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ART FAIR IN BRISTOL, 2018

브리스톨 기차역에서 열린 디 아더 아트페어 2018 전경



아티스트의 드로잉을 프린팅해 에코백으로 판매했던 방문객 라운지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전 세계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온라인 갤러리’는 예술을 소비하는 신진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온라인을 통해 작가를 홍보하고, 작품을 판매해 전 세계 콜렉터에게 배송하는 웹사이트 가운데 ‘사치 아트SAATCHI ART’는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 찰스 사치가 설립해 운영하는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의 자회사로 출범, 이제는 젊은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하고 싶어하는 온라인 갤러리로 확고한 정체성을 뿌리 내렸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온라인으로 살피고 구매 하는 것에 여전히 의문을 가지는 이들을 위해 실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오프라인 장터를 마련했으니 '디 아더 아트페어The Other Art fair'가 그렇다. 온라인을 통해 평소 눈여겨 보던 작가들의 작품을 눈으로 보고, 작가와 대중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아티스트 중심의 페어를 새로운 대안으로 확장 중이다.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촌 도시, 브리스톨에서 올해 4회를 맞은 디 아더 아트 페어. 지난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유서 깊은 기차역에서 사흘간 열린 페어에는 전 세계 아티스트 100인이 참석했다. 작가들은 직접 못을 박고 전시에 판매할 작품을 걸며 자신 만의 부스를 꾸미고 홍보와 판매에 열성을 다했다.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 런던에서 출범한 디 아더 아트페어는 성공에 힘입어 브리스톨은 물론, 시드니와 멜번, 뉴욕, LA, 시카고로까지 페어를 확장했다. “차세대 YBA를 발견하려면 디 아더 아트페어를 가라(Visit The Other Art Fair to discover the next YBA)”는 이야기가 미디어 사이에서 나돌 만큼 매 전시는 호평 속에 마무리 되어왔다.
여느 아트 페어와 디 아더 아트페어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키워드를 중심으로 디 아더 아트페어의 특징, 올해의 전시 이슈를 몇 가지 키워드에 담았다.


아티스트가 직접 적은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품가격이 인상적이다.
£100~£1000
작품 가격을 매기고 판매와 흥정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작가가 담당한다. 사치 아트 측은 작품 가격이 £100~£1000(한화 약 15만원~150만 원) 선에서 거래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작가들은 이 안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판매한다. 사흘간 판매하는 작품 수도 작가가 정하는데, 준비한 작품들이 일찌감치 판매되어 매일 개장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거는 작가들도 눈에 띄었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작품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 이유다. 바이어가 작품구매를 희망하면 작가와 함께 판매 관련 양식을 담은 전표를 작성해 행사장에 마련된 사치 아트 공식 창구로 향한다. 그곳에서 작품 패키징, 운송방법, 배송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를 나누는데 사치 아트 측에서 배송을 담당한다. 가구를 구입하듯 10개월 무이자 분납 할부도 가능하다.

Directly talk to Artists
디 아더 아트페어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들이 전시 부스를 설치하고 작품을 선별해 직접 판매한다는 점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미국 작가 에리카 하우저Erica Hauser는 이번 페어를 위해 작품을 들고 미국에서 영국 브리스톨까지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클래식카를 밝고 화려한 색감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즐기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0호 미만 사이즈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영국 컬렉터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하는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찾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는 내게는 이처럼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드물다”고 설명한다.
작품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재료는 무엇인지 등 작품을 마주하며 드는 즉흥적인 궁금증을 언제든 해당 작가에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미래의 잠재적 컬렉터와 대면하고 그들의 컨텍 포인트를 확보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으니 참석할 가치가 충분하다. 많은 작가들이 행사장을 찾은 고객들의 이메일, 인스타그램 아이디 등을 묻고 즉석에서 ‘친구를 맺는’ 풍경이 신선했다. 특히 작가 사라 니드햄Sarah Needham의 행보가 인상적. 자신 만의 피그먼트를 연구해 마치 염색천의 단면을 보는 듯한 회화로 유명한 작가는 페어가 끝난 뒤에도 이메일을 보내 작품이 몇 점 판매됐고, 본인의 작품을 어디에서 더 찾아볼 수 있는지, 향후 예정된 전시와 CV 등을 꼼꼼하게 보내왔다. ‘바이어와 아티스트’가 직접 적으로 대면하는 페어 만의 장점을 집약한 부분이다.
MINI INTERVIEW
제시카 차우Jessica Chow | Art Director

Q1: '사치 아트'가 생소한 이들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런칭한 온라인 갤러리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사치 갤러리 산하에 있었지만 지금은 독립해 미국 LA에 기반을 두고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온라인으로만 작품을 판매하지만, 여전히 ‘사치’라는 브랜딩 이미지가 여전히 주효하는 것 같다.
Q2 : 사치 아트에 한국 작가들이 많은데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나.
전문 선정위원들이 작가들을 직접 선별한다. 아무래도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에 중점을 두고, 누가 봐도 진짜 재미있는(excited) 작품을 뽑는데 집중한다.
Q3: 디 아더 아트 페어가 갤러리가 아닌 작가들을 중심으로 내세우는지 특별한 이유는?
대부분의 아트페어가 갤러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화하고자 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데 갤러리를 운영하는 등 자신 만의 세일즈 플랫폼이 없으니까. 우리가 운영하는 아트 페어가 작가들에게 그런 창구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Q4: 작가들은 페어에서 몇 점을 판매할 수 있나? 판매 작품수에도 정해진 규정이 있을 것 같은데.
한 작가당 10점까지 자유롭게 판매 가능하다. 작가들이 가격 흥정도 한다. 그들이 판매 주체로 참여하고 콜렉터들의 니즈를 듣는 자리다. 보통 페어 마지막 날 몇 점씩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Q5: 온라인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사치 아트'는 어떤 곳인가?
페어가 15퍼센트를 가져가고 아티스트가 85페선트를 가져간다. 갤러리가 50프로를 가져가는데 반해 우리는 작가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고자 한다. 작가들은 부스를 얻기 위해 몇 백파운드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지만. 100파운드부터 1,000파운드까지 작품가를 정한다. 런던, 브리스톨, 멜번, 시드니, 뉴욕, 시카고 내년에는벤쿠버에서 열리고. 2020년에는 유럽으로 더 확장할 계획이고, 아시아에도 관심이 있다. 다양한 도시에서 페어를 열기 때문에 선정 작가나 그들의 작품 또한 도시의 아트 특성을 반영한다. 브리스톨은 사회 비판적인 작품, 런던은 좀 더 컨템퍼러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식이다.
Q6: 메인 타깃은 누구인가?
우리 쪽에서는 25~45세 정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재 행사장을 찾는 연령대는 다양하다. 젊은 커플부터 나이 지긋한 노년 부부까지,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 구매를 희망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캐주얼하고, 리드미컬한 음악이 시종 일관 흐르는 점도 타깃이 젊다는 것을 반증한다.
런던 = 현지 취재
글과 사진 박나리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디 아더 아트페어(www.theotherartfa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