. 세밀하고 꼼꼼한 묘사를 통해 수주에 걸쳐 물의 형태를 그려낸 호크니는 우연성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는 당시 유행하던 액션페인팅 양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강조한 이 작품은 당대 회화적 장면의 인공성을 부각하는 작품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1971년에 완성된 작품 <클라크부부와 퍼시>는 완성된 직후 테이트미술관이 인수하였고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큰 사랑을 받았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세계에 감성적으로 반응하며 이미지를 제작했던 호크니는 인물과 공간 그리고 깊이를 조화롭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패션디자이너인 두 부부의 런던 신혼집 아파트를 택한 이유를 두고 호크니는 “침실의 부드러운 빛이 마음에 들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인물의 광채를 활용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묘사가 어려운 디테일과 가시성을 확보하였다. 구도와 비율을 맞추기 위 호크니의 수많은 습작도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호크니가 ‘움직이는 초점’이라고 지칭한 시기에 그려낸 작품들은 원근, 기억, 공간에 대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는 복합적인 실내 풍경을 담고있다. 중국의 두루마리 회화를 발견하고 ‘이것이 시공간을 다루는 훨씬 우월한 방법이다’라고 말한 호크니는 혁신적인 판화기법을 통해 3차원의 실재를 2차원으로 옮기는 방법을 탐구했다. 여러 시점과 좁고 긴 구도를 통해 표현된 파노라믹한 내부 공간과 풍경을 가진 작품은 관객이 작품을 따라 이동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테이트 미술관의 헬렌 리틀 큐레이터는 “본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되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은 50개의 작은 패널이 모여 가로가 4.5M 세로가 12M에 달하는 하나의 대형작품을 구성한다. 1990년대 초 사진의 보급으로 인해 주의 깊게 공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그는 야외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사진 촬영과 컴퓨터 기술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일상의 웅장한 풍경을 담아냈다. 자랑스러운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기반한 호크니의 아이코닉한 작품들은 영국 고향의 풍경과 나무가 주는 공간적인 전율을 전달한다.

세상을 보는 보편화되고 일원화된 기존의 방식과 작품을 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해온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과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를 포함하여, 전시의 거의 모든 작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이를 통해 각 시기별로 호크니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했던 다양한 예술적 도전을 목도할 수 있다. 특히 테이트 미술관에도 아직 선보이지 않은 최근작 <2017년 12월,스튜디오에서>는 큐레이터 헬렌리틀이 '한국으로 출장 오기 직전에 건네받은 따끈한 신작'이라고 전했다. 전시 가장 마지막에 만날 수 있는 이 작품 속 노년의 데이비드 호크니를 바라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데이비드호크니>전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열린다. 관람시간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며,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https://www.davidhockney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