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트 시장의 이슈가 강처럼 흘러 넘치는 상하이 웨스트번드. 황푸강 길 위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를 지휘하고 있는 주연화 총괄 디렉터에게 인터뷰를 청한 것은 우월한 성공담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패와 위기로 터득한 갤러리 생존법에 대해, 긴장감 넘치는 중국 아트 시장 경쟁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한국 작가가 아시아 작가들과 함께 세계로 내딛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을 나누고자 함이다.

WRITE Anna Gye  PHOTOGRAPHY Onas Kim

중국 상하이, 서울,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를 총괄하고 있는 주연화 디렉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 몸을 담았고, 2013년 다시 합류해 갤러리 내부 경영과 해외 진출 분야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 2014년 상하이 지점을 열고, 2017년 웨스트번드 지역으로 옮기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중국 상하이, 서울,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를 총괄하고 있는 주연화 디렉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 몸을 담았고, 2013년 다시 합류해 갤러리 내부 경영과 해외 진출 분야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 2014년 상하이 지점을 열고, 2017년 웨스트번드 지역으로 옮기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중국 상하이 황푸강(黄浦江)이 넘실거리는 길 위에 들어선 대형 미술관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중국 아트계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한국 아트계의 위기와 두려움? 아라리오 갤러리 총괄 디렉터 주연화는 미소로 화답한다. 2012년 아라리오 갤러리 베이징 지점을 철수하고1년 반 후인 2014년 상하이 지점을 오픈할 때부터 그녀는 그 강을 바라 봤다. ‘한국 작가들 또한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함께 이 강을 건넌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릿 속을 맴돌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중국과 한국을 오갔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차세대 문화 중심지 웨스트번드 지역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중국 미술계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 컬렉터, 작가, 상하이 분점을 내고자 하는 해외 유명 갤러리의 적정한 온도를 감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2007년 아라리오 갤러리를 떠났다가 2013년 돌아왔어요.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아라리오의 실패와 위기를 점검하는 것이었죠. 갤러리의 생존법을 탐구했어요. 중국 시장 전체를 검토한 결과 아시아 미술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하이 정부가 주도해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 생태계를 구축 중이었고, 미술품에 대한 세금이나 자유무역 지구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중국은 사회적 특성상 국가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정부의 의지는 매우 결정적인 방향타예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중국으로 돌아가자,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죠.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2017년, 그녀는 황푸강이 보이는 건물, 기존보다 3배가 넘는 규모의 갤러리 공간 속에 당당히 섰다. 이제는 강이 아닌, 중국 너머의 바다를 바라본다.

기존보다 3배가 넘는 규모로 확장 오픈한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웨스트번드 지점.
기존보다 3배가 넘는 규모로 확장 오픈한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웨스트번드 지점.
전시관 A1과 A2 사이 외부 중정에 설치된 김병호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 조각에 보이지 않는 청각적인 요소를 결부시거나, 빛의 움직임, 에너지나 파장과 같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큰 반응을 받은 작가다.
전시관 A1과 A2 사이 외부 중정에 설치된 김병호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 조각에 보이지 않는 청각적인 요소를 결부시거나, 빛의 움직임, 에너지나 파장과 같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큰 반응을 받은 작가다.

2014년 전후 한국 갤러리 대부분이 중국을 떠났다.  경기 불황, 환율 상승 등 세계 경기가 위축된 것이 이유였지만, 한국 미술 시장 콘텐츠의 경쟁력이 빠르게 급변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던 탓이 컸다.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 동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아리리오에 합류한 주연화 총괄 디렉터는 아라리오를 떠나면서 미술과 경영, 두 가지 키워드를 융합하는 것을 연구했다. 성균관대 국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치고, 서울대 미술 경영 박사 과정을 수료하면서 다양한 내공을 쌓았다. 2009년에는 자신만의 비영리 공간을 설립해 운영했으며 독일 국가 브랜드 혁신회의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작품 관리 프로그램과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갤러리현대 전시 기획 실장을 거친 후 다시 아라리오 갤러리로 돌아온 것이 2013년. 한국 작가가 전진할 길은 세상 밖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란 이름으로 세계를 품는 것. 아라리오 갤러리 오너가 꿈꾸고 있는 풍경이 그녀에게도 명확하게 보였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지 못하는 것은 마켓이 작기 때문입니다. 한국 작가가 성장하는 방법은 결국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밖에 없어요. 한국 작가를 더욱 국제적인 무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마켓에서 소개하기보다 그들을 위한 전시를 많이 기획해야 합니다. 국외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협업해서 이슈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지만, 국내에 거점을 두고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수익을 창출해 작가에게 재투자하고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려면 단단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주연화 총괄 디렉터는 중국 상하이 지점을 열자마자 내부 구조를 개선하며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고자 한다면 아시아를 주제로 다른 나라 작가들과 협력할 필요도 있다. 아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 즉 식민주의, 자본주의 등을 통해 아시아 작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처럼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을 때, 단색화 시기 함께했던 다른 경향의 작가들은 누구이며, 이후 한국 미술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려줄 좋은 전시와 인문학적인 콘텐츠가 뒷받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웨스트번드 지점 개관전 <아시아의 목소리>는 그런 의지를 명확히 읽을 수 있는 전시다. 강형구를 비롯한 한국 작가 5인, 미야오 샤오춘(缪晓春, Miao Xiaochun) 등 중국 작가 9인, 고헤이 나와(名和晃平)를 비롯한 일본 작가 4인, 필리핀의 레슬리 드 차베스(Leslie de Chavez) 외 1인과 인도네시아의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 그리고 인도의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등 아시아 작가 22인이 참여했다. 지난 2월 28일에 오픈해 5월까지 개최하는 권하윤 개인전 <Si proche et pourtant si loin>은 아라리오가 찾는 젊은 작가는 어떤 양감과 질감을 지니고 있는지 살필 수 있었다. 권하윤 작가는2017년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도 소개된 1981년생 젊은 작가로, VR 기술을 이용한 독특한 작품을 만든다. “아시아 아트 파워가 커질수록 상하이는 점점 주목 받게 될 것입니다.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는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술사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을 해온 작가들과 아시아 동시대성을 작업 주제로 삼는 작가를 찾고 있어요.” ‘K-아트’가 아닌 ‘아시아 파워’로, ‘우리’만 아닌 ‘모두’의 전시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때. 주연화 디렉터는 아트 바젤 홍콩에서 그런 아시아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경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양면적 관계에 초점 맞추는 권하윤 작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3D, 가상현실(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작업을 한다.
'경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양면적 관계에 초점 맞추는 권하윤 작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3D, 가상현실(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작업을 한다.
SKF중국 최초 개인전을 연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 작품 설치 풍경. 인도 출신의 여성 작가로 상하이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이 소개되었다.
SKF중국 최초 개인전을 연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 작품 설치 풍경. 인도 출신의 여성 작가로 상하이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이 소개되었다.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아트 바젤 홍콩이 열렸습니다. 거침 없는 일정을 보내셨을 같습니다.
올해도 강행군이었죠. 27일부터 VIP 행사가 열렸고, 많은 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찾아온 이들의 눈이 즐거울 만큼 유명 작품이 등장했고, 어느 마켓보다 높은 퀼리티의 작품들이 부스를 자치했지만, 신선한 작가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없어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습니다. 좀 더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작품 자체의 가치와 의미에 집중하는 수순으로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작가의 호응도가 높았고, 어떤 작품이 팔렸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변순철 작가의 대형 누드 작품이 중국 컬렉터에게 팔린 점입니다. 처음 아트 바젤 무대에 등장했지만 큰 주목을 받고 좋은 결과까지 얻었던 터라, 트렌드와 무관하게 한국 작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엄태정, 강형구, 권오상. 조각, 사진, 회화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국제적 인지도를 다져온 작가들에 대한 주목도는 여전했습니다.

최근 아트 페어에 아트 컬렉터를 위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중국 아트 시장에서는 젊은 컬렉터의 존재감이 커져 가는 같습니다.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지점에는 아트 컬렉터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별도 프로그램은 없지만 전시 오프닝 당일 작가 토크등을 적극적으로 기획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동시대 미술 뒤에 숨겨진 작가들의 생각과 태도 등을 공유하려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컬렉터들 뿐만이 아니라 중국 미술 전문가들에게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다양한 아시아 작가(한국 작가를 포함)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죠. 예를 들면 2018년 11월 날리니 말라니 전시를 오픈하며 화상 통화로 뭄바이에 있는 작가와 화상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고, 지난 3월 권하윤 작가 전시 오프닝 때에는 민생 미술관의 부관장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VR(가상현실)을 매체로 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도 했어요.

A1과 A2관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 여러 작가의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A1과 A2관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 여러 작가의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아시아 작가를 대변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작가를 선별해 긴 호흡을 가지고 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 구성한다.  전시장 밖에는 강이 보이는 길이 있다.
아시아 작가를 대변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작가를 선별해 긴 호흡을 가지고 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 구성한다. 전시장 밖에는 강이 보이는 길이 있다.

2014많은 한국 갤러리가 중국을 떠났습니다. 정부의 노선이 바뀔 때마다 기업 운영이 타격을 받는 까닭에 여러 기업이 중국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어요. 전에도 사드 배치 문제로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정에도 다시 중국 상하이, 특히 자리다툼이 치열한 웨스트번드 지역에 진출하겠다는 도전과 용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요?
아라리오 갤러리의 정체성은 ‘한국’이 아닌 ‘아시아’입니다. 전시 프로그램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동남아, 인도 작가의 전시를 균형 있게 배치하죠. 그래서 중국에서도 한국 갤러리라는 인식보다 아시아 갤러리라는 인식이 먼저입니다. 사드 위기에도 저희 갤러리는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았어요. 물론 1년 동안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대처법은 중국 베이징 지점에서 얻은 경험으로 비롯된 것이죠. 미리 예상했고, 올바로 대처했다고 봅니다. 그 당시 겪은 여러 위기가 지금 상하이 지점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해야겠죠. 처음 베이징을 떠났을 때 홍콩 또한 고려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중국 본토로 다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중국 상하이로 간다는 것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층이 두꺼운 중국 컬렉터들에게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상하이 지점을 오픈한 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김창일 회장도 저도 끈기와 인내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상하이 지점을 오픈한 이후에는 내부를 안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중국 상하이, 서울 소격동과 홍대, 천안에 갤러리가 있고 제주와 서울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한국 아트계에서는 규모가 매우 조직입니다.
아라리오 갤러리의 비전과 목표가 아시아 작가들에 대한 국제적 홍보 마케팅,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작가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는 국적에 상관없이 중견과 원로 작가 전시를 진행하고, 호텔 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 혹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상하이는 국적, 나이, 매체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지만, 국제적인 아트 마켓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작가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즉, 아시아 작가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가 누구일지 고민하죠. 상하이 지점은 아라리오의 성격과 방향을 아시아 시장이란 틀 안에서 외부로 보여주는 창구입니다. 작품성, 상업성, 대중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양질의 전시를 선보이며,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아라리오는 어떤 색채를 지니고 있나요?
젊고 신선하다고 할 수 있죠. 아티스트와도 투명한 관계를 만듭니다. 한 걸음 ‘같이’ 나가기 위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죠. 방향성과 목적성을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상업 갤러리의 목적이지만, 저는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일로 풀어내고 있어요. 해외 미술관에 소장될 만큼 가치와 무게중심을 지닌 작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갤러리스트를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이로 여기지만, 실질적으로 미술사를 이끈 것은 훌륭한 갤러리스트와 딜러였습니다.

전시 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갤러리 내 카페 공간. 아라리오 갤러리와 함께 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 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갤러리 내 카페 공간. 아라리오 갤러리와 함께 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 상하이에는 규모 있는 미술관이 많지만, 생동감 있는 갤러리와 좋은 전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웨스트번드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하이 아트 신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사실 상하이의 로컬 컬렉터는 규모가 크지 않아요. 상하이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외국 컬렉터와 외국 자본 갤러리죠. 상하이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 도시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다국적의 해외 컬렉터가 모여드는 아시아 아트 허브를 꿈꾸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어요. 2017년 에두아르 말랭구 갤러리(Edouard Malingue Gallery), 2018년 페로탱(Perrotin), 그리고 얼마 전 영국의 리손 갤러리(Lisson Gallery)가 상하이 분점을 냈어요. 앞으로 몇 년간 상하이는 더욱 주목받을 거예요. 특히 아트 페어가 몰리는 11월이면 어느 때보다 화려해 보일 겁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미술 신의 가장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베이징은 ‘문화’보다는 ‘정치’가 우선인 곳입니다. 상하이는 정부 자체가 문화의 필요성(비록 그것이 마케팅적 목적이 강하더라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요. 베이징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막상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하이에서는 막연한 가능성으로만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죠. 좀 더 성숙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또 외국인들에게 개방적인 곳이라 여러모로 용이한 점이 있어요.

한국 작가를 바라보는 중국 컬렉터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상하이 갤러리를 통해 소개한 한국 작가 반응이 가장 좋은 작가는 누구였나요?
중국 미술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컬렉터 기호도 다양합니다. 한국 작가를 유독 좋아하는 컬렉터들이 존재합니다. 윤명로 화백의 추상 작품은 중국 미디어조차 경외감을 표현할 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젊은 작가로는 권하윤 작가가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아트 페어가 있을까요?
키아프입니다. 한동안 로컬 미술 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듯했는데, 작년에 중화권과 동남아의 주요 컬렉터가 많이 방문했거든요. 한국 미술계가 타깃으로 삼을 국제 시장이 비단 서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키아프가 아시아권의 컬렉터를 적극 유치해 아시아의 주요 아트 페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갤러리스트는 작품 판매를 넘어 작가와 미술계에 의미 있는 일을 추진해야 한다. 주연화 디렉터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철학, 미술, 경영, 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하고 경험하며 분초의 시간을 보낸다.
갤러리스트는 작품 판매를 넘어 작가와 미술계에 의미 있는 일을 추진해야 한다. 주연화 디렉터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철학, 미술, 경영, 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하고 경험하며 분초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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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보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을 흡수하고 있는 같습니다. 아트계도 다양한 디지털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죠. 디지털 시장이 중국 아트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 모던 미디어 그룹이 영국의 주요 미술 잡지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를 구입하고 중국어 판을 발행했어요.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국제적으로 중요한 언론을 통해 중국 작가와 중국 미술계부터 다룬다는 것이죠. 중국 아트 파워의 영향력은 이처럼 미디어까지 뻗치고 있어요. 더불어 중국은 위챗(wechat) 등을 통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심지어 위챗으로 500명 이상의 컬렉터를 초대해 옥션을 운영하는 작가도 있죠. 위클리 옥션(Weekly Auction), 로즈 옥션(Rose Auction), 이마이 위챗 옥션(Yimai WeChat Auction) 등 위챗을 중심으로 현대미술품을 거래하는 업체입니다. 옥션 경험이 많은 컬렉터와 젊은 컬렉터는 이런 방식을 통해 기존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거래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는 사람들이 정보를 취득하는 속도와 미술계 내 행위자들의 행동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어요. SNS상에서 미술 전시나 아트 페어가 소비되는 형태를 보면 그 자체의 의미나 가치보다는 멋있는 라이프스타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중국 시장에서 급속하게 대중에 미술 이슈가 스며들고 있는 것도 좋은 영향 중 하나입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예술의 기본 정신과 가치에 대한 신념을 보여줄 수 있는 적당한 온도를 지키면 된다고 봐요. 중국 미디어들은 이미 그것을 영리하게 이용하죠.

소용돌이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우리는 어떤 점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까요?
기준점이 항상 밖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죠. 절대 국내에서 싸우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가 타인과 경쟁하고, 이를 위해 협력합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요. ‘될 것이 안 될 수도 있고, 안 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안 되는 걸 되게 만든다는 충실한 마음가짐은 놀라울 정도예요. 유연한 사고와 융통성 있는 시스템이 있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부피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경직되면 많은 가능성이 사라지죠.

이력을 보면 비영리 기관, 정부, 상업 갤러리 여러 곳에서 일했고, 국제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고 미술 경영을 공부해 미술 현장에 마케팅과 브랜딩을 융합하는 일도 시도했습니다.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장벽을 스스로 깨뜨리고, 탐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MBA에서 배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에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의 오류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걸 배웠죠.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내가 일을 잘하고 못하고, 그 사람이 나쁘고 안 나쁘고를 떠나서 커뮤니케이션과 시스템의 운영·경영에 관한 문제예요. 모든 과정에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실패와 위기에서 배움을 찾았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더 나은 가치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긍정적 무드에서는 신념과 믿음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고 외부 경쟁에 치일 때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힘들어지죠. 에너지와 열정을 다지기 위해 보통 취미 생활도 하고 운동도 하는데, 저는 그럴 틈이 없이 없었거든요.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살아남는 방법’은 몸으로 부딪치고 정면 돌파하면서 그 순간의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대답이 될 수도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과정을 통한 실패와 위기가 얼마나 든든한 토양이 되는지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죠. 1초의 순간들이 모여 수년 후 거대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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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Arario Gallery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김정완(Ona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