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베를린은 분주하다. 8월부터 시작된 음악축제(Musikfest Berlin), BMW 국제 마라톤, 그리고 미술계에서는 베를린 아트 위크(Berlin Art Week) 행사가 있다. 베를린의 수많은 갤러리들이 참여하고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2018년 베를린 아트 위크에 맞춰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 미술관에서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 작가 이불의 회고전 크래쉬(Crash)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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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ul, Willing To Be Vulnerable, 2015–2016, Ausstellungsansicht 20. Biennale of Sydney, 2016, Foto: Elisabeth Bernstein; Foto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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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ul, Titan, 2013, Untitled sculpture (W3), 2010, Ausstellungsansicht Crashing, Hayward Gallery, 2018, Foto : Linda Nylind

“그녀 세대의 한국 작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된 이불 작가는, 길고 꾸준한 이력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보여준다.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이 주를 이루는 이불의 작업은 미래 이론, 공상과학(SF), 생명공학, 비저너리 건축(visionary architecture)의 영향을 받은 트라우마, 이상, 유토피아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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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 Lee Bul, Cyborg W1, 1998, Ausstellungsansicht LEE BUL, Mudam Luxembourg – Musée d'Art Moderne Grand-Duc Jean, 2013-2014, Gegossenes Silikon, Polyurethanfül¬lung, Farbpigment, 185 x 56 x 58cm, Foto: Rémi Villaggi; Foto Courtesy: Studio Lee Bul / right : Lee Bul, Mon grand récit: Weep into stones..., 2005, Ausstellungsansicht Crashing, Hay¬ward Gallery, 2018, Polyurethan-, Foamex-, Synthetik-, Edelstahl- und Aluminiumstäbe, Acrylplatten, Holzplatten, Acrylfar¬ben, Lacke, elektrische Verdrahtung, Beleuchtung, 280 x 440 x 300cm, Collection of Hitejinro Co., LTD, Foto: Maxie Fischer, Mathias Völzke; Foto Courtesy: Gropius B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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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Lee Bul, Civitas Solis II", 2014, Ausstellungsansicht MMCA Hyundai Motor Series 2014: Lee Bul,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4-2015, Foto: Jeon Byung-cheol; Foto Courtesy: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전시 크래쉬는 그녀의 실험적 전시에 대한 영감으로 이뤄진 모험적인 공간이다. 표면적으로 관람객들은 나전, 수정, 가죽, 벨벳 등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로 연출된 장면과 풍경을 마주하게 되며 그 안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공상적인 장소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이 감각과 유머 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불의 작업에는 언제나 한국의 역사와 정치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들과 섬세한 암시들이 담겨 있다. 세계화와 기술적 진보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여전히 과거 군사 독재와 오랜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정치적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인류-공동체의 완성과 동시에 그에 대한 잠재적인 좌절감에서 오는 고단함이 작가의 작업 속에 압축된 성찰로 녹아 있다. 몸이 가진 속성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쟁점 또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 볼만한 테마이다.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세계를 정의하며, 또한 수 많은 경계를 경험하는 가운데 쌓여온 감정들이 어떤 지점에서 표출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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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ul, Via Negativa II, 2014, Polycarbonatplatte, Aluminiumrah¬men, Acryl- und Polycarbonatspie-gel, Stahl, Edelstahl, Spiegel, vene-zianischer Spiegel, LED-Beleuchtung, Siebdruckfarbe, 275 x 500 x 700 cm , Foto: Elisabeth Bernstein; Foto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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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Lee Bul, Live Forever III, 2001, Ausstellungsansicht Crashing, Hay¬ward Gallery, 2018, Fiberglaskapsel mit Akustikschaum, Lederpolsterung, elektronisches Equipment, 254 x 152.4 x 96.5 cm , Foto: Linda Nylind / right: Lee Bul, After Bruno Taut (Devotion to Drift), 2013, Ausstellungsansicht Crashing, Hay¬ward Gallery, 2018, Kristall-, Glas- und Acrylperlen auf Edelstahlarmaturen, Aluminium- und Kupfergeflecht, PVC-, Stahl- und Aluminiumketten, 170 x 160 x 115 cm , Foto: Maxie Fischer, Mathias Völzke; Foto Courtesy: Gropius Bau

전시가 열리는 건물인 그로피우스 바우는 단순히 전시를 위한 ‘장소’가 아닌 지정학적 ‘영감’으로 작용한다. 전후 시대 베를린을 동서로 나눈 장벽의 관문이었던 ‘체크포인트 찰리’에 근접해 있는 그로피우스 바우 건물은 항상 정치적인 긴장이 감도는 현장에 있었다. 이와 같은 전시 공간의 역사-지정학적 문맥은 한국의 군사독재와 분단의 영향, 그리고 이상-구조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작가의 탐구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전시 크래쉬는 가능한 한 각 작업들의 주제들을 따라 공간을 나누었으며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연대순으로 정리되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이불의 창작세계가 발전되는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불의 개인전 전시 크래쉬는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와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기획은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이 맡았다. 9월 29일부터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2019년 1월 13일까지계속된다. 


 

에디터 박나리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글 장용성 (<아트마인> 독일 통신원)
문의 www.museumsportal-berli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