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김환기 화백의 ‘우주(Universe 5-IV-71 #200)’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해이다. 동시에 미술품 옥션 거래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옥션, K옥션의 낙찰율이 바닥을 치고, 많은 갤러리들이 매출부진으로 허덕인 해이기도 하다. 정부는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에 이어 작품 거래 이력 신고제 도입을 통해 미술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거래액 감소라는 최악의 결과만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런 시기에 우리는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미술계에 뛰어든 금융맨, 김재욱의 성공적인 아트 테크 포트폴리오 전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부터 1~2년 동안은 주식과 부동산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미술품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당연히 미술품 시장도 불황에 빠진다. 주식 시장과 미술품 시장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있지만 유사한 형태로 움직였다. 다만 미술품과 주식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미술품은 희소성이 있어서 한번 가격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황기에 미술품의 거래량은 크게 떨어져도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올 한 해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낙찰 총액이 전년 대비 30%나 급락했지만, 작품의 낙찰 가격은 오히려 작년보다 올랐다. 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미술품 구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2019년 11월 23일, 홍콩섬 완차이 해안의 홍콩 컨벤션센터 3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와 동시대 미술(20th Century & Contemporary Art) 경매’에 주요 대표작으로 출품된 김환기 화백의 1971년작 푸른 점화 <우주>는 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한 역사적인 작품으로 기록됐다. ©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불황이 계속되고 부자들이 지갑을 닫게 되면 옥션과 갤러리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다. 대부분의 옥션, 갤러리는 좋은 위치에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정비가 높은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이미 지출한 인테리어 비용과 높은 임대료는 치명적이다. 작품이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좋은 건물을 임차하고 인테리어에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최악의 시기가 오면 어떻게든 유지라도 하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주면서 작품을 판다. 지금부터 1~2년 동안이 아마도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럼 이 시기에 우리는 어떤 작품을 사야 할까? 불황에는 무엇을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가 특히 중요해진다. 필자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서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던 낙찰율 70% 이상의 작가에만 주목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크다. 또한 신진작가 작품 한점 구매할 자금으로 유명작가 작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한 것도 미술시장에 힘든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미술시장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작년 초, 2019년부터 분명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었고 나는 여기서 미술품공동구매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020년, 마침내 좋은 작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불황이라는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주식과 부동산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 번쯤 작품을 사는데 눈을 돌려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여러분도 그동안 부자만이 누리던 미술품 투자의 매력에 한껏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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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JAE-WOOK KI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를 취득,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금융맨으로 일하며 아트펀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직접 관련 시장 경험을 위해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가치는 명확히 알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비싼 그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소유권을 갖는 벤처기업 (주)열매컴퍼니를 2016년 창업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투자 모집 7분 만에 구매 완료된 첫 번째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황염수, 문봉선, 도상봉, 김종학 화백 등의 작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오페라갤러리 한국 디렉터를 겸임 중이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위원 및 연세대학교 미술품 투자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