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유채, 종이에 수채, 종이에 목탄이나 팬, 연습장에 펜 등 소재에 따라 작품 가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주제나 등장하는 대상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형태나 색감 등까지, 작품마다 세부적인 차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작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술계에 뛰어든 금융맨, 김재욱의 성공적인 아트 테크 포트폴리오 전략

김환기 '산월', 1963. 종이에 과슈. 19 x 27.3 cm
김환기 '산월', 1963. 종이에 과슈. 19 x 27.3 cm
김환기 '운월', 1963. 캔버스에 유채. 193 x 129 cm
김환기 '운월', 1963. 캔버스에 유채. 193 x 129 cm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 활동을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가 결코 특정 소재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작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주로 캔버스 작업을 하는 작가, 예를 들면 김환기,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이 다른 소재에 비하여 비싸다. 종이에 유채, 종이에 수채, 종이에 목탄이나 펜, 연습장에 펜, 기타 소재 등의 순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소재에 따라서 작품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작업 당시 소재의 가격과 보존 문제 때문일 것이다.
일단 캔버스는 종이나 연습장에 비하여 비싸지만 대신 보존에 있어 우월하다. 김환기 화백이나 이우환 화백이 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코팅이 된 캔버스는 종이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림을 그린 물감도 오일이 섞인 유채가 물을 섞어서 쓰는 수채보다 변색이 잘 안되고 보존에 용이하지만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많은 작가들이 캔버스에 유채로 그리기 전에 유사한 이미지를 종이에 펜이나 종이에 수채로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 ‘운월(1963년작)'도 캔버스에 유채로 그리기 전에 종이에 불투명수채인 과슈로 유사한 이미지로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작품은 사이즈 면에서 크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호당 가격을 계산했을 때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운월’과 종이에 과슈로 그린 ‘산월’은 크게 차이가 발생한다.

Bernard Buffet 'Tete rousse', 1967. Huile sur toile. 130 x 97 cm © ADAGP / image: Musee Bernard Buffet
Bernard Buffet 'Tete rousse', 1967. Huile sur toile. 130 x 97 cm © ADAGP / image: Musee Bernard Buffet
Bernard Buffet 'Clown militaire', 1998. Huile sur toile. 130 x 89 cm © ADAGP / image: Musee Bernard Buffet
Bernard Buffet 'Clown militaire', 1998. Huile sur toile. 130 x 89 cm © ADAGP / image: Musee Bernard Buffet

작품의 가격에는 소재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주제나 등장하는 대상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가람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전시가 끝난 베르나르 뷔페를 예로 들어보면,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에는 다양한 주제나 대상 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광대가 등장하는 작품이 호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베르나르 뷔페가 했던 말 중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마도 광대가 아닐까 싶다.”라는 말이 유명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광대를 그린 모습에서 그의 작품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곡된 형태, 거칠고 날카로운 선묘, 공허한 눈빛이 그 어떤 주제나 대상보다 광대를 표현하는데 적합했다.
이러한 차이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샤갈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신부, 꽃, 서커스, 김환기 화백 작품의 매화, 백자, 새, 한국의 1세대 서양화가 도상봉 화백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백자와 라일락 등은 작가 스스로가 대상에 큰 의미를 부여했거나 컬렉터 들이 특히 선호하는 이미지로 다른 주제나 대상이 등장하는 작품과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모습은 추상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추상화가들은 자신만의 전형적인 형태나 선호하는 색감이 존재하는데 작품에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작품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였던 유영국 화백의 산이 그만의 전형적인 형태로 그려졌는지, 김환기 화백의 작품에 컬렉터 들이 선호하는 ‘환기블루’가 등장했는지에 따라 작품 가격은 차이가 나곤 한다.
이렇게 작품은 소재와 내용, 형태, 색감 등에 따라서 가격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투자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 전 시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작가의 변화하는 스타일에 따라 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작품마다 세부적인 차이에 따라 설정한 가격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작가의 동일 연도, 동일 크기 작품 사이에서도 충분히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구매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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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JAE-WOOK KI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를 취득,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금융맨으로 일하며 아트펀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직접 관련 시장 경험을 위해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가치는 명확히 알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비싼 그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소유권을 갖는 벤처기업 (주)열매컴퍼니를 2016년 창업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투자 모집 7분 만에 구매 완료된 첫 번째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황염수, 문봉선, 도상봉, 김종학 화백 등의 작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오페라갤러리 한국 디렉터를 겸임 중이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위원 및 연세대학교 미술품 투자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