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프린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해상도 촬영을 하여 프린팅한 디지털프린트 판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프린트 판화는 아트상품이지 판화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Only One'이 아닌 판화도 투자목적으로 적합할까?
미술계에 뛰어든 금융맨, 김재욱의 성공적인 아트 테크 포트폴리오 전략
미술품에는 다양한 형식이 존재한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등등. 이번에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판화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작품이 ‘세상에 단 하나(Only One)’라는 속성을 가진다고 한다면 아마도 판화는 작품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가나 작가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한 곳에서 원작과 똑같이, 또는 유사하게 제작하여 한정판 에디션으로 인정한 것을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판화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석판화, 동판화, 목판화 등등 다양한 형태의 판화가 오래 전부터 제작되어 왔고, 최근에는 디지털프린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해상도 촬영을 하여 프린팅한 디지털프린트 판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프린트 판화는 아트상품이지 판화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Only One”이 아닌 판화도 투자목적으로 적합할까?
이우환 화백을 좋아하는 나는 그 분의 판화를 컬렉팅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환기, 권옥연, 최영림, 이대원 같은 대가 분들의 판화도 소장하고 있지만, 투자 목적으로는 주로 이우환 화백에 집중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판화는 이우환 화백의 석판화 ‘기항지1’과 ‘기항지2’ 이다. 두 작품 모두 1991년에 제작된 판화로 50개의 에디션으로 되어 있다. 이 판화들은 경기도미술관의 2016년 첫 전시였던 일본 판화전에 소개된 작품으로 ‘기항지1’의 경우 당시 일본 판화전에 대한 기사의 메인 이미지로도 사용되었다. 1년 전쯤 친분이 두터운 갤러리 대표님께서 이우환 화백의 좋은 판화를 여러 점 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연락을 주셔서 그 중 두 점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구입가격은 각각 3백만원 초중반 정도, 에디션 넘버를 고려해서 같은 판화가 옥션에서 낙찰되는 금액과 수수료를 고려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참고로 판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앞 번호, 또는 의미가 있는 번호가 동일 작품의 판화 중에서도 가격이 높게 형성이 된다. 아무래도 여러 번 찍어내는 판화다 보니 먼저 찍는 것이 더 정성을 기울여서 찍어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여튼, 이 작품들의 경우 에디션 넘버도 앞 부분이고 무엇보다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꼭 들었다. 특히 ‘기항지1’은 내 방 테이블 위에 걸어 두고 아침마다 감상하곤 하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알 수 없는 힘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들은 현재 옥션 추정가가 600~800만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최근 아트앤가이드에서 운영하는 라운지에 방문한 고객들도 550~600만원에 구입의사를 표시해 왔다. 사실 고민은 됬지만, 워낙에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라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난 이 작품들을 구입한 지 고작 1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100%에 가까운 미실현 투자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작품을 인테리어로 충분히 감상하고 즐기면서 동시에 투자 목적까지 달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화는 원화보다 투자가치가 낮다고 생각한다. 원화의 상승률을 판화가 제대로 쫓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 작가의 판화는 판화만으로도 충분한 수익률을 거둘 수가 있다. 국내 작가로는 이우환, 박서보, 해외 작가로는 카우스, 제프쿤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판화는 원화를 소장하고 싶은 이의 마음을 일부 충족시켜주면서도 동시에 투자목적으로도 적합하다. 다만, 이들의 판화를 구매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해외 작가 판화의 경우 관세와 부가세(VAT)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관세와 부가세(VAT)가 비과세되지만 에디션 넘버가 많은 일부 판화에 대해서는 관세와 부가세가 적용된다. 대게 제프쿤스 같은 작가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세금은 어느 자산에 투자하건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유명작가의 판화를 통해 원화를 구매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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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JAE-WOOK KI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를 취득,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금융맨으로 일하며 아트펀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직접 관련 시장 경험을 위해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가치는 명확히 알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비싼 그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소유권을 갖는 벤처기업 (주)열매컴퍼니를 2016년 창업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투자 모집 7분 만에 구매 완료된 첫 번째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황염수, 문봉선, 도상봉, 김종학 화백 등의 작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오페라갤러리 한국 디렉터를 겸임 중이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위원 및 연세대학교 미술품 투자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