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사모펀드 매니저로 활동하던 금융맨이 미술품 관련 벤처회사 대표이자 오페라 갤러리 한국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것은 30대 초반 우연히 알게 된 신진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면서부터였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당시 시장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없었던 나는 멋모르고 산 작품이 그저 비싼 장식물로 전락하는 것에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고, 인테리어를 잘 했다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첫 컬렉팅 이후, 투자 가치가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결국에는 김환기, 이우환, 유영국과 같은 국내 최고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수십만원으로 시작했던 미술품 구입이 어느새 수천만원으로 단위가 커져버렸고, 더이상 구매가 아닌 투자가 되어 혼자는 사기 힘든 블루칩 작품을 투자하기 위해 공동구매 서비스를 세상에 출시하게 된 것이다.

나는 왜 그림에 꽂혔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투자대상 중에 어째서 그림을 선택해서 거의 대부분의 돈을 그림을 사모으는데 투자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전통적인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찾았다. 그들은 주식, 부동산 그리고 미술품에 투자한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크진 않지만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항상 미술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소액으로 시작한 미술품 투자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몇 년전부터는 꽤 괜찮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결국 나는 이 시장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미술품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미술계에 뛰어든 금융맨, 김재욱의 성공적인 아트 테크 포트폴리오 전략

이우환, Dialogue(Grey). 2007. 종이에 과슈. each 77 x 57.5 cm. overall 77 x 115.5 cm
이우환, Dialogue(Grey). 2007. 종이에 과슈. each 77 x 57.5 cm. overall 77 x 115.5 cm

2019년 8월 30일 공동구매한 이우환 화백의 <조응>. 김재욱 대표는 2018년 12월 이우환 작가의 <조응> 시리즈 가운데 다른 한 점인 1999년작을 3,500만원에 공동구매해, 6개월만에 11.4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3,900만원에 매각했다. 열매컴퍼니는 공동구매 작품의 평균 목표 보유기간 2년, 목표 수익률(IRR)은 보유기간 내 20%로 세우고 있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서 '온라인 아트마켓'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잠재력있는 작가의 작품과 소액으로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는 작품 판매도 하고 있다. 열매컴퍼니와 아트마이닝은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역량 있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원화를 소개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와 미술품 가격지수 중 대표적인 메이모제스 지수를 비교해보면 유사한 모습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20년간 S&P500 지수가 연평균 7%의 수익률을 기록한데 비해 메이모제스지수는 연평균 7.25%를 기록했다. 생각보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최고 블루칩 작가로 꼽히는 이우환 화백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30배가 오른 작품을 옥션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작품들의 진입장벽은 높다.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도 몇천만원이다. 100개짜리 에디션도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거기다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작가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디서 투자정보를 찾아야하는지부터가 난관이다.

미술품 시장을 안다고 하는 분들은 한국의 미술시장을 두고 연간 거래액 4천억원 규모의 개발도상국 수준의 시장이라고 말한다. 문체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GDP대비 거래액 규모가 5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정부에서는 미술시장을 키우기 위해 전시 지원금을 뿌리고 작가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 세금도 부동산, 주식, 자동차 등과는 차원이 다른 혜택을 준다. 주식과 부동산 만으로는 투자의 한계에 온 지금, 우리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규모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세제혜택이 있으면서 일반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시장, 이렇게 잠재력이 가득한 시장이 이제 막 유동화의 길이 열리면서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어떤 혜택이 존재하고 어떻게 하면 잘 투자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아트 테크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필자의 칼럼의 내용은 매거진 <아트마인>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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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JAE-WOOK KI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를 취득,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금융맨으로 일하며 아트펀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직접 관련 시장 경험을 위해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가치는 명확히 알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비싼 그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소유권을 갖는 벤처기업 (주)열매컴퍼니를 2016년 창업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투자 모집 7분 만에 구매 완료된 첫 번째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황염수, 문봉선, 도상봉, 김종학 화백 등의 작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오페라갤러리 한국 디렉터를 겸임 중이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위원 및 연세대학교 미술품 투자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