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은 우리 자연이 가진 정신과 사상까지도 화폭 안에 구현하고자 하였는데, 그의 대표작 <인왕제색도>를 정원으로 새롭게 구현하는 프로젝트 <제3의 자연 Das dritte Land>이 베를린 시민들과 남북의 화해를 소망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Write 장용성(<아트마인> 독일 통신원)  Cooperate www.keumprojects.com, 한석현 작가

Project Das dritte Land, Installation view © Christian Frey
Project Das dritte Land, Installation view © Christian Frey

조선시대 후기 미술계에서 대두된 ‘진경‘ 화법은 단순히 자연의 외관을 사생하여 그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예술에서 새로운 관점과 화법이 태동한다는 것은 당시의 사상적 변화가 이미 큰 진폭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진경산수의 아이콘처럼 다뤄지는 겸재 정선은 우리 자연이 가진 정신과 사상까지도 화폭 안에 구현하고자 하였는데, 그의 대표작 <인왕제색도>를 정원으로 새롭게 구현하는 프로젝트 <제3의 자연 Das dritte Land>이 베를린 시민들과 남북의 화해를 소망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프로젝트 <제3의 자연>은 한국인 작가 한석현, 김승회가 참여하였으며 전체 기획은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금화 큐레이터(금아트프로젝트)가 맡았다. 프로젝트의 발단은 오랜 시간 식물과 자연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온 한석현 작가의 작은 아이디어였다. 남과 북의 식물로 정원을 꾸미고자 했던 그의 생각은, 미술과 조경의 소통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김승회 작가와의 협업, 김금화 큐레이터의 기획, 그리고 많은 이들의 응원과 참여 속에 지난 5월 23일 베를린의 컬쳐 포럼(Kultur Forum) 광장에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Das dritte Land
Das dritte Land
Ein Künstlergarten am Kulturforum Berlin, von den Künstlern / by the artists Seok Hyan Han, Seung Hwoe Kim, Kurator/Curator Keumhwa Kim (Keum Art Projects), 24.0519 - 15.11.19
Ein Künstlergarten am Kulturforum Berlin, von den Künstlern / by the artists Seok Hyan Han, Seung Hwoe Kim, Kurator/Curator Keumhwa Kim (Keum Art Projects), 24.0519 - 15.11.19

<제3의 자연>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모본으로 삼아 구현한 인공정원이다. 한반도 남쪽의 야생화 32종, 북쪽의 야생화 13종, 총 45종의 야생화 1500점을 베를린으로 가져와 정원을 설계하였다. 이를 위하여 남측의 백두대간 수목원과 북측의 조선 중앙 식물원, 베를린의 보타닉 가든, 성 마테우스 재단등 공공기관이 협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160여명이 소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여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거액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미술이 단순히 이미지를 감상하고 미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적인 파장과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조선시대 학자들의 정원은 그들 나름의 낙원, 즉 유토피아의 구현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프로젝트 <제3의 자연>이 성사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평화와 화해를 향한 동시대인들의 염원이 대변된 것이다. 오늘날 유토피아가 가지는 의미는, 그것을 실제화한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인류와 문화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기가 되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야생화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5월 23일부터11월 15일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되며,베를린 컬쳐 포럼의 성 마테우스 교회 광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남과 북의 통일을 넘어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꽃피우는 예술적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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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Project Das dritte Land, Installation view © Christian F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