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인전 <White - facade>를 열고 있는 작가 하태범과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 <w : r. 08-19>를 앞두고 있는 작가 김도균.
두 사람의 공동점은 눈에 보이는 '백색(white)' 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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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구조의 내·외부를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사진 매체의 다양한 형식을 실험해 나가고 있는 작가 김도균은 중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흰색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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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색이 전달하는 시각적 폭력성을 하얗게 탈색하고 구체적 요소들은 제거하여 중립적 상태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 하태범.

1974년생 하태범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슈투트가르트 국립 조형예술대학 조소학과에서 수학했다.  1973년생 김도균 KDK는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쉴러와 아카데미브리프 과정을 마쳤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 두 작가는 '독일 유학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촉발된 예술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김도균 작가는 어느 날 아침, 움푹 들어간 흰 벽의 모서리가 내부를 향해 돌출되는 이질적인 공간감을 느낀다. 독일 유학시절의 경험이다. 이후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시각성을 가진 모서리를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 생성되는 모서리는 풍부한 음영으로 표현되며, 전진하는 동시에 후퇴하는 독특한 시각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대표 작품 시리즈 <w>는 연필 소묘처럼 보이는 사진으로서, 영어의 흰색(white), 벽(wall), 독일어의 각(winkel) 등의 중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촬영 이후 액자나 정형화된 규격의 변화를 통해 사진적 조형성을 모색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촬영본을 다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하거나, 3D 프린터를 활용해 2차원 사진 이미지를 3차원 사진 오브제로 구현하는 등 사진의 새로운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2008년부터 발표한 <w>연작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성격의 개인전 <w : r. 08-19>는 10월 4일부터 11월 3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과거 전시를 토대로 재구성된 <w> 대표 작품들과 전시 이후 축적된 작업의 풍경이 즉물적으로 제시된다.

김도균 KDK 'w.stdl-06'.  gelatin silver print. 90 x 70 cm. 2015
김도균 KDK 'w.stdl-06'. gelatin silver print. 90 x 70 cm. 2015
하태범 'Surface 2'. paper cut, glass with wood frame.72.7 x 111 cm. 2019
하태범 'Surface 2'. paper cut, glass with wood frame.72.7 x 111 cm. 2019

하태범 작가는 독일 유학 초기에 만난 리비아 출신의 친구를 통해 중동지역의 분쟁, 테러 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에 있을 당시, 정치적으로 무관심했고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그가 중동지역의 정치, 종교적 문제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보도 태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이중적 태도에 예술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White> 연작은 시리아와 예맨 등의 중동지역은 물론 러시아와 조지아의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테러, 재난 참상에 대한 보도사진을 예술적 모티프로 삼아 매우 세밀한 흰색 모형으로 재현하여 다시 원본 보도사진과 같은 시점으로 재촬영하는 작업이다. 실제의 참상 보도사진에는 폭파된 건물들, 혼돈과 폐허로 점철된 환경,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과 폭력성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이를 대할 때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동화되어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과 심리적 거리감을 두며 안도감을 갖는 상반된 감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태범은 본래의 여러 가지 색이 전달하는 시각적 폭력성을 하얗게 탈색하고 구체적 요소들은 제거하여 중립적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이는 참상 보도사진에 향하는 이러한 이중적 감정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처참한 현실에 대한 감정적 자극이 점점 무뎌지고 무신경해짐을 보여 준다. 실제로 신문, 잡지, 인터넷 매체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참상 보도사진들은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전무한 다른 세상의 일로서 연민이든 안도감이든 깊고 지속적인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하고 표면적이고 순간적 감정으로 스쳐 지나가듯 가볍게 취급된다. 흰색 모형으로 재현된 사진은 이러한 감정적 공(空)의 상태, 즉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방관자적 태도로 가볍게 소비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수용자 시선의 ‘폭력성’을 반영하고 있다.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10월 19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White - facade>는 특히 작가가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White>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기존 실현 양식인 참사 보도사진을 흰색 모형으로 제작해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illusion> 연작과 함께, 새롭게 시도되는 종이와 스테인리스 스틸 커팅을 이용한 일종의 부조 조각인 <surface>와 <facade> 연작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