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맛과 멋까지 고려한 음식의 담음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뜻한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노영희의 그릇 (Roh02’s)’은 지난 30년간 소비자의 관점에서 식기를 다루며 쌓인 푸드스타일리스 노영희의 안목이 녹아든 공간. 현대 도예가들의 아름답고 쓰임 가득한 식기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한식당 '품 서울'은 한국 전통의 맛을 살린 음식을 세련되고 모던하게 그릇에 담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3년째 미슐랭 1스타의 영광을 안은 이곳의 셰프 노영희. 푸드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여백의 미를 강조한 플레이팅으로 요식업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다져왔다. 최근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 레시피 책 <품>을 출간한 것은 물론 본인의 이름을 내건 그릇가게 '노영희의 그릇 (Roh02’s)’을 운영하며 식문화 전반의 인플루언서로 손꼽힌다.
노영희 대표는 '먹는 사람이 감동하는 다이닝웨어를 선보이겠다' 다는 신념으로 실용성과 조형미를 두루 갖춘 식기류를 수집했다. 직접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다니며 그릇을 선별한 덕분에 노영희의 그릇 매장은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남다른 셀렉션으로 가득하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위치한 널찍한 그릇장을 마주하게 된다. 한옥의 대문을 연상시키는 수납장 안에는 여러 작가의 크고 작은 식기류가 한데 모여 소담스레 놓여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요한 멋을 지닌 식기를 선보이는 고희숙 작가의 단아한 백자 그릇은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오랜 시간 사용자의 곁에서 무던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장재녕 작가의 사각 접시와 백자 위에 아름다운 민화를 그리는 손경희 작가의 테이블웨어도 제 자리를 빛내고 있다.


이강효 | Kang-Hyo, LEE
옹기기법으로 빚은 도자 위에 백토물로 자연과 하늘의 이미지를 차용한 그림을 그리는 '분청기법의 대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졸업한 뒤 ‘자연 곁에서 도자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청주에 안착해 25년간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 손꼽히는 그의 작품은 영국 대영 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등에 소장되어있다.

이창화 | Chang-Hwa,Lee
도자 표면에 붉은빛의 진사 유약을 입혀 우연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창화 작가.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수료,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Visiting Artist를 졸업했다. 강렬한 붉은 빛의 그의 화기와 그릇에선 생동감과 생명력이 느껴진다.

백경원 | Kyung-Won,Baek
스케치 없이 즉흥적으로 흙을 직접 만지면서 형태를 잡는 작가 백경원. 서울대학교 도예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점토의 질감에 손맛을 더한 핸드빌딩 기법으로 '유머'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그릇과 화기를 만들고자 한다.
매장 중앙에는 커다란 두 개의 목재 테이블이 놓여있다. 흙에 새겨진 우연한 흔적마저 멋으로 승화시키는 이정은 작가의 화기를 포함한 여러 식기류가 넓은 면적을 가득 메운다. 매장 측면에 위치한 '분청산수' 벽장식(wall-piece)은 중견작가 이강효 작품이다. 옹기기법으로 성형한 도자에 분을 발라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는 이강효 작가의 조형 오브제부터 분청반장기 세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망라한 풍경은 마치 작가의 개인전을 옮겨온 듯하다.
생활의 쓰임을 강조하는 노영희 대표는 방문객들이 직접 식기를 만져보며 자유롭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그릇이 찬장에 놓이는 감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매일의 식탁 위에서 사람과 함께 교감하길 바라는 대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노영희의 그릇(Roh02’s)'은 작가들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젊은 신진 작가의 발굴에도 힘쓰고자 한다. 매장 자체를 갤러리 삼아 작가들에게 보다 밀도 있는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영희 대표의 세심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저명한 중견작가의 작품부터 신예 작가들의 다양한 식기류까지, 쓰임이 깃든 아름다운 공예품의 매력이 담긴 공간이다.
'노영희의 그릇'은 평일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려 있으며, 토요일에는 10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글 및 사진_ 이보현 (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에디터)
자료제공_ 노영희의 그릇 (https://rohyounghee.com/tableware) (02-518-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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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노영희의 그릇–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노영희의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