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거점을 둔 한국인 화가 김용철은 어느 때보다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다. 곧 있을 디플롬 졸업 전시 뿐 아니라 내년 개인전과 아트 마이애미 출품작 작업으로 쉴 틈이 없다. 지난 9월 토마스 푹스 갤러리 부스를 통해 베를린 포지션즈 아트페어에 선보인 작품은 모두 컬렉터의 품에 안기며 작가의 위상을 증명했다.
김용철 작가는 2014년부터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대학에서 디플롬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미술 대학들은 매년 정해진 시기에 룬트강(Rundgang)이라는 행사를 열어 외부인들에게 학생들의 젊고 생생한 작품들을 공개하는데, 현재 김용철이 속해 있는 토마스 푹스 갤러리(Thomas Fuchs Gallery)의 두 갤러리스트도 거기서 그의 작품을 만났다. 올해 초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공영방송 SWR에서 방송된 영상에서 갤러리스트 안드레아스 푸커는 첫 만남을 이렇게 묘사했다. “처음 김용철 작가의 작품을 보았을 때 그 퀄리티에 놀랐습니다. 정말 굉장한 순간이었죠.“ 그들은 이 후에도 김용철의 활동을 눈여겨보다 2018년 자신들의 갤러리에서 개인전 <Floating> 을 열었다.
보통 화가가 보여주는 화려한 테크닉은 그림의 진정한 면모를 놓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에 반해 김용철의 터치와 색은 깊이감과 정교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화면으로 녹아들 듯 사라지는, 혹은 화면에서 떠오르듯 나타나는 대상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그에게 있어 예술 작업은 작가 개인의 지각과 경험, 그리고 사회 속 특정 현상들을 ‘기록‘이라는 예술가적 책무 안에서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기본적 틀 안에서 그는 주로 경험, 시대적 현안, 또는 특정 상황들을 주제로 설정한 후 상징과 은유적 오브제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Floating, Wanderer(방랑자)‘ 등의 작품 제목에서 작가가 인간 실존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작업노트에는 타국에서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오랜 사유가 담겨있다. 작가는 물결이 이는 물에 비쳐 끊임 없이 변화하는 얼굴을 보며 부유하는 실존에 대해 질문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 앞에 서서 듣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난해하고 어려운 담론이라기 보다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부터 던져진 나지막한 질문이 아닐까.
SWR 방송은 화가 김용철에 관한 영상의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김용철이 미술시장을 정복했다 (Yongchul Kim erobert Kunstmarkt)“. 갤러리스트 토마스 푹스에 의하면, “그가 현재 작업중인 미완성 작품들도 이미 구매 희망자들에게 예약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은 많은 작가들과 미술학도들이 꿈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작품 안에서 던졌던 질문, 즉 “한 사회는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변화된 그의 사회적 조건과 환경이 다시 김용철이라는 예술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그는 그런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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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김용철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Yongchul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