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브리스 아오셋(Fabrice Ausset)은 예술은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창의적인 활동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컬렉팅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이미지를 재조합해 자신의 이름을 건 디자인 작품을 만든다. 그에게 컬렉팅은 수집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발굴, 창조, 융합하는 과정이다.
미술 비평가 존 버거는 사물을 보는 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믿고 있는 것에서 영향 받는다고 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기준들은 미술 작품을 신비화해 알 수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특정 지배계급에 의해 학습된 것일 수도 있다는 말. 작품을 감상할 때의 편협하고 전형적인 사고 방식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스스로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관점의 자유가 주는 낯선 사유를 즐겨야 한다. ‘way of seeing(보는 것)’이 아닌 ‘ways of seeing(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익혀야 한다. 프랑스 파리 2지구에 위치한 갤러리 스튜디올로(Galerie Studiolo)에서 만난 아트 디자인 컬렉터 파브리스 아오셋은 위대한 예술작품과 평범한 예술작품을 가르는 획일적인 감상법은 없다는 미술 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는 프랑스 아티스트 패트릭 투른 보어프(Patrick Tourneboeuf)의 사진 작품이 있었다. 패트릭 투른 보어프는 장소에 담긴 이면의 스토리를 간결하게 찍은 건물 사진으로 보여주는 작가다. 사람, 환경, 건축들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관계가 만든 공간을 포착한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파브리스 아오셋이 1987년 독립 스튜디오를 차리고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하면서 떠올렸던 기본 자세다. 창작자는 타인과는 다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차별화된 작품을 통해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 그래서 그는 컬렉팅을 한다고 고백했다.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컬렉팅은 예술과 디자인 분야를 넘나 든다. 그에게 컬렉팅이란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점을 보고, 듣고, 되새기는 일. 귀 담아 듣는 자 만이 유일하게 다르게 볼 수 있다. 그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흥미로운 작품을 가장 빠르게 수집하는 재미를 익혔다.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작품은 낯선 소재, 방식, 주제 등을 가진 작품이다. 갓 독립한 작가의 작품일 때도 있고, 지구 반대편 나라의 작가일 때도 있다. 문득 어느 여행지에서 본 작품이거나 친구의 집에서 발견한 작품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보통 컬렉터와 달리 그는 시장 상황에 관심이 없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작가들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행위를 즐긴다.
파리 오스만 양식의 건물 1,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그의 스튜디오 갤러리 스튜디올로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소유’가 아닌 ‘발굴’의 즐거움을 더욱 깊이 알기 위해 본인의 사무실을 갤러리처럼 꾸미기로 했다. 갤러리처럼 주기적으로 전시를 열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세계 각국의 잘 알려지지 않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포로모션하기 위한 여러 행사를 연다. 건물 지하에는 실제 동굴(Cave)이 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과 와인을 마시며 아트와 디자인에 대한 설전을 나누기도 한다. 갤러리 스튜디올로에서는 신진 작가의 전시뿐 아니라 재활용 재료나 건축 재료에 대한 포럼이 열리기도 하고 수시로 건축, 공예, 디자인 분야의 이슈를 주제로 한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그의 열린 공간이 말해주듯, 그는 아트와 디자인 작품을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모든 세상의 모든 조각들을 뒤섞고 재조합해 자신만의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의 디자인 작품은 ‘창조와 융합’이 핵심이다. 그의 작품에는 시대, 스타일, 재료 등이 혼합되어 있다. 3D 프린트 기술이나 VR 기술을 이용한 여러 가지 장치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수공예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기하학적인 이탈리아 건축가 에토르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작품이 떠올랐다가, 간결한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작품이 스쳐간다. 누구보다 테크놀러지 기술을 작업에 활발하게 응용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전시마다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데, 고성이나 오래된 건물에 자신의 작업을 배치함으로써 극적인 대조 효과를 통해 창조와 융합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 세계는 물론 컬렉터로서의 발자취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소는 집이다. 그가 직접 벽난로에서부터 바닥, 벽, 천장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스튜디오처럼 모든 벽면이 다른 컬러로 칠해진 것은 물론 각 벽마다 다른 질감을 가진 재료로 마감했다. 특히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한 우드 조각 타일과 LED 조명으로 꾸민 거실 천장은 조각 작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수공예적 기술이 돋보인다. 집 안에는 각 시대마다 급진적 디자인이라 평가 받았던 에토르 소트사스, 양드레 듀블레유(André Dubreuil), 개 우렌티(Gae Aulenti), 이사무 노구치 등의 작품과 그의 조명, 파프리스 아오셋의 급진적인 가구 작품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당신은 어떤 컬렉터인가요? 아트 컬렉터로서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무엇인가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3살 때부터였어요. 19세기 시대의 프랑스 세라믹 도자기가 첫 수집품이었죠.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집을 한 것은 대학교 시절이고, 주로 건축과 디자인 공부의 표본이 될 만한 19, 20세기 시대의 클래식한 작품이었죠. 졸업 이후 패션 회사 LVMH에서 일을 하면서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을 접했고, 독립 이후에는 장르 구분 없이 아트와 디자인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작품을 많이 사들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인데, 어떤 테마와 의미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수집한 것은 아니라서 스스로 대단한 컬렉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단한 호사취미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작품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요. 저 또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이기에 좋은 아티스트를 후원한다는 의미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죠. 저에게 컬렉팅은 ‘소유’보다 ‘발굴’을 위한 행위에요. 이미 이름난 작가보다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지만 저를 매료시키는 작품을 찾고 있죠.
발굴 위한 행위 중에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전시도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작품을 구입함으로서 작가에게 금전적인 후원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신진 작가의 경우 전시를 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큰 후원이 될 수 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다른 컬렉터를 만나기도 하고, 더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수도 있으니까요. 저의 공간은 완벽한 갤러리는 아니에요. 갤러리스트가 있어 작가를 발굴하고 꾸준히 전시를 열고 홍보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집처럼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이 주는 울림을 보여줄 수 있고, 갤러리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발굴한 작품은 집이나 스튜디오에 놓이기도 하지만, 저의 건축 프로젝트를 할 때 포함 시키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를 전시를 열었는데, 몇 년 전 그룹 전시에 아티스트 양혜규가 참여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단한 작가가 되었죠. 제가 소장한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제가 발굴한 작가의 명성이 높이지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보람이자 기쁨이죠. 소유보다 발굴의 희열이 큰 법이죠.
그의 작업 공간 곳곳에 놓여 있는 중국, 일본 작가의 작품들. 오래 전부터 아시아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실제 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작품을 수집했다.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의 에디션 체어와 쿠바 출신의 작가 에르네스토 레알(Ernesto Leal)의 작품이 놓인 다이닝룸처럼, 집에는 디자인 가구와 아트 작품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네요. 당신의 공간을 돌아본 시간 동안 그간 몰랐던 작가를 여럿 알게 되었어요.
집에는 오래 전에 수집한 작품들 위주로 배치한 편인데, 저의 디자인에 큰 영감을 준 에토르 소트사스나 알렉산드로 멘디니 가구가 놓여 있죠. 특히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작업에 대한 태도에 큰 공감을 한 디자이너에요. 그는 기존의 것에서 비롯된 반전, 변화, 다른 생각이나 관점을 얘기한 사람이죠. 세상의 모든 이미지를 융합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기능보다 심미성과 감성에 중점을 둔 회화적 디자인을 창조한 매력적인 사람이죠. 한국인들에게 새롭게 느껴질 만한 작가 중에는 다미엔 베투(Damien Beneteau), 타티아나 트루베(Tatiana Trouve), 요한 크레텐(Johan Creten), 빔 델보예(Wim Delvoye) 등이 있겠네요. 프랑스 아티스트 다미엔 베투는 철저히 계산된 기술과 재료를 통해 시각적으로 미니멀한 작품을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죠.
한국 작가의 작품도 여러 점 소장하고 있고 실제 여러 아티스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우환, 양혜규, 서도호, 이배, 이용백 작가와 잘 알고 있어요. 세계를 대표하는 한국 작가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이라 지금은 제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지만요(웃음). 몇 년 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사진 작가 우종일 작가와 만난 적이 있어요. 2011 소버린 예술재단 아시아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의 조선 여인 시리즈 사진전을 보았죠. 전면을 촘촘하게 수놓은 듯 화려한 많은 작은 돌 이미지를 이용해 조선의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듯한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유럽에서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민 작가의 디자인 작품을 좋아하고 여러 점 소장하고 있어요. 레진을 이용한 가구 작품인데,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물리적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빛과 색을 보여주죠.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느낌 때문에 바라 보고 싶게 만드는 가구에요.
작가마다 성향과 작품 방식이 다르지만, 한국 작가에게 느껴지는 공통적인 감정이 있을까요?
최근 한국 단색화를 통해 한국 작가들만의 단순함과 정확성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 간결한 이면에 담긴 폭발적인 에너지도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역동적인 단순함이랄까요? 정체되거나 막혀 있지 않아요. 작가들 또한 다양한 기술과 재료를 받아 들이는 데 뛰어나요. 제가 만나본 한국 작가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다이내믹했어요.
한국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이죠. 실제로 프랑스 박물관에 한국 작가를 여럿 소개해준 적이 있어요. 인연이 닿는다면 프랑스 한국 연계 컬렉터 전시를 여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스튜디오 지하로 연결된 동굴. 설치 작품을 위한 전시장이 되고, 컬렉터와 아티스트들의 모임 장소로 쓰이고 있다.
갤러리스트가 존재하는데 왜 컬렉터가 신진 작가를 발굴해야 하는 걸까요? 컬렉터이기에 더욱 유리한 점이 있는 건가요?
대부분의 컬렉터는 취향과 투자를 목적으로 하기에 갤러리를 통하거나 전문가를 통해 신진 작가를 찾아냅니다. 그건 세상이 점점 글로벌화되고, 컬렉터 또한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려는 경향이 고조돼서 그런 것이죠. 같은 신진 작가라고 해도 유명 갤러리에서 택한 작가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겠죠. 하지만 저는 애초부터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찾기 위해 작품을 수집해왔어요. 갤러리스트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그들의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는 작품들을 필터링하는 데 관심이 있죠. 갤러리리스트는 시장에서 작가를 찾지만 저와 같은 컬렉터는 세상에서 작가를 찾죠. 그리고 자신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본능적인 선택이 가능해요. 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고 보다 비상업적인 방식 아래 다양한 일을 도모할 수 있어요.
발굴한 작가 중에는 작품 가격이 엄청 뛰어 오른 경우도 있지 않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예측했던 것은 아니에요. 시장은 늘 트렌드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에요. 좋은 컬렉터는 작품을 소유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VR 기계를 이용해 가상 현실 속의 집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가까운 미래에는 이 프로그램처럼 실제 자신의 집을 가상 현실 공간으로 만들어 놓고 원하는 가구를 놓아서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겠어요. 디자인 작업에 이런 테크놀러지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는 것 같네요.
사람들은 테크놀러지 기술이나 신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미래적이란 수식어를 붙이는데, 사실 저는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는 거에요.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만들 때부터 해왔던 말이죠. 과거 디자인이 복잡한 회로와 전자 기계를 의미했다면, 요즘 우리가 말하는 기술은 사용자와의 공감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의미해요.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공감을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 제 작품은 이런 테크놀러지를 이용해 어떻게 더욱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한 미학을 디자인에 담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VR 기계를 이용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VR 미술관도 생겼고, 가상 화폐를 이용해 작품을 사고 팔고, 디지털 앱을 통해 작품을 관리하는 등 디지털 기술은 아트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어요.
당연히 변화할 수 밖에 없어요. 이미 디지털 환경은 아티스트, 컬렉터, 갤러리스트의 활동 영역을 바꾸고 있으니까요. 저 또한 SNS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일이 일상화되었어요. 디지털 기술이 아티스트의 수준을 낮추고 무분별한 복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만, 오히려 신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좋은 창구가 되고 있죠. 저 또한 디지털을 통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 보고 구입하기도 해요. 긍정적 효과를 더욱 영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미술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른 이들의 관점을 경험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 차이를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관심도 파악할 수 있죠. 그래서 아트 컬렉팅은 매우 중요해요. 수집을 시작함으로서 우리는 세상을 타인과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아트 컬렉터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을 구입해야 할지 모른다면, 우선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서 전시를 꼼꼼히 보세요. 오프닝에서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아요. 열린 마음, 청취력, 호기심. 꾸준히 예술 관련 자료를 읽고, 찾고, 발견하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아트 디자인 엘리지 페어의 디렉터를 맡았었는데, 그때 한지를 이용한 램프를 소개했어요. 이미 한지는 유럽인들에게 내구성과 보존성이 우수한 종이로 알려져 있고 많은 기관에서 한지를 연구하고 있죠. 저는 무엇보다1000여 년이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여러 번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한지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도 이를 이용한 한지 공예 디자인 작품을 보다 밀도 있게 연구하고 저의 작품에 응용해 보고 싶어요. 중국 상하이 퐁피두 뮤지엄 분점 오픈과 동시에 열리는 웨스트 번드 디자인 페어에 참여할 예정이고, 2020년에도 중국 지역에 자주 갈 일이 생길 것 같아요. 멕시코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트 컬렉터블 페어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2020년 명심해야 할 아트 & 디자인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젊은 프랑스 작가, 멕시코, 노매디즘(Nomadism).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행자처럼 이곳 저곳에 머물기를 원하는 노매디즘의 영향으로 인한 디자인 제품을 자주 볼 수 있을꺼예요.
5 Remarkable Collection by Fabrice Ausset
파브리스 아오셋이 자신의 아트 컬렉션에 의미 있는 작품 5점을 꼽았다
Giuseppe Penone ( B. 1947, Garessio, Italy)
사람과 자연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말하는 대형 나무 조각품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다. 조각의 기본 언어를 탐구하기 위해 광범위한 재료와 형태를 활용해 왔는데,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를 이용해 작가의 사색과 성찰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아르테 포베라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199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인체 해부학을 연구, 돌과 나무 등 자연물이 혈관과 근육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살아 있는 조각을 만들기를 원한다. 2017년 맥킴 메달(McKim Medal)를 포함 명망 있는 국제 조각 예술상을 여럿 수상했다.
Alessandro Mendini (B. 1931~2019, Milan, Italy)
지난해 타계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1970년에서 1985년까지 건축 전문잡지 <까사벨라>, <도무스>에서 편집장을 역임한 이후 늦은 나이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내고 가구, 인테리어, 건축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기존에 있던 디자인이나 추상적 형태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갖는 ‘리디자인 개념’을 널리 알린 작가이자, 까르띠에, 스와로브스키 같은 패션 기업과 디자인 컬레버이션을 폭넓게 시도한 작가이다. 그의 디자인 제품 중에는 알레시의 안나G 와인 오프너가 유명하다. 이처럼 그는 와인을 따는 순간에도 우리의 일상을 보다 유머러스하고 특별한 무엇으로 만드는 데 능통한 디자이너였다.
Dan Graham (B. 1942 , United States)
그의 작품은 인문학적이고 분석적이다. 작품 카테리고는 저술, 큐레이팅, 퍼포먼스, 공연, 설치, 비디오, 사진 등을 아우른다. 그는 건축물과 거주자의 관계를 추적하는데 큰 관심을 가졌는데, 뉴저지 교외의 개발 과정을 텍스트와 함께 사진으로 제시한 <미국을 위한 집>(1966-67) 연작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쌍방향 거울을 이용한 건축물을 세계 곳곳에 설치해 관람객의 존재와 주변 환경의 관계를 묻는 작업을 하고 있다.
Lee Ufan (B. 1936 South Korea)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다이얼로그 시리즈를 만들고 난 후 "점 한 개를 찍으면서 그려지지 않는 공간 전체에 울림을 주는 현상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속 여백은 울림으로 채워진다. 그려지지 않는 부분과 그린 부분이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해 공간까지 울림을 준다. 그의 작품은 ‘관계’로 요약된다. 1960년대부터 자연과 인공 재료 사이의 긴장감과 물체와 공간 사이의 대화를 탐구하는 조각 관계항 시리즈 또한 지극히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다.
Tadashi Kawamata (B. 1953, Hokkaido, Japan)
재활용 나무 또는 철로 새롭게 건축물을 만드는 대형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다. 기존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로 ‘건축’과 ‘해체’ 작업을 동시에 수반한다. 다리 위, 건물 꼭대기, 산책로 등 일상의 건축물 속에 그만의 집을 짓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환경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2010년 부산을 방문해 자갈치 시장에 쌓여 있는 나무로 된 생선상자를 보고 설치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1982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였다.
파브리스 아오셋 | Fabrice Ausset
아트 디자인 컬렉터이자 건축가 파브리스 아오셋은 작품을 소유하기 보다 발굴하는 일을 즐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갤러리 스튜디올로에서는 그가 직접 발굴한 작가의 전시와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후원 행사가 열린다. 그는 위대한 예술작품과 평범한 예술작품을 가르는 일종의 정답과도 같은 감상법은 없다고 말하며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고 널리 소개한다. 그는 2015년부터 그의 이름 아래 예술 작품 같은 컨템퍼러리 디자인 가구 및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런던 파드, 밀라노 디자인 페어 등 다수의 컨템퍼러리 아트 디자인 페어에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FA 디자인 & 모델과 갤러리 스튜디올로 대표이자 스튜디오 매직 디자인 랩의 공동 설립자다. 호텔 세인트 도미니크 팔, 호텔 세인트 빈센트 파리, 노바녹스 호텔 등 다수의 호텔, 레스토랑, 매장 프로젝트를 했고,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여러 지역의 오래된 고성과 집을 복원하는 일을 했다. 본인의 작업 공간이자 문화 공간인 디자인 스튜디오 갤러리 스튜디올로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 장식 미술관 및 프랑스 건축 유산 협회 후원자로 폭 넓게 활동 중이다. https://galeriestudio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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