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한국미술계에 등장한 비디오 아트는 실험과 새로움, 대안의 의미를 가지며 태동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에 '백남준'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이다.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과 전개 양상을 조망하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전은 기술과 영상문화, 과학과 예술, 장치와 서사, 이미지와 개념의 문맥을 오가며 변모하고 진화해온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다각도로 해석한다.

함양아 '치즈', 1996-1997. 단채널 비디오. 147시간의 녹화. 작가 소장
함양아 '치즈', 1996-1997. 단채널 비디오. 147시간의 녹화. 작가 소장

147시간, 약 2주 동안 치즈가 부패하는 과정을 촬영한 함양아의 작업이 보여주듯 '비디오'라는 장치는 '시간성', 즉 '과정'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확장된 차원의 매체이다.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하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전시는 국내 비디오 작가 6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통해 지난 30년의 맥락을 재구성하고 한국 비디오 아트의 독자성을 탐색한다. 단순히 현대미술에 등장한 새로운 매체로서뿐만 아니라, TV, VCR,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 대중들에게 '새로운 일상'을 가져다준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모해온 장르가 비디오 아트이다. 전시는 그 과정을 7개의 주제로 구성해 보여준다.
1970년대 국내에서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강소 등 일군의 작가들에 의해 시작된 '1: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조각이나 설치에 영상이 개입되는 장치적 성격의 비디오 조각과 설치가 주류를 이룬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의 경향을 살피는 '2: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3: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신체 미술과 퍼포먼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된 1990년대 중후반을 살펴보는 '4: 신체/퍼포먼스/비디오',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국내 및 국제적 쟁점과 역사적 현실을 다룬 비디오 작업들을 선보이는 '5: 사회, 서사, 비디오', 정보통신매체와 영상매체의 확산 속에서 대중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작품들을 선보이는 '6: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비디오 매체가 가진 장치적 특성과 영상매체 특유의 기법 등에 주목한 작업들로 구성된 '7: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이다.
전시는 11월 28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백남준의 상징적인 비디오 설치작품인 '다다익선'이 소장되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된다. 기간 중 배명지, 김형미 학예사와 박화영, 김세진, 육근병, 김해민, 신진식과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090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미국 영상자료원 소장. | 1984년 1월 1일 전 세계에 생방송된 백남준의 텔레비전 위성 지구촌 쇼를 영상으로 편집한 작품이다. 대중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미술, 패션쇼 등 대중문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이 넘나들고 텔레비전 영상이 콜라주 되는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로서의 텔레비전의 가능성을 일깨운 초국가적 프로젝트이다.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미국 영상자료원 소장. | 1984년 1월 1일 전 세계에 생방송된 백남준의 텔레비전 위성 지구촌 쇼를 영상으로 편집한 작품이다. 대중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미술, 패션쇼 등 대중문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이 넘나들고 텔레비전 영상이 콜라주 되는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로서의 텔레비전의 가능성을 일깨운 초국가적 프로젝트이다.
문주 '시간의 바다, 1999/2019. 키네틱 및 비디오 영상 설치. 10대의 모니터, 스테인리스 프레임, 무빙 시스템 10개, 동작감지센서 등. 350x50x240cm. 작가 소장. | 입체와 공간 설치의 방식으로 모터와 센서 등 기계장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설치 작품. 10대의 모니터에는 제주도와 서해, 동해 등에서 촬영한 10개의 바다 영상이 각각 담겨있다. 모니터는 특수한 구동장치에 의해 파도치듯 움직이다가 10개의 영상이 동일한 수평선을 만드는 순간 멈춘다. 이때 10개의 바다 이미지는 거대한 하나의 바다로 동기화되면서 서로 다른 시공간이 중첩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한 작품이다.
문주 '시간의 바다, 1999/2019. 키네틱 및 비디오 영상 설치. 10대의 모니터, 스테인리스 프레임, 무빙 시스템 10개, 동작감지센서 등. 350x50x240cm. 작가 소장. | 입체와 공간 설치의 방식으로 모터와 센서 등 기계장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설치 작품. 10대의 모니터에는 제주도와 서해, 동해 등에서 촬영한 10개의 바다 영상이 각각 담겨있다. 모니터는 특수한 구동장치에 의해 파도치듯 움직이다가 10개의 영상이 동일한 수평선을 만드는 순간 멈춘다. 이때 10개의 바다 이미지는 거대한 하나의 바다로 동기화되면서 서로 다른 시공간이 중첩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한 작품이다.
박화영 '블로디 모나', 2000. 5채널 비디오, 10채널 비디오. 각 12분 16초, 1분 25초, 2분 3초, 4분 4초(반복재생). 작가 소장. |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과 비디오, 영화를 공부한 박화영은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1세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박화영 '블로디 모나', 2000. 5채널 비디오, 10채널 비디오. 각 12분 16초, 1분 25초, 2분 3초, 4분 4초(반복재생). 작가 소장. |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과 비디오, 영화를 공부한 박화영은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1세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박현기 '무제', 1979. 돌(14개), 모니터(1대). 120x260x2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1970년대 비디오 아트를 시작한 박현기는, 1990년대 후반까지 비디오 매체를 기반으로 퍼포먼스, 설치, 오브제 등을 넘나들었던 한국의 1세대 비디오 작가이다.
박현기 '무제', 1979. 돌(14개), 모니터(1대). 120x260x2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1970년대 비디오 아트를 시작한 박현기는, 1990년대 후반까지 비디오 매체를 기반으로 퍼포먼스, 설치, 오브제 등을 넘나들었던 한국의 1세대 비디오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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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2019 /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