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브뢰(Evreux)에 위치한 허경애 작가의 작업실에는 세상 모든 색이 천천히 고여 든다. 우리네 사찰이나 고궁에서 볼 수 있는 오방색, 프랑스의 청명한 하늘과 창밖에 피어난 유채꽃이 뿜어내는 온화한 컬러까지, 수천 가지 색이 캔버스에 켜켜이 칠해져 쌓이고 굳는다. 허경애 작가는 그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진 마티에르 앞에 서서 하루 종일 기도하는 수행자처럼 묵묵히 물감을 도려낸다.

자연이 움켜 쥐고 있는 모든 색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아티스트 허경애. 집과 나란한 그녀의 작업실은 단정히 정돈 되어 있었다. 그녀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의 지표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색채의 지층을 드러내는 데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작품 이미지에 비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고단하다.
자연이 움켜 쥐고 있는 모든 색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아티스트 허경애. 집과 나란한 그녀의 작업실은 단정히 정돈 되어 있었다. 그녀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의 지표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색채의 지층을 드러내는 데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작품 이미지에 비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고단하다.

허경애 작가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색의 무궁무진한 표정은 ‘칠한 것’이 아니라 ‘벗겨낸 것’이다.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추상화가 허경애. 그녀는 자신의 몸보다 큰 캔버스에 수백 가지 색을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고 말리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두꺼운 마티에르를 만든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본격적인 작업은 두꺼운 마티에르를 ‘해체’하는 과정이다. 딱딱해진 마티에르를 조각도, 외과 수술용 메스, 심지어 식칼을 사용해 긁어내는 과정은 고통과 고난이다. 특수 귀마개 없이는 할 수 없을 만큼 요란한, 온몸을 긴장시키는 '소음' 때문이다. 조각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색채가 지문처럼 드러난다. 그녀는 표면을 긁을 때 생기는 아크릴물감의 잔재를 버리지 않고 모아 다시 캔버스 위에 붙이기를 반복한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그녀의 작업을 인간의 몸에 비유한 적이 있다. “몸과 관련시켜보자면 그 잔재들은 인간의 신체에서 떨어져나간 부분이다. 두꺼운 각질이나 비듬, 수술해서 제거한 암 덩어리나 예리한 메스로 도려낸 살덩어리와도 같다. 그것들은 회화의 가장 아름다운 표면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허경애가 속살을 도려내듯 제거한 행위의 잔재물이다. 그리고 행위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 그것들을 다시 캔버스 표면에 일종의 구성물로 덧붙임으로써, 결국 서로 다른 풍경이 연출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Hur Ky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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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애의 작업은 분명 강렬한 색이 먼저 와 닿지만, 이것이 파괴와 해체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색 이면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게 된다. 유럽의 넓은 초원을 보는 듯했던 진한 초록빛은 서걱대는 소리를 내는 대나무밭처럼 느껴지고, 금방 떠오르는 해처럼 붉게 타올랐던 컬러는 달빛 사이로 사라져가는 듯하다. 처음 보았을 때 인상적으로 다가온 화려한 컬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 너머 이야기를 전한다. 프랑스 에브뢰의 유채꽃 밭이 이어진 집의 정원에 놓인 그녀의 샛노란 작품에는 벌과 나비가 찾아 든다. 집과 나란히 자리한 작업실에서 그녀와 오랜 시간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빛이 잦아들었다.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작업실 내 캔버스에서는 색보다 시간의 흔적이 만든 거친 살결이 눈길을 모았다.

Hur Kyung-Ae

처음에는 ‘색’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벗겨진 흔적’주목하게 되네요. 긁어내는 방식과 방향에 따라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이 이제야 보이는 같아요.
제 작품은 가까이, 천천히 볼수록 다른 느낌이 전해지죠. 언뜻 붓질이 오간 회화 작품인 것 같지만 수백 가지 컬러가 묘하게 섞인 추상 회화이면서 설치 작품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은 프랑스 파리로 유학 오고 난 이후부터 입니다.  파리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기존 작업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그려놓은 그림을 지우거나 캔버스를 찢고, 분해하는 등 개념 예술과 디지털 영상 작품까지, 다양한 영역을 시도했지만 만족스럽지가 않았고 결국 다시 캔버스와 물감 앞으로 돌아왔어요. 문득 회화 작품에 ‘해체’와 ‘파괴’라는 행위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학 전,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는데, 판화 작업 방식인 ‘긁는 행위’를 생각해냈죠. 이후 해체의 개념에 무게중심을 점점 두면서 마티에르는 점점 두꺼워졌고, 색을 입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색을 벗겨내 새로운 색을 발견하는 작업에 이르게 된 것이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티에르를 완성하나요? 색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마티에르를 빠르게 더욱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있는 비법은 없어요. 그저 물감을 하나씩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하는 거죠. 긁어 내기 전 준비 작업 만 수 여 일을 소요하고, 여러 작품을 동시에 소화 해야 하죠. 색은 본능과 직감에 따라 결정한 것 아닙니다. 작품을 구성하기 전 미리 예측을 하죠. 벗겨낸 흔적과 질감까지 계산한 후 그에 맞춘 컬러를 차례로 칠하죠. 모노톤으로 아크릴물감층을 올리기도 하고, 물감을 섞어 색을 만든 후 칠하기도 합니다. 물감을 올리는 방식은 매번 다른데, 어떤 것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뿌리는 식으로 물감을 칠하고 말립니다. 대략 30층에서 70층까지 올리는데, 최근 들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어요. 물감을 바를 때는 반드시 종이 위에 어떤 색을 올렸는지 표시합니다. 그런데 색을 이론적으로 조합했다고 해서 긁은 후의 결과가 예상과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어요. 매번 의도하지 않았던 색이 드러나죠. 필연과 우연의 결합, 논리와 비논리의 집합이 일구어낸 색. 그런 흔적을 마주했을 때 희열과 쾌감이 느껴져요. 두꺼운 마티에르를 긁어낼 때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캔버스를 세워서 선 자세로 작업을 합니다. 그러면 비가 내리듯 가루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죠. 가루는 직접 제조한 특수한 풀로 다시 캔버스에 붙여야 하기에 색깔, 캔버스에 따라 표기해 구분합니다.

Hur Ky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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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이 떨어질 붙어 있는 모양 덕분에 더욱 작품이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캔버스 끝에 매달린 것처럼 표현했는데, 툭 떨어질까 불안해하시더라고요. 특수풀로 단단하게 고정시킨 것이라 만져봐도 됩니다. 제 작품은 해체와 파괴로 출발했지만 이것은 ‘비워 내는 것’이 아니라 ‘쌓아 가는 것’ 행위라는 것이죠. 시간에 따라 쌓여진 색의 지층. 설치 작품처럼 보이는 흔적의 덩어리가 사각의 캔버스보다 더욱 더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하죠.

대부분의 작품명이 ‘Untitle’이에요. 그런데 색에 따라 색동이나 단청이 생각나기도 하고, 유럽의 푸른 들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화가 고갱은 “색채는 훨씬 설명적이다. 시각에 대한 자극 때문이다. 어떤 조화는 평화롭고, 어떤 것은 위로를 주며, 어떤 것은 대담해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라고 했는데, 본인 또한 컬러마다 의미를 부여해 사용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컬러별로 느끼는 감정과 해석이 다르겠지만, 제 작품은 컬러가 가지는 다각도의 표정과 심상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거든요. 어쩌면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다고 볼 수도 있죠. 어릴 때부터 컬러를 좋아했고, 폭발하는 듯한 느낌의 밝은 컬러를 사용하는 데 큰 두려움이 없었어요. 특히 판화를 배우면서 여러 각도로 중첩되면서 변화하는 색,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드러나는 색의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분위기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요. 제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면 자체로 발광하는 ‘색’보다 색에 감추어진  ‘흔적’에 더욱 시선이 머물러요. 색은 쌓아 올린 시간처럼 보이고, 긁어서 생긴 주름은 고통, 희생, 행복 등이 배어든 삶의 흔적처럼 느껴지죠.

맞아요. 처음 아틀리에 들어왔을 때는 고요한 유럽의 햇살을 껴안고 있는 색채가 인상적이었는데, 작가님이 땀을 흘려가며 반복적으로 색을 긁어내는 과정을 목격한 후엔 캔버스거친 표면과 질감을 신중히 들여다보게 돼요.
완전히 마른 물감은 돌덩이 같죠. 동판화 작업을 많이 했던지라 긁어내는 기술을 나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업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 과정에서는 긁어나갈 때 참을 수 없는 굉장한 소리가 납니다. 특수 귀마개 없이는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죠. 화려한 색채의 흔적이 주는 시각적 효과와 과정이 잘 매치되지 않아 사람들이 이 과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매우 고통스럽고 인내를 요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정신과 육체의 고난이 필요한 이 과정이 제 작업의 핵심이라 생각해요. 가능하면 어려운 방식으로, 될 수 있는 한 불가능한 방법으로.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전시회 일정이 잡히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어요. 순전히 ‘시간’과 ‘노력’으로 완성하는 그림이죠. 어떤 이는 기계나 타인의 힘을 빌리면 안 되냐고 묻지만, 작품은 효율성과 논리를 따져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제 작품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것은 ‘색’이 아니라 ‘에너지’니까요. 저의 손, 마음, 머리에 담긴 에너지가 캔버스의 살결에 파고드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저 또한 쾌감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Hur Ky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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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같아요. 물감 특유의 화학 냄새가 강하지 않네요.
천식이 심해 이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냄새가 나지 않고 발색이 좋은 물감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오랜 시간 끝에 프랑스 브랜드를 찾았죠. 지금까지 한 브랜드의 것만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이런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여요. 수행자의 마음 가짐으로 임해야 가능한 일인 같네요.
종교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지만, 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요. 창 밖에 보이는 유채꽃도, 청명한 하늘도 모두 하나님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라 생각을 하죠. 작업실을 디자인할 때 지붕과 가까운 곳에 작은 창을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빛이 쏟아서 작업실 전체를 밝힐 때엔 경건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작업을 하면서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나날을 위로 받는다고 생각해요. 때론 제 작업실은 묵상과 기도를 위한 좋은 공간이 됩니다. 과거 예술가들이 교회를 지을 때의 마음처럼 하늘과 가까이 가겠다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한 곳에 쏟아 부으며 작업 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떤 거짓된 방식을 쓰고 싶지 않아요. 어시스던트를 쓴다던가, 전기 드릴을 사용한다던가 아는 식. 오히려 더욱 힘들고 고된 방식으로 더욱 솔직하게 저의 열정과 의지를 작품에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을 택할꺼에요.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허경애의 작업은 ‘과정으로서의 예술’, 일종의 ‘회화적 퍼포먼스’로 규정할 있다. 그녀의 작업은 비록 다색을 다루고 있지만, 과정 중심의 회화적 수행(performance)이란 관점에서 보면 반복과 촉각성, 그리고 행위가 중심을 이루는 한국의 단색화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해석했어요.
2018년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도록에 실린 글에서 저의 반복, 촉각성, 회화적 퍼포먼스 작업이 단색화 대표 작가 정상화의 작품과 묘한 연결 고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큰 찬사죠. 감사한 일입니다.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지만 제 DNA는 한국인이니, 한국인으로서의 생각과 의식이 반영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저는 단색화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되기보다는 허경애라는 이름 세 자로 남았으면 해요. 한국 미술 또한 이제 여러 작가군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죠.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을 넘어 더 큰 나라로 가고 싶었어요. 대부분 영어권 국가를 택하는 것과 달리 아티스트가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유럽권으로 가고 싶었죠. 1순위가 프랑스 파리였어요. 프랑스어를 좋아해 대학교 때도 꾸준히 프랑스어를 공부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유학 와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다 보니 아티스트에겐 자유가 없더라고요. 하하. 예술과 관련한 폭넓은 분야의 공부를 해야 했고, 프랑스어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죠.

파리에서 1 시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도시, 에브뢰란 곳은 어떤가요? 원래 파리에서 활동하지 않으셨나요?
파리에 아틀리에가 있었지만 외곽이었어요. 집과 갤러리를 오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작업을 하면서 육아까지 병행해야 했기에 스트레스가 컸어요. 아이가 크면서 파리 아파트를 떠나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작업과 삶을 함께 꾸릴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떠오른 곳이 이곳 남편의 고향이죠. 이 건물은 사실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집이에요. 시댁 식구들이 모두 근처에 살아요. 원래 집을 부수고 작업실과 집이 연결된 건물을 새롭게 지었어요.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했는데, 무거운 캔버스를 세우거나 눕힐 수 있게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고, 사면에 창을 내 바람이 잘 드나드는 덕분에 물감이 잘 마르죠. 볕 좋은 날에는 밖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야외에서 양궁을 하기도 해요.

최근 프랑스에서 아트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보여요.
파리 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더욱이 아티스트란 직업으로 생활하는 것은 더 힘들죠. 그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고리타분한 말이겠지만, 그림 자체에 자신의 마음을 담고 에너지를 쏟다 보면 기회는 옵니다. 그 시간을 인내하지 못해서 문제죠. 유럽 갤러리는 작가가 어느 대학교를 나오고 어느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어가 유창한지 아닌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오로지 작품으로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오랫동안 미술과 동고동락했기에 작품과 작가를 대하는 기준도 평가도 남달라요. 컬렉터 또한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요.  갤러리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작가를 채찍질하지만, 그것이 배려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어요. 아티스트의 사정과 능력을 알고, 요구를 찬찬히 들어주죠.

지금 작업 다른 시리즈로 변주할 생각을 해본 있나요?
지금의 시리즈에 정착하기 전 수많은 작품을 시도했었어요.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설치, 영상 작업까지. 물론 아티스트로서 늘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증이 있죠. 그러나 가능하면 제 호흡법을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드러나지 않게 변화를 주려 합니다. 숙성된 방식으로요.

Hur Kyung-Ae

허경애Hur Kyung-Ae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후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판화로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세르지 국립 아트 스쿨(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de Paris-Cergy)을 거쳐 파리 소르본 1 대학(University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순수 미술 과정으로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허경애 작업의 중요한 특징은 색을 이용한 회화이면서도 그림의 지표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색채의 지층을 드러내는 데 있다. 색을 발굴하듯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 조각도, 외과 수술용 메스, 식칼을 사용해 두꺼운 마티에르에 숨겨진 흔적을 드러낸다. 색과 해체와 작업 과정으로 드러나는 형태를 혼합해 보여주는데, 이 과정은 명상적이면서도 파괴적이다. 이런 이중적인 면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관심 받는 이유다. 일종의 앵포르멜(Informal) 회화의 연장선이면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해체추상 작업의 하나로 해석한다. 허경애 작가는 프랑스에서는 이미 뛰어난 한국 아티스트로 꼽힌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에서는 아트웍스 파리서울 갤러리(www.artworksparis.com)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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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레이문, 허경애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RAY MOON STUDIO, Hur Ky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