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메이페어(Mayfair)의 중심, 현대미술을 다루는 상업 갤러리 빅토리안 미로(Victorian Miro)는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면 들어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알 수는 없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공간이다. 그레이손 페리(Grayson Perry)의 이번 전시 <Super Rich Interior Decoration>는 화려한 테피스트리와 도자기 작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WRITE 이윤지(매거진 아트마인 영국 통신원) PHOTOGRAPHY Victoria Miro, London/Venice
화려한 작품의 이면에는 돈과 힘의 이야기, 권력과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 그들의 욕망으로 대립되어 엉망진창이 된 사회가 보인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대놓고 놀려 댄다. 전세계의 부자들이 모여있는 영국 런던의 중심에서 그들에게 웃으며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작가가 몇명이나 될까? 그는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며 백남준의 말을 인용했다. “예술가들은 그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의 손을 항상 물어야 해요. 너무 세지 않게(the artist should always bite the hand that feeds him – but not too hard).” 그는 절묘한 완급 조절에 성공했다.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는 부자나 정치가 등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집, 그 집 어딘가에 놓여질 모던한 인테리어 장식에서 시작했다. 작가는 리서치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커다란 거실 중앙에 걸린 추상 회화 작업을 발견했다. 그리고 테피스트리 작업 ‘Very Expensive Abstract Painting’을 제작했다. 형체없이 흘러내리는 화면 중앙으로 굽이 흐르는 템즈강 주변에는 부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나열되어 있는데, 검은 도시를 파고드는 강줄기는 마치 선악과를 따먹으라 유혹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뱀의 형상을 떠오르게 한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굴러다니는 골목, 침낭을 깔고 누운 노숙자와 그 옆에 자리잡은 강아지 한 마리, ‘Don’t Look Down’은 좌대 위에 놓인 앤티크 램프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램프에 새겨진 사람들은 화려한 매니큐어와 값비싼 보석과 시계를 두르고 와인잔을 손에 든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들은 기부를 위한 자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나를 내려다 보지 마!”라고 외치는 노숙자를 은은하게 비추는 램프는 따뜻하기보다 서늘하고 슬프다. 작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두 작업을 전시에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언급하며, 이런 불편한 감정들이 전시 전체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양극의 극명한 상황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은 누구나 자신을 대입해 어떤 방식으로든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내년 1월 영국 바스의 홀번 박물관(Holburne Museum)에서는 그래이손 페리의 초기 작업을 보여주는 <Pre-therapy Years>전이 열린다. 페미니즘, 성과 계급의 문제를 다루는 그의 작업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유년시절이 중요한 열쇠인데, 콜라주 영상, 조각, 세라믹 작업 등 초기 작업을 통해 유년시절의 혼란과 방황이 어떻게 작업을 통해 해소되었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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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Grayson Perry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 Grayson Perry/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