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드로잉을 시작했던 서신욱 작가는 한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데 한계를 느끼고 순수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런던에서 유학을 시작했다. 올해 초 다니엘 벤자민(Danial Benjamin) 갤러리와의 인터뷰에서 큐레이터 안드레아(Andrea)는 서신욱을 ‘주목해야 할 작가’로 꼽았다. 작업이 품고있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문화, 그 가운데에서도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들이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정적인 캔버스를 벗어나 설치와 영상까지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며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서신욱 작가, Unit1 Gallery는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서신욱 작가의 <Man(u) Fractured>를 선보인다.
WRITE 이윤지(매거진 아트마인 영국 통신원) COOPERATION Unit 1 Gallery
제조된 사회, 그리고 균열
<Man(u) Fractured>
서신욱 작가는 다니엘 벤자민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다수의 그룹전과 페어에 참여했고
슬레이드(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며 2019년 바쁜 한해를 보냈다.
전시장은 거대한 사회를 함축해 놓았다. 삶에 갇혀, 혹은 그 무게에 눌려 체감하지 못했던 사회의구조와 힘의 상하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 공간은 끝없이 펼쳐진 사회 어디쯤에서 살아가고 있을 우리의 모습을 찾게 한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념, 이데올로기를 탐구한다. 내면의 자아와 부여된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상충했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얻었다. 작업에는 상징적으로 대비되는 손의 형태가 등장한다. 규격에 맞춰 찍어내는 납작하고 흐느적거리는 손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동한다. 기계장치에 매달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사람의 형상과 바닥에 널브러진 손의 형상은 무력해 보인다. 곳곳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폭력을 가하는 단단하고 묵직한 형태의 손은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의 중간 감시자, 최종 포식자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손은 여러가지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는 영화적 촬영 기법의 레퍼런스를 제 작업에 투영했습니다. 영화에서 카메라가 손을 의도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등장인물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입니다. 제 작업에 등장하는 모든 신체는 얼굴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얼굴을 통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의 성별, 나이, 인종, 일차적 심리상태 등을 엄폐하고 신체를 완벽한 익명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시도입니다. 또한 손이라는 신체의 일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의 심리상태와 감정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거대한 공장을 형상화한 구조물은 산업혁명이 불러온 자본의 세계이며, 그 안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성찰적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시각적인 표현은 ‘억압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차원적이고 무한한 공간’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Unit 1 갤러리의 지원을 받게 된 작가는 내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2020년 상반기의 여러 그룹전과 하반기 다니엘 벤자민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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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서신욱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Shinuk Suh, Unit 1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