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비는 수고만 감내하면 아무것도 걸리적거릴 것 없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휴식이다.”
_버지니아 울프
WRITE 박나리(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PHOTOGRAPH 라마(www.ramaphotography.com)
버지니아 울프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산책가였다. 온 신경을 연 채 ‘의식의 흐름’에 의거해 글을 쓰는 작가였지만, 밤거리를 걸을 때만큼은 평온한 사색가로 돌아가곤 했다. 작가 유재연의 그림을 본 순간 한적한 런던의 골목길을 누비던, 혼자만의 시간을 편애하던 버지니아 울프가 떠올랐다. 푸른 달빛이 주는 스산한 고독, 홀로 걷는 도시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이유 모를 평온함은 오늘도 복잡한 하루를 보낸 현대인들이 희망하는 은밀한 일탈이자 작은 행복인지도 모른다.
런던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 유재연이 자신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생각에 잠겨있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밤의 심상과 풍경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계층을 담은 '나이트 워커' 시리즈 작업에 한창이다.
2017년부터 ‘나이트 워커(Night Walker)’ 시리즈로 밤의 적막을 그려온 유재연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아티스트 비자 받아 열심히 작품 팔고 꼬박꼬박 세금 내는 삶’이라는 본인의 표현처럼 낮에는 전시를 관람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녀가 좋아하는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밤 풍경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쓸쓸한 뒷모습을 한다. 캡 모자를 눌러쓴 채 모바일을 들여다보는 소년,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언덕을 올라가는 남자는 모두 혼자다. 화폭을 채운 울트라머린 컬러는 차갑고 고독한 블루. "눈이 어둠에 적응했을 때 느껴지는 공기의 색감 자체가 푸른빛에 가까워서"란다.
우리가 유재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근 몇년 사이 쌓은 괄목할 만한 필모그래피에서 기인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막역한 친구이자 슈퍼 컬렉터로 유명한 셰프 마크 힉스(Mark Hix)가 소더비와 주관한 '힉스 어워드 2016(Hix Award 2016)'를 포함, ' 덴톤스 아트 프라이즈 2017(Dentons Art Prize 2017)', '그리핀 아트 프라이즈(Griffin Art Prize)'에 연달아 이름을 올리며 런던에서만 20여 회 전시를 열었다. 소더비에서 운영하는 S2 갤러리에 작품이 소개됐고, 최근에는 6년 만에 서울에서 개인전 <문라이트 펀치(Moonlight Punch)>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젊은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 왕립미술학교를 거쳐 8년째 런던에서 생활하는 작가를 런던 현지에서 만났다. 유례 없는 전 세계 이상기후로 런던 또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7월이었다. 아담한 작업실을 채운 푸른 밤의 풍경에 가슴이 트이는 첫 인상을 받았다.
템즈강 남단 스톡웰Stockwell 역 근처에 자리한 작업실 전경.
런던에는 이처럼 아티스트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는 아파트먼트형 빌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두 명의 해외 작가들과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다. 드로잉 작업은 집에서, 페인팅은 주로 이곳에서 진행한다.
세계 3대 아트 시장으로 꼽히는 런던에서 공부하고 생활했어요. 이 도시에서 작가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2011년 여름 런던에 왔고, 2012년 왕립미술학교에서 학업을 시작했어요. 런던은 기회도 많고 다양한 문화가 섞인 도시예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예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많은 관심을 드러내죠.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다른 이의 작업을 보는 것도 중요한데, 여러 예술 환경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 일상에서 쉽게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많이 즐기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에요. 한국말로 작업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립고요. 해외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국내와의 연결고리도 그렇고, 항상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는 건 감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최근 서울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개인전을 마쳤습니다. 작품 60여 점을 한국까지 운반할 정도로 규모가 꽤 컸어요.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작품을 돌아보고 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것들을 얻었나요?
친한 기획자를 통해 몇 년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다 6년 만에 한국 전시를 열게 됐어요. ‘문라이트 펀치(Moonlight Punch)’라는 전시명 아래 근래 작품을 모아놓고 보니 제가 ‘달빛’, ‘밤’, ‘산책’ 같은 단어에 관련된 이미지 작업을 많이 했더라고요. 밤은 혼자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할 수 있는 시간대에요. 시끌벅적하지 않고 공상하기 좋죠. 밤에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심상을 좋아하는데, 아무도 내가 뭘 하는지 모르는 시간에 놓이고 싶어하는 개인적 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공원 문이 닫혀 있으면 살짝 담을 넘어 안에 들어가보기도 하죠. 그런 밤의 심상을 드로잉, 회화, 우드 패널을 활용한 설치 작업으로 다양하게 표현해봤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밤 풍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호숫가나 인공 풀장같이 물이 함께 있는 공간이요. 흔치 않은 경험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한밤중 홀로 나가 뭔가를 경험한다는 건 일탈성도 있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이 작업은 ‘나이트 워커(Night Walker)’라는 12호짜리 작은 그림에서 시작됐어요.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그 장면을 떠올렸죠. 한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밤길을 걷는 장면을 그렸는데, 그때의 색감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외로운 색상이랄까. 이후 혼자 걷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더니 대부분 휴대폰을 사용하더군요. 요즘은 밤에 스쿠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머물러요. 블루 색상, 울트라머린 컬러를 주로 사용해요. 밤에 밖으로 나가 드로잉 작업을 하는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 느껴지는 공기의 색감 자체가 푸른빛에 가깝더라고요.
Night Walker (2017), oil on canvas, 60.6 x 50cm | Moving Graves (2017), oil on canvas, 90.9 x 72.2cm (가운데 작품)
울트라마린 컬러는 눈이 어둠에 적응했을 때 공기의 색감과 유사해서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색이다.
유재연 작가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 것 같아요. 앞서 소개한 ‘문라이트’ 회화 외에 나무판에 드로잉해 나무 조각을 만드는 '마커 드로잉' 작업이 있어요. ‘문라이트’에 비해 색감이나 표현 자체가 가볍고 경쾌해 젊은 아트 컬렉터들의 반응이 좋다고요.
생각날 때마다 자유롭게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쓱쓱 산발적으로 드로잉을 해요. 작은 드로잉들이 물리적으로 커지고 두께감이 생겼을 때 묘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이미지 가운데 제가 몇 개를 추려 조합한 뒤 나무를 깎아 재현했어요. 꽤 두꺼운 자작나무에 레이저 커팅을 한 뒤 유화로 채색하는 거죠. 새와 나무 드로잉은 모두 실제 사이즈로 키워 작업하는데, 이번 서울 전시에서 대량 소개했어요. 서로 겹쳐 붙이며 레이어를 2~3개 정도 만들면 벽에 부착했을 때 그림자가 생겨 더욱 입체적이더라고요. 첫눈에 재료를 알아채지 못하는 관객들의 반응도 재미있고요. 마커로 그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레이어의 흔적과 잉크가 응집되면서 생기는 자국. 이런 것들을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유로운 드로잉이 시간과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로 응집될 때 희열을 느껴요. 드로잉이 공간을 부유하도록 연출하려고 시작한 작업입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해서 무대 세트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플레이스막에서 소개한 초창기 작품에는 동화적인 시도를 더 많이 했어요. 기차도 만들고, 모터를 달아 움직임을 주기도 했죠. 알파벳 'F'가 주제였는데, F 로 시작하는 단어를 모아 즉흥적으로 드로잉한 다음 한 공간에 응축시켜 어떤 느낌이 나오는지 실험했어요. ’fairy tale’, ‘fear’, ‘fame’ ‘fury’ 등 개인의 내면에 침잠해 있는 감정을 소개했죠. 이 작업들 이후 밤의 이미지를 드로잉하는 작업으로 확장된 부분이 있어요.
최근 서울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연 개인전 풍경. 작가는 우드 판넬에 마커로 드로잉한 이미지들을 실제 사이즈로 레이저 커팅해 자신의 회화와 함께 설치했다. 마치 무대 세트가 연상되듯 동심을 관통하는 판타지로 가득하다. 작가의 드로잉 패턴들은 실재 많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른 주제로 진행했던 마크 드로잉 작업 '사파리 판타지Safari Fantasy' 전시 풍경
작품에 중첩된 이미지를 담는 점이 흥미로워요. 수영장 풍경이 밝고 따사롭지만 창문 뒤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유령 이미지가 주는 스산함이 있고요. 하나의 이미지에서 상반된 연상을 할 수 있는 전복된 이미지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그리기 위한 본인만의 사고 방법이 있나요?
제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세상에 펼쳐진 모든 현상과 사물, 사람, 이야기는 양가적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면만 있는 건 아니라고 여기죠. 다채로운 이야기가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건 제 그림의 아주 중요한 요소예요. 개인의 경험을 환기시키며 비슷한 경험을 이끌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드로잉을 선택하고 합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사를 만들어갑니다. 마치 스티커를 붙이듯 ‘이 형태와 이 형태가 만나면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고요.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미가 확장되고 분할되는 것 같아요. 이야깃거리가 다양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작업에 들어갑니다.
작품을 보고 유년 시절의 어떤 경험이 축적된 것인지 호기심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디즈니 만화를 접했다고요.
유년기를 가족과 미국에서 보냈어요. 그래서 인생의 첫 기억들이 주로 그곳과 관련되어 있죠. 특히 한국 나이로 네 살이 되는 해인 1991년의 장면 장면이 아주 또렷이 기억나요. 생경한 곳으로 이주하니 유치원 등원한 첫날 혼자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도 나고, 차차 언어에 적응해가며 사귄 친구들 얼굴도 생각나요. 동양인이 드문 동네여서 주로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디즈니를 좋아하셨어요. 이야기책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접한 재미있는 서사와 이미지가 저를 사로잡았던 것 같아요. 의인화된 꽃과 나무, 동물, 물건이 아름다운 노래와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꿈 동산이었죠.
최근 직접 글을 쓰고 작품 이미지를 삽화로 꾸민 영문 소설을 출간했어요.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제는 개인의 영역이 사회적 교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받는 것에 대해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그것을 그림, 설치 작업, 영상물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데, 한번 정도 응집해보고 싶더라고요. 이 책은 아이의 생일 파티에 친구 엄마들이 모이면서, 주인공이어야 할 아이의 무대가 어른들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아이 시선으로 담은 소설이에요. 중간중간 제 작품이 삽화로 들어가죠. 영어로 썼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단어로 편하게 만들었어요. 이 책을 보고 제 작업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런던에서 주로 전시를 열다 보니 해외 각국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을 것 같아요.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국가와 한국, 미국 정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니 엄청 잘나가는 작가 같은데요.(웃음) 그 중에서도 2016년 초에 제 작품을 구매한 스페인 로펌 회사 대표분이 기억에 남아요. 전혀 교류가 없던 분인데, 런던에서 열린 지난 전시에서 제 작품을 눈여겨보다 직접 연락해 작품 구매 의사를 밝히시더라고요. ‘웨딩마치’라는 제목의 150호 크기 그림이었어요. 1990년대 초반 사진을 재구성해서 ‘밤의 결혼식’을 그린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던 그림이라 판다, 안 판다 이메일로 몇 차례 실랑이를 한 기억이 나요. 진솔하게 본인이 그림을 보고 느낌 감정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셔서 제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아요. 그분이 메일로 진지하게 설득하지 않았다면 판매하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소더비와 힉스 아트 파운데이션이 주관하는 '힉스 어워즈HIX AWARDS' 2016 수상 작품.
'Birthday Party' (oil on canvas,130.3 x 162.2cm 2013)
스페인 로펌 회사 소장 된 작품 'Wedding March' (oil on canvas, 130.3 x 193.9 cm, 2013)
이세현 작가는 <아트마인>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오히려 외국에 나가보니 한국 작가란 무엇인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라고 말한 바 있어요. 런던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 기사에 굉장히 공감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한국을 벗어날 수는 없고, 그런 면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유년기의 기록물, 예를 들면 한복이나 졸업 사진 같은 오브제를 그림에 사용하면 외국인들이 그에 대해 묻고, 그러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확장해갔던 것 같아요. 밤 풍경을 그릴 때도 산수화나 무덤을 배경으로 그리면 한국의 성묘 문화를 설명하게 돼요. 흙을 도톰하게 올리는 무덤 형태가 한국적이라는 거죠. 런던 갤러리 관계자들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한국적 색채를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맥을 잡아 가나요.
혼자 있는 시간에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기도 해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길을 걸어 다니며 산책 겸 전시도 보고 구경도 해요. 배터시 파크는 오래 살던 동네 공원이라 자주 찾는데, 거기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공원이 아니더라도 동네마다 광장 같은 작은 잔디밭이 많아 그런 곳에 서 책을 읽죠. 카프카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평범한 가장이 느닷없이 벌레가 된다든지 하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에 끌려요. 김애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제겐 힐링이 되죠.
드로잉 패턴이 다양해 브랜드의 협업 요청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2011년부터 뉴욕과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복 브랜드 ‘하가히(Hagahi)’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에요. 제 드로잉을 자수 패턴으로 재해석해 투피스, 야상 점퍼, 모자,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시즌별로 제작했어요. 이번 서울 개인전을 맞아 실크 정장을 선물 받기도 했죠. 소비자가 유희적으로 선택해 착장하는 패션 산업이 예술과 접목되는 데 흥미를 느껴요. 문학 작가들과 책 커버 작업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책에 ‘나이트 워커’ 이미지를 더하는 식으로요.
2011년 플레이스막에서 연 첫 개인전 <F>와 관련한 작업물을 가지고 디자인한 의류 브랜드 '하가히' 제품
런던에서 작가 외에 교사로도 활동 중인데, 아이들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치나요?
유학 오기 전부터 헬로우뮤지엄에서 ‘티칭 아티스트’로 오래 일했어요. 현재는 V & A 뮤지엄에서 주말에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을 가르치는 ‘프라이빗 튜터링’ 수업을 진행해요.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제 작업이 아이의 세상과 어른의 것이 맞닿은 지점에서 시작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게 커요. 그 ‘순수의 시대’가 부럽죠.
이미지 과잉 시대,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그린다’는 행위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요.
그림만이 수행하는 기능에 대해 생각하고 있요. 이미지가 넘쳐나기 때문에 오히려 꼭 그리고 싶은 장면만 그리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있을법한 이미지인데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릴 때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아요. 저에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사회와 개인과의 괴리, 유년기와 현재의 괴리, 어른과 아이의 괴리,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괴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투사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통해 그들의 기억과 경험을 환기시키고,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유재연 JAE-YEON YOO
한 가지 현상, 일상적 오브제의 양면을 다루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전공한 뒤 영국으로 가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지난 10년간 런던과 서울을 베이스로 ‘상하이 아트 페어 2011(Shanghai Art Fair 2011)’을 포함한40여 차례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영국 최고의 원로 셰프이자 아트 컬렉터 마크 힉스가 소더비와 함께 주관하는 ‘힉스 어워드 2016(Hix Award 2016)’, 레이시 컨템퍼러리 갤러리(Lacey Contemporary Gallery)의 ‘윈터 프라이드 어워드 2014(Winter Pride Award 2014)’ 등에서 수상하며 런던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개인전 <문라이트 펀치(Moonlight Punch)>를 열며 한국과도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회화는 물론, 소설 집필과 영상 작업, 드로잉을 활용한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고 표현하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www.yoojaeyeon.com
매거진 <아트마인>에 게재된 기사의 모든 사진과 텍스트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아트마이닝㈜의 저작물입니다.
사전 동의 및 출처 표기 없는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합니다.
작품 이미지 © 유재연 – ARTMINING, SEOUL, 2018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