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최고의 미술 작품을 선보인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지난 6월 13-16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다. 올해는 34개국, 232갤러리, 4,00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93,000명의 관람객이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 함께했다. 바젤의 비밀병기 '언리미티드 섹션'부터 올해 10회 째인 신생 프로그램 '파쿠어 섹터'까지, 2019 아트 바젤에 관한 리뷰.

Write & Photograph 도정숙(작가, <아트마인> 통신원/ 스위스 바젤 현지)  

아트바젤 2019 전시장 전경 모습. 올해 9만3000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아트바젤 2019 전시장 전경 모습. 올해 9만3000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동시대 최고의 미술 작품을 선보인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지난 6월 13-16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다. 프랑스 피악(FIAC), 프리즈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은 미국과 남미의 컬렉터 공략을 위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 아시아권에서는 아트 바젤 홍콩을 운영한다. 전 세계 갤러리들이 출품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현대미술의 거장으로부터 이 시대 블루칩 작가들까지 살필 수 있다. 올해는 34개국, 232갤러리, 4,000여명의 작가가 참가했고 93,000명이 관람했다.
아트바젤은 메인 섹터 갤러리즈(Galleries), 주목해야 할 신진작가를 다룬 스테이트먼트(Statement), 판화작품의 에디션(Edition), 미술사에 회자된 작가를 조명한 피처(Feature),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설치, 영상, 조각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인 언리미티드(Unlimited), 블루 칩 작가와 큐레이터와의 대화 컨버세이션(Conversations), 영상물을 소개한 필름(Film), 미술관계 서적과 간행물을 보여준 매거진(Magerzine), 공공장소 설치물 전시인 파쿠어(Parcours)로 진행했다.

아트바젤 전시 전경
아트바젤 전시 전경
아트바젤 전시 전경
아트바젤 전시 전경

# 언리미티드(Unlimited) 섹터

아트바젤의 비밀 병기는 언리미티드 섹션이다. 거대한 조각, 영상, 퍼포먼스, 설치물을 선보인 인기 있는 자리다. 갤러리들이 선정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갤러리스트들이 가장 신경쓰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갤러리는 이 기회를 통해 작품 판매를 위해 그들이 주목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한다.
이 섹터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3개 대륙에서 유일하게 바젤에서만 전시된다. 2000년부터 시작한 도전적인 전시 방식으로 갤러리 부스의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미술관급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이탈리아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부터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 등 미술계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굳힌 작가들 75명이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한국 작가는 리만머핀 소속 서도호, 국제 갤러리 강서경이 출품했다.
지난 해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하며 주목 받은 강서경은 이번에 <검은 자리 꾀꼬리(Black Mat Oriole)>를 발표했다.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 중인 그의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rand)> 연작의 초석이 되는 작품이다. 서도호는 작가가 살았던 성북동 집을 재현한 가로 10m 길이의 거대한 집 모양 구조물로 관람객들을 불러 들였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의 래리 벨은 <물 커튼>에 앞뒤로 영상이 비치는 작품을, 폴 매카시는 성폭력을 비튼 가상현실 작품을 내놨다. 조각과 설치 작품의 노장들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리미티드 섹터는 비엔날레를 연상시킬 정도다.

Do Ho Suh 'Hub, 260-7 Sungbook-Dong,Sungbook-Ku, Seoul, Korea' 2017
Do Ho Suh 'Hub, 260-7 Sungbook-Dong,Sungbook-Ku, Seoul, Korea' 2017
Andreas Angelidakis  'Post-Ruin' 2019
Andreas Angelidakis 'Post-Ruin' 2019
Andrea Bowers 'Open Secrets Part I & II' 2018
Andrea Bowers 'Open Secrets Part I & II' 2018

# 국제 갤러리 & 티나 킴 갤러리

어려운 여건 가운데 근 10년 동안 꾸준히 참가해온 국제 갤러리와 자매인 티나 킴 갤러리는 이제 아트 바젤에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그것은 세계 미술 시장에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앞서 나간 자답게 후발 주자인 한국 갤러리들의 참여에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의무도 갖게 된다.
올해도 김환기, 박서보, 권영우, 유영국, 하종현, 김용익, 양혜규 등의 한국 작가와 칼더, 폰 나, 장 오토니엘 등 외국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판매실적도 그 어느 해보다 좋았다. 국제 갤러리는 김환기의 1973년 작 <평온 5-10-73 #310>이 1,000- 1,200만불에 판매했다. 한국작가의 작품이 아트 바젤 전체 거래 중 2번 째로 높은 가격이라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하종현<합동77-12>은 60만불, 이우환<78211>이 35만불에 판매 되었다.

국제 갤러리 부스
국제 갤러리 부스
국제 갤러리 부스

# 파쿠어(Parcours) 섹터

아트 바젤 여러 섹터 중 큰 반향을 일으킨 파쿠어는 올해 10회 째의 신생 프로그램이다. 메인 전시장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뮌스터플라츠 인근 박물관, 광장, 계단 등에 조각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교회에 설치한 오바의 작품은 아프리카 노예의 복음화 과정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진 흑인 착취의 역사를 비판한다. 미국 작가 카이틀린 케오흐는 바젤 시립극장 옆 계단에 회화를 부착했다. 그 옆에는 장 팅겔리의 키네틱 분수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고미술품박물관에서는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와 벨기에 작가 그룹 요스 더 흐롸이터와 헤럴드 테이스가 고대 유물 사이에 그와 비슷한 작품을 놓아 관람객이 찿아보는 재미도 더했다. 초청 작가는 하산 샬리프 같은 중견도 있지만 대다수가 젊은 신진 작가들이다.
올해 파쿠어 섹션 주제는 ‘조각품 되기의 불가능성’이다. 초청된 20명의 작품도 하나같이 조각의 개념을 파괴하지만 아트페어답게 상업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뮌스터플라츠에 설치됐던 카밀레 헨롯의 청동 조각이 30만 유로에 팔린 것이 그 예다.

파쿠스(Pacours)

# 예상을 뛰어 넘은 작품 판매

올해 아트바젤의 총 매출은 좋은 성적이다. 메이저급 갤러리들은 프리뷰에서 출품작의 70% 이상을 판매했다. 가고시안은 제프 쿤스의 <Sacred Heart>을 1450만 달러, 앤디 워홀의 대형 회화는 900만 달러에 판매됐다.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대표는 아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우환, 조엘 샤피로, 요시토모 나라, 마리 코스 등의 작품을 판매했다”며 “미술시장이 어렵다는 루머는 상당히 과장됐다”고 밝혔다.
실제 부스마다 갤러리스트와 컬렉터가 작품구매를 타진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박서보와 트레이시 에민의 페미니즘 회화 등을 출품한 화이트 큐브 갤러리는 프리뷰 첫날 200만 달러의 이우환 작품을 판매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지난 봄 아트 바젤 홍콩에서 전시 첫날 작품 전체를 완판한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Versammlung>을 2,000만 달러에 판매했다. 1920년도 사진으로 만든 군중 장면의 희귀한 것으로 올해 아트 바젤의 첫 판매 작품이자 최고가이다. 가고시안은 전체 매출이 작년의 2배이고, 하우저 앤 워스는 4억 9,220만 달러로 30점 이상이 판매 되었으며, 데이비드 즈위너 4,660만 달러, 갤러리 타테우스 로팍 14.8만 달러, 레비 고르비 14.1만 달러였다.


# 동시대 사회의 움직임을 전시장으로

아트 바젤 2019에서는 동시대 사회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전시장에 끌어들였다. ‘언리미티드’의 경우 늘 현대미술의 담론을 주도할 만한 작가들이 등장 하지만,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며 판매로도 이어졌다. 실파 굽타의 비엔날레 출품작 <나는 당신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요>가 8만 달러에 판매된 예는 시장과 권위 있는 미술제가 작품 판매에 얼마나 밀접하게 반영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아니카 이의 비엔날레 출품작은 카날 갤러리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소개됐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아서 자파의 신작도 가빙 브라운 엔터프라이즈에서 소개됐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아트 바젤 두 곳에 출품한 강서경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미투(me too)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성폭력 가해자 200명의 아카이브를 담은 안드레아 보워의 <오픈 시크릿(Open Secret)>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영화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을 비롯해 미투 움직임으로 폭로된 200명의 이름, 사진을 비롯해 가해자의 사과 혹은 변명의 말, 법적 조치 등을 자세히 공개하며 그들의 현 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언리미티드와 파쿠어 섹터에 등장한 작품은 대부분 이 시대의 문제점을 파헤친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Foundation Beyler 부스
Foundation Beyler 부스
Jeff Koons 'Sacred Heart' Magenta/Gold, 1994–2007
Jeff Koons 'Sacred Heart' Magenta/Gold, 1994–2007
아트바젤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아트 전문가를 패널로 구성한 컨버세이션(Conversation) 섹션
아트바젤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아트 전문가를 패널로 구성한 컨버세이션(Conversation) 섹션

# 왜 여전히 아트 바젤, 바젤인가?

바젤은 독일 프랑스와 인접한 교통의 요지이며 인구 20만 명이 사는 스위스의 작은 도시다. 1970년 10개국 90개의 갤러리로 시작한 미술 행사가 도시의 지리적 조건과 화상들의 노력으로 최고급 미술장터가 됐고 오늘날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트 바젤은 미술품을 사고 파는 아트마켓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매년 관람객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혁신적인 새로움을 선보인다.
라인 강이 흐르는 이 중세 도시의 중심에는 언제나 예술이 있다. 아트 바젤을 통해 시내 전역에서 펼쳐지는 특별 행사는 문화의 도시 바젤을 더욱 독특한 분위기로 만든다. 미술품이 갖는 파급은 그 어떤 장르보다 크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20년 동안 바젤의 파트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이 기업은 아트 바젤의 3개 대륙 페어를 모두 지원한다. 이같은 자국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은 문화의 힘이 갖는 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본 고장의 예술 수준과 결실은 이렇듯 해를 거듭할수록 견고해진다. 세계무대에서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미술시장은 언제쯤 뛰게 될까? 진정으로 미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그들의 자세를 흠모하면서 한국작가들의 활약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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