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아트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클라우드 프로그램에 작품이 저장되고,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로 미술품을 관리하고 구입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아르테이아(Arteïa) 대표 올리비에 마리안(Olivier Marian)이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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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는 더 이상 경제 전문가만의 용어가 아닙니다. 이미 미술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죠.”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아트 컬렉터 올리비에 마리안은 10년 전부터 이런 분위기를 예측했다. 그는IT 엔지니어로 마리안 가문 대대로 이어온 폭넓은 아트 컬렉팅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떠올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강력한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갖춘 시스템이 필요했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원하는 정보만 공유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해답이었어요. 이를 통해 위작 시비, 저작권 문제 등 아트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아이디어는 곧 비즈니스가 되었다. 올리비에 마리안은 각자 가문의 아트 컬렉팅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마렉 자비키(Marek Zabicki)와 필리프 겔만(Philippe Gellman)를 만나 2016년 아르테이아를 론칭, 현재4개국 30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올리비에 마리안이 생각한 것은 컬렉터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서비스다. 그가 소개한 아르테이아 컬렉트는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의 웹 브라우저로 개인 수집품 목록을 만들고 수집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프로그램. 현재는 100여 명의 컬렉터가 합류해 6만여 점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월정액을 내면 ARTK 토큰을 받는데, 토큰 금액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현재는 셀러와 바이어를 연결하는 P2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아르테이아 공동 대표 필리프 겔만(Philippe Gellman)이 웹사이트 로그인한 후 접속해서 보여준 지하루 시오타(Shiota Chiharu) 작품 정보.
작품 정보를 기입하면 관련된 상세 정보와 가격 변동 이력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는 이미 미술 시장 깊숙이 침투했다. 2017년 여름, 런던 다디아니 파인 아트(Dadiani Fine Art) 미술관이 블록체인 플랫폼 메세나스 파인 아트(Maecenas Fine Art)와 협력해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의 1980년 작품 ‘작은 전기 의자’ 14점의 49% 지분 경매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진행했고, 2018년 크리스티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예술품 등록 업체인 아토리(Atory)와 함께 바니 A. 앱스워스 컬렉션 경매 기록을 암호화해 저장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국내에도 예가 있다. 열매컴퍼니는19명의 100만~500만 원 소액을 모아 김환기의 ‘산월’을 4500만 원에 구매했는데, 공동 소유권은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에 저장했다. 구매자들은 작품 확인서를 소유하고, 작품은 열매컴퍼니 라운지에 보관한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아트 작품과 한 배를 타고 순항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트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나요?
블록체인 기술은 일종의 암호 기술입니다. 미술품의 소장 이력, 가격 설정, 수수료 등 자세한 정보를 암호화해 디지털 인증서를 발행하는 식이죠. 쉽게 말해 작품 꼬리표가 평생 달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하고,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되니 거래 자체가 투명해질 수밖에 없어요. 중간 거래자 없이 판매자와 구입자가 직접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미술품을 주식 배분하듯 소유권을 나누어 판매나 렌털로 얻은 수익을 나눌 수도 있고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 화폐를 이용해 미술 작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거래 수수료나 환율 등 아트 시장 전체를 감싸고 있는 여러 장벽이 무너집니다. 혁명이라 할 수 있죠.
이런 변화에 따라 컬렉터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지요?
10년 후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재진행형입니다. 컬렉터들은 작품 구입뿐만 아니라 작품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런 디지털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소장 작품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관련 재무, 보험 정보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살펴볼 수 있어요.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작품을 판매하는 등 더욱 정확하고 현명하게 작품을 소장할 수 있죠.
어떻게 미술품이 깨끗한 방식으로 거래된다는 것이지요?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에서 늘 등장하는 위험 이슈가 불법 자금이었어요. 암호 화폐를 구입하는 식으로 검은 돈을 세탁하는 경우가 있었고, 익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니 더욱 위험성이 높았죠. 하지만 아르테이아의 경우 자체 화폐(ARTK 토큰)를 발행받으려면 KYC(고객 정보 확인), AML (자금 세탁 방지) 프로그램을 거쳐야 합니다. 불법 현금 거래 내역이 없는 이들만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한 단계 더 나아가 평판 시스템을 도입할까 생각합니다. 일종의 신뢰성 지표를 만들어 상대방이 믿을 만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받는 것이죠.
여전히 갤러리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각하는 인식이 커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로서는 반감이 있겠죠.
디지털 플랫폼이 추구하는 시장은 갤러리가 움직이는 1차 시장과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아트 경매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이 메인 타깃이죠. 현재 온라인 미술품 거래 시장을 보면 미화 5,000달러 이하 가격대가 많아요. 가격대가 낮은 작품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틈새시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갤러리에서 3,000달러의 작품을 구매하고 2년 후 다시 판매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할까요? 5,000달러 이하 작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는요? 경매 회사를 이용하면 높은 수수료가 걱정되고, 감정가나 위조 여부도 불완전하죠. 이런 경우 디지털 플랫폼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갤러리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갤러리스트가 전시 작품을 찾고, 구입할 때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어요. 상생 관계인 것이죠.
아르테이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경매 수수료가 30%인 데 반해 현재 아르테이아 수수료는 3%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낮출 계획입니다. 또 미술품 중 50%에 진품, 복제 여부 문제가 있는데, 블록체인을 통해 위조할 수 없는 디지털 인증서가 진품을 보장해줍니다. 전자 인증서에는 어떤 전시회, 기관에 작품이 대여되고 거래되었는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전문가 조언 서비스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거래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매칭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현재 아르테이아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암호 화폐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코인 발행(Initial Coin Offering, ICO)이나 토큰 제도 같은 것이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았죠. 앞선 나라는 미국과 스위스입니다. 아르테이아와 비슷한 여러 디지털 플랫폼이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죠. 회사 차원에서도 그런 투기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제한을 두고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각자 웹사이트 내 백서를 통해 정체성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어요. 아르테이아의 경우 지난 4월ARTK 토큰을 공식적으로 알렸고, 웹사이트(https://blockchain.arteia.com) 내 백서를 통해 허용 범위와 법적 내용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그렇습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관리당국(FINMA)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을 지불형(payment), 유틸리티형(utility), 자산형(asset), 세 가지로 구분하고 기존 주식 혹은 채권처럼 물리적 자산이나 수익, 배당금, 이자 등을 제공하는 자산형 토큰만 자금 세탁 방지 규정 등 기존 증권법 규제를 받고 있어요. ARTK 토큰은 유틸리티형에 속하는 것으로, 한국뿐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 아트 플랫폼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유럽의 경우 많은 부분을 인정 받고, 인식 또한 열린 편입니다. 프랑스 미술 기업 카이에다르(Cahiers d’Art)와 제휴해 최초의 디지털 카탈로그를 개발하기도 했고요.
한국 시장에 아르테이아가 알려진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갤러리스트가 주도하던 시장이 컬렉터 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컬렉터가 직접 나서 수집품을 관리하고, 보험, 대출, 배송을 관리하며, 금융 대시보드를 사용해 수집품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고, 판매와 구입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워낙 기술력이 좋으니 비슷한 사이트가 다양하게 생길 것입니다. 이제는 아티스트, 컬렉터, 갤러리스트 모두 창의적으로 기술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작품을 컬렉팅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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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아르테이아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아르테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