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랗고 파란, 언뜻 선명한 단색을 입은 모노크롬 회화를 마주한 듯하다. 유심히 들여다보 평면이 아닌 입체 작품이란 알게 된다. 직선으로 뻗은 섬유 조직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빛과 바람,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작품이 숨을 쉬는 순간이랄까. 그러고 보니 색감도 회화 재료의 전형적인 발색과는 다르다. 학습을 통해 익숙한 화학적 질감과 다른, 부드럽고 성근 자연의 색감이다. 정사각형 섬유 조직에는 작은 육면체가 겹겹이 들어차 있다. 인간의 몸을 단순화해 그 안에 마음을 담은 시도다. 건축적이고 회화적인, 섬유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든 질감의 회화는 섬유공예가 장연순의 대표작 매트릭스(Matrix)시리즈다.

 

WRITE 박나리(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PHOTOGRAPH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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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카 섬유를 물들여 기우고 풀을 먹이는 지난한 과정 끝에 장연순 작가의 '매트릭스'는 완성된다. 직육면체 프레임 안에 인간의 몸과 마음을 담고, 시간과 시간을 길게 늘여 과거의 여인들과 만난다. 지난 40년 간의 시간이 축적된 대표 작품 사이에서 장연순 작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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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연순 – ARTMINING, SEOUL, 2018

언뜻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가 떠오르는 ‘섬유 회화’는 시공간을 초월해 여성의 삶을 타임 슬립 형태로 엮은 시적 작품. 여성의 가사노동 가운데 의복을 짓는 ‘바느질’을 통해 작가는 어머니와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 태고의 여성들과 교감한다. 아바카 섬유(마닐라 마)라는 섬세하면서 가변적인 소재를 사용해 염색과 다림질, 풀을 먹이고 바느질을 하는 일련의 고된 작업을 통해 억겁의 시간 속 여인들과 소통한 결과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지난 40년 간 장연순 작가는 섬유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에 도전해 하나의 세계를 이뤘다. 영국 프리미엄 공예전 컬렉트(Collect)’, 바젤 공예 아트 페어, 미국 공예예술 페어 소파 시카고(SOFA Chicago)등 섬유 작품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수의 해외전을 치렀고, 올 봄에는 2018 로에베 공예전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최근에는 프랑스 인테리어 회사 4BI(포비아이)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마쳤다. 전 세계 까르티에 매장과 포시즌스 런던 디자인을 담당한 4BI는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VIP 공간 리모델링을 담당하며 장연순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폭염이 시작된 6월 말 찾은 홍제동 작업실은 마치 공업소를 보는 듯했다. 테프론 코팅을 입힌 시커먼 유리섬유가 바닥과 책상 위에 널려 있었다. 30장의 섬유를 이어붙여 6점의 거대한 잠자리를 완성하는 작업. 한쪽에는 24K 순금 금박지를 조심스레 덧대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흔을 앞둔 원로 작가의 이 폭발적인 에너지와 트렌디한 작업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질문은4BI와 협업 중인 근작에 관한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작업은 중심에 이르는 이라는 새로운 시리즈라고 소개하셨습니다. 그간 몸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주제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바느질로 작품을 표현하던 기존 시리즈에서 벗어나 새로운 섬유로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4BI 측에서 드래건플라이’, 즉 잠자리 날개가 들여다보이는 설치 작품을 제안받고 작업을 실행해볼 수 있었죠. 저는 거대한 잠자리를 나무, 또는 생명의 숲이라 생각하고 작업을 풀어가고 있어요. 누구나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고요해지잖아요. 그리고 반짝이는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고요. ‘블랙 앤드 골드컬러 매치로 고요한 반짝임같은 이미지를 풀어낸 거죠
 
검은 패널을 프레임에 붙여 세운 풍경을 보니 마치 거대한 숲이 연상되네요. 곡선을 이루는 패널 상부 라인을 따라 금박칠을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요. 숲과 나무, 무언가 복합적인 자연의 느낌이에요.
예전에 시골에 가면 마을마다 신비로운 나무라 불리는 신단수(神檀樹)’가 있었어요. 인간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나무라는 생각을 담은 거죠. 그 나무를 일종의생명의 숲이라 생각하고 테프론 코팅한 유리섬유를 6겹씩 포개어 거대한 숲을 완성한 겁니다. 신단수 아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거울 때는 잔치를 열고, 밤에는 자식을 위해 기도를 하기도 했지요. ‘골드가 일렁이도록 테두리에 덧댄 건 산을 바라볼 때 느끼는 오라를 표현하기 위함이죠. 빛의 움직임을 같은 거예요. 성근 천에 금박 칠 작업을 하다 보니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다행히 금박 접착제가 개발되어 작업을 좀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었죠. 금박 천만 2000장을 주문했는데, 테스트할 때 아까워서 얼마나 조심했는지 몰라요.(웃음) 금박을 붙인 뒤 손으로 긁어도 떨어지지 않도록 코팅 처리해 완벽하게 마감하죠. 멀리서 봤을 때 금이 점층적으로 그러데이션을 이루도록 작업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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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테리어 회사 4BI의 의뢰를 받아 진행 중인 콜라보레이션 작업 풍경. 테프론 코팅 섬유를 포개어 거대한 생명의 숲을 연출하는 설치 작업을 위한 드로잉, 테스트물들이 벽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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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고온에서도 견디는 테프론 코팅 유리섬유의 균열을 매우는 칠 작업에 한창이다. 산능성이가 빛을 받아 일렁이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금박작업을 더한다.

2015 8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직에서 퇴임한 3 정도 흘렀어요. 온전히 작가로 돌아가 작업에 집중할 있는 시간이었을 같은데요.
안 그래도 퇴임하면 작업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안에 일이 좀 있었어요. 아흔 넘은 어머니가 편찮으시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었고, 그러다 보니 몇 년이 훌쩍 흘렀죠. 2016년 갤러리 LVS에서 25점 정도 제 작품을 제대로 소개하는 개인전을 열었어요. 사이즈 작은 작품을 많이 준비했는데, 원을 바느질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선에 입체감을 주는 데는 직선 바느질에 비해 좀 더 정교한 테크닉이 필요해요. 전시를 준비하느라 여러 번 반복해 만들다 보니 많은 도움이 됐죠. 제 작품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숨어 있어요.

국내보다 해외에서 많이 소개되는 글로벌 공예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전시 뒤 갤러리 LVS가 미국에 백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에서 백자가 아닌 제 작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더라고요. 영국 공예 페어 컬렉트’, 미국 SOFA(조각품및 생활 예술 장신구 국제전), 바젤 등 여러 해외 페어에 제 작업이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2회 로에베 공예전까지 연결됐던 것 같아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장식박물관에서 시간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그룹전을 열었어요. 이외에도 밀라노 트리엔날레(2016), 한국 현대 공예 파리전(2015), 렉트(2013~2015), 쾰른 아트 페어(2011), SOFA 시카고 2010 해외 유수의 공예 페어는 대부분 경험하셨다고 습니다. 공예 대한 접근 방식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같아요.
한국에서는 공예, 순수 미술 같은 장르를 미리 구분 짓는 경향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분류하기 전에 모든 것을 ‘아트’로 보죠. 그래서인지 제작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섬유공예, 바느질로 모던한 작품을 표현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내추럴 소재를 통해 어떻게 이런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느냐’는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디테일하게 던지죠. 순수한 관심에서 시작된 질문이 작가에게 직접 전해지며 판매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한 번에 작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여러 페어를 통해 주목하던 작가를 모니터링하면서 작가의 생명력을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한다더라고요. 컬렉터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진지해요.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예술과 순수성과의 만남이 자신에게 어떤 교감을 주느냐 하는 것에 집중하죠.

2014 세계 최대의 패션 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매트릭스Ⅱ 201025’ 작품이 소장됐어요. 세계 여러 곳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렉터가 ?
매트릭스 시리즈 중 정육면체 큐브에 여러 레이어가 들어간 작품을 구매한 필라델피아의 한 컬렉터가 떠올라요. 본인의 개인 서재에 제 작품을 두고 싶다면서 와이프와 어머니, 아이들까지 데려와 온 가족에게 작품을 보여주더라고요. 여러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결정했어요. 단순히 돈이 많아 작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좋은 컬렉터는 작품을 저렇게 대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외국인들이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규정되지 않는 것은 환경의 영향 때문일까요?
순간적인 교감이 생겨나야 작품을 구매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작품과 소통하는 순간을 본인이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어야 하죠. 우리는 사회 분위기와 교육에서 이 중요한 부분을 획일화한 경향이 있어요. ‘이 작가가 유명한 사람이래’ 하는 식으로 본인의 느낌을 재단해버리는 거죠. 개개인에 대한 인정이 필요해요. 소수를 무시하지 않는, 여러 작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선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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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로에베 공예전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출품작. <Matrix III Time, Space, Human – 1,2,3> © LOEWE FOUNDATION

세계적으로 로에베 공예전 위시한 다양한 크래프트 페어가 생겨난 보면 공예를 하나의 아트로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확장되었다는 느낌 어요.
순수 미술에서 소프트한 재료를 가져다 쓰고 감성을 건드리는 작업을 하면서 섬유, 공예 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 4BI와 함께한 프로젝트를통해서도 느낀 점인데, 확실히 공예가 예술 장르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해요. 하지만 공예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묵묵히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왔어요. 결코 최근의 흐름이 아니라는 거죠.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더슨은 장연순 작가의 매트릭스시리즈를 일컬어 텍스타일이 얼마나 모던한 작업물 보여줬다 말하기도 했어요.
제 작업은 형태가 심플해요. 그래서 모던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한 게 아니라, 제 몸을 가장 심플한 형태로 표현하다 보니 최대한 단순화한 사각형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어요. 조금씩 변형했을 뿐 기본 형태는 사각형이죠. 인간의 몸과 마음은 본디 하나예요. 몸속에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서양은 이원론적 사고라면 동양에서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몸도 달라진다고 보죠.
 
작품 제목인 매트릭스’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요. 
우리는 천의 밀도가 촘촘할수록 친숙함을 느끼는데, 저는 성근 천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삼베와 모시로 작업하다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고민하던 중 아바카 섬유를 찾게 됐죠. 원하는 대로 밀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1인치에 실 7줄이 들어가도록 성글게 짰어요. 흐물거리는 풀을 여러 번 먹여가며 완성하는데, 작업의 메인 키는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동양적인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예전에 할머니들이 가족 옷을 지으려면 우선 목화를 뿌려 농사를 지어 씨를 뽑아 천을 짜야 했죠. 염색을 한 뒤 재단을 하고 풀을 먹여 다림질하고 바느질을 하고요.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저와 같은 세대 여성들이 그래왔죠. 이 과정이 여성들의 가사 노동 중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이전까지는 그 노동의 신성함, 여성들의 일이란 걸 존중하는 분위기가 없었어요. 저는 시대를 잘 타고나서 이를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거고요. 저희 어머니가 아흔넷인데, 아직도 바느질을 잘하세요. 할머니, 어머니, 저에게로 DNA가 연결되어온 거죠. 태고부터 형성된 여성의 유전자가 저에게 전해 내려온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 작업을 하는 거고요. 작업을 하면서 제 안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옛날 할머니들을 만나 소통하죠.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시간이 만나고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에서 매트릭스라는 제목을 붙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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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서 생산되는 우리의 '삼베'와 비슷한 아바카 섬유(우측) 등 장연순 작가는 각 작업에 특화된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해왔다.

그간 섬유공예가로서 무수한 소재 다루어오셨어요. 작업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명상과 수련이에요. 30대 초반부터 해왔는데, 전문 수련을 받은 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교육되어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 저 무의식에 내재된 감각을 사용하고 싶어 시작했죠. 내 안에 들어가 고요해졌을 때 생기는 판단력 같은 거요. 우리는 학습이 되어 있잖아요. ‘천은 이렇게 똑바로 짜여 있어야 하고, 밀도는 어때야 하며 자연 섬유는 이렇다는 식의 교육. 그것들이 실제 모습을 볼 수 없게 방해하거든요. 저는 그이면의 것을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주 고요하고 깨끗한 상태, 나만의 시간속에 들어가야만 가능해요.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되지 않고 수없이 반복해 한곳만 보고 집중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고요해지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요. 옛날에는 사물을 볼 때 저건 일본 술병이네 하는 식으로 지식이 작동했다면, 훈련 뒤에는 , 저것은 달처럼 생겼구나 하는 날것의 느낌이 와요.
 
우리 삶에 공예란 무엇일까요.
우리 역사 속에서 공예의 시작은 그 어떤 예술보다 앞에 놓여 있어요. 그것을 우리가 먼저 보고 그릇이라고 하고, 보자기라 불렀죠. 삶과 가장 친밀한 예술이다 보니 시대에 따라서는 쓰임이 강조되고, 어떤 시대에는 예술성이 강조되기도 했어요. 공예란 이래야 한다는 정의는 없어야 한다고 봐요. 대신 공예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예가 잘못 확장되면 산업디자인과 만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최고의 공예품이란 세상에 하나뿐이면서 쓰임을 완벽하게 해결한 단 한 점이 아닐까요. 1973년 이화여대 생활미술과를 졸업한 뒤 작가로 살아왔는데, 어느새 50여 년이 흘렀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공예인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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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바느질, 풀매김, 재단, 칠, 다림질 등 지난 50여 년간 섬유 하나 만을 다뤄 온 장연순의 손

섬유를 만질 때의 느낌,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앞으로도 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겠죠?
자연 섬유는 아주 친숙하고 거부감이 없어요. 물을 들여도 거부감이 없죠. 쪽은 여러 번 물들이는데 한 번도 아름답고, 두 번을 들여도 아름답고 편안해요. 자연 섬유, 자연 소재가 주는 맛이 있죠. 화학섬유는 손을 베일 만큼 날카롭고, 안식을 주는 천연 섬유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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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순Yeon-Soon, Chang
수십 차례 쪽 염색을 통해 아름답게 물들인 섬유 조직. 여기에 수차례 풀을 입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고, 작은 육면체를 완성한다. 아바카 섬유로 공기와 빛을 투과하는 이 섬유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잇는 작가 자신의 가장 단순한 형태의 몸’이다. 섬유의 유연성과 섬세함을 앞세워 입체 회화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온 작가다. 1980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생활미술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6년 <늘어난 시간 III>(갤러리 LVS)까지 그간 17회의 개인전을 열며 섬유공예가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선정 이후 2018년 로베에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까지 국제 무대에서 왕성히 활동해왔다. 국내 작가 최초로 2014년 세계 최고의 장식미술관인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에 작품이 소장됐으며,  이외에도 주요 소장처로 호놀룰루 미술관(Honolulu Academy of Arts, 하와이, 2003),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200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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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LVS 갤러리 – ARTMINING, SEOUL, 2018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