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공예가의 작업실은 사계절을 비껴간다. 12년간 유리를 만져온 이태훈 작가의 작업실 역시 사시사철 1200℃ 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맴돈다. 고온의 불꽃에도 그을린 흔적 없이 ‘투명함’을 지켜내는 유리의 물성을 한껏 돋보이는 이태훈 작가는 여전히 유리의 매력에 빠져있다.

WRITE 이보현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에디터)  ALL RESOURCES 이태훈

국내 최초로 남서울대학교에 유리 전공학부가 개설되던 해, 이태훈 작가는 흥미에 이끌려 유리의 길에 들어섰다. “용융되어 있는 유리가 식어가며 점차 형태가 완성되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작가는 한 번도 작업을 포기한 적 없었다. 공예 작가를 꿈꾸던 학부생 시절,  “무엇을 생각하고 만들던 네가 만드는 것에 값어치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별로라 하더라도 전 세계 어딘가에 네 작업을 좋아하는 단 한 사람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교수님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작업하다 벽을 마주했다 느낄 때 조차 이태훈 작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도약을 거듭했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리 전문 미술관 ‘제주 유리의 성’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여러 공방을 거치며 작업에 대한 꿈을 지속해적으로 키워왔다. 국민대 유리 조형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글래스 블로잉Glass Blowing' 이라는 유리 불기 기법을 주특기로 연마했다. 굴절률이 큰 유리의 투명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1200℃ 가마에서 유리를 불고 만지는 과정을 수십차례 반복한다. 노동집약적인 작업과정이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도 타협하지 않는다. “결과물의 만족도는 사소한 차이에서 결정돼요. 유리 안쪽에 들어가는 내화물이나 의도치 않은 기포를 잘라내고 작업하는 것, 산소 토치를 사용하여 유리를 부분 가열 할 때 적절한 온도 조절로 유리가 끓는 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 파이프 자국을 녹여서 깔끔하게 없애는 과정에 가장 공을 들입니다"라고 전했다.

 

고온을 견딘 유리가 식으며 고체화 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기술을 쌓는다는 것,
유리 공예 작업의  큰 즐거움이다.
-이태훈

 

이태훈 작가는 오브제성이 강한 작품과 상품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유리공예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부도 박물관에서 꾸준한 작품활동을 보인 작가는 최근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디자인부터 제작, 유통 판매까지 모두 스스로 다룬다. 최근 KCDF 스타상품 공모에 당선되어 선보인 'I’s 유리컵 시리즈'의 위트있는 디자인은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투명한 유리잔 안에 마치 얼음조각이 담긴 듯 착시현상을 이끄는 작품으로 음료를 마시며 시각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에 입점한 작가의 장식용 와인글라스 역시 기품있는 식사 시간에 분위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피규어 작업은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간에 유리와 어울리는 소재를 찾아서 함께 사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시화한 <버려지는 것도 아름답다II>를 포함한 곰 시리즈는 유리와 솜의 결합이 돋보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데 큰 기쁨을 느끼는 작가는 가죽, 섬유, 금속, 돌 등 다양한 재료와 유리의 콜라보를 계획하고 있다.

6월 청주 한국 공예관 전시와 2019년 공예 트렌드 페어에 참가할 예정인 작가는 “꾸준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며 느림의 미학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관객과 가까이 소통하길 꿈꾼다. 소박함이 묻어나는 이태훈 작가의 작업은 서래마을에 있는 지아가가 갤러리와 종로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KCDF 샵에서 만날 수 있다.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창작하는 모든 작가에게 ‘파이팅!’이란 메시지를 전한 순간의 이태훈 작가는 마치 유리처럼 빛났다. 

 

지아가가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태훈 작가의 유리조명
지아가가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태훈 작가의 유리조명
버려지는것도 아름답다II , glass,cotton, 60 x 40 x 23 cm
버려지는것도 아름답다II , glass,cotton, 60 x 40 x 23 cm
2018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I's 유리컵 시리즈
2018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I's 유리컵 시리즈
이태훈 작가의 2018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I's 유리컵 시리즈
이태훈 작가의 2018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I's 유리컵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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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 유리공예가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국민대학교 유리조형 디자인 대학원에서 전문적으로 유리를 배웠다. 12년 넘도록 Glass blowing 기법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담은 유리 오브제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 유리의 성, 대부도 유리박물관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유리 공예의 저변을 넓히는 다채로운 유리작업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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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이태훈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