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이정록 작가의 100호(120*160) 사이즈 사진 작품 'Tree of Life #1-1(2009)'를 구매했다. 이 작품을 구매하면서 나는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을까? 이정록 작가의 작품은 몇 년전 키아프(KIAF)에서 처음 본 이후로 약 2~3년 만에 처음 봤다. 당시 눈여겨 보기는 했지만,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꽤 높았다. 공동구매를 위해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찾아 갤러리를 돌아다니던 중 몽환적인 하늘빛이 너무도 아름다운 사진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나는 회화에 비하여 사진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우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이 작품에 이상하게도 끌렸다. 작품을 사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작품과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함께 구입한 이우환 화백의 작품보다도 더 좋았다.

미술계에 뛰어든 금융맨, 김재욱의 성공적인 아트 테크 포트폴리오 전략

플래시의 순간광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필름 위에 형상을 새기는 기법을 활용하는 이정록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 '빛'을 컨트롤하는데 무려 4년이 넘는 시간을 일궜다. 한 장소에서 기본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최소 일주일 가량 품을 들인다.
플래시의 순간광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필름 위에 형상을 새기는 기법을 활용하는 이정록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 '빛'을 컨트롤하는데 무려 4년이 넘는 시간을 일궜다. 한 장소에서 기본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최소 일주일 가량 품을 들인다.

작품의 금액대가 있는 만큼 주관적인 감정은 제쳐두고 우선 이정록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떤 작업을 주로 했는지, 소장처가 어디인지 등등,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젊은 작가라면 어느날 갑자기 생계로 인해 붓을 꺽는 경우도 있고 미투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주식의 상장폐지가 되는 것처럼 작품 가격이 폭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거래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확인한 이후 옥션 거래 기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K옥션, 서울옥션 같은 국내 옥션부터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해외옥션, 아트넷까지 검색한 결과 영국 3대 옥션 중 하나인 필립스(Phillips)에서 2건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하려는 작품과 같은 크기 작품 'Tree of Life #1(2007)'이 2017년 5월 경매에서 22,500파운드, 한화 약 3,300만원(수수료 포함 약 3,800만원)에 낙찰된 기록이 있었고, 최근 같은 크기의 'Tree of Life 5-4-8(2013)'이 8,750파운드, 한화 약 1,300만원(수수료 포함 약 1,500만원)에 낙찰되었다. 같은 작가, 같은 크기지만 작업 연도에 따라 가격 차이는 크게 생길 수 있다.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하려는 작품은 2007년과 2013년 사이에 위치한 작업이었고,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약간 특이하긴 했지만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참고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KIAF에서 이정록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알아본 결과 갤러리가 제시한 금액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결국 나는 첫 눈에 반한 이 작품을 내가 원하는 가격에 집에 걸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아주 강한 구매 욕구를 느낀다. 나름 꽤 많은 작품을 산 나도 그런 감정에서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충동 구매한 작품은 대부분 후회하게 된다. 주식투자를 할 때 옆에서 좋다고 하면 사는 ‘묻지마 투자’와 꼭 같다. 나만의 컬렉팅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작품을 어떤 목적으로 사는지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것' 이다. 향유가 우선인지 투자가 우선인지, 먼저 이 작품을 사는 목적을 결정하고 나면 작품 구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생긴다. 향유가 목적이면 얼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큰 고민 없이 사는 것이고, 투자가 우선이라면 주관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철저한 분석을 해야한다. 과연 나는 개인적인 만족과 인테리어를 위해 얼마까지 작품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아주 주관적이니 여러분에게 맡기기로 하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향유도 원하지만 투자가 주 목적인 경우 어떻게 분석을 해야할지 블루칩 작가를 중심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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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JAE-WOOK KI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를 취득,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금융맨으로 일하며 아트펀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직접 관련 시장 경험을 위해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가치는 명확히 알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비싼 그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소유권을 갖는 벤처기업 (주)열매컴퍼니를 2016년 창업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투자 모집 7분 만에 구매 완료된 첫 번째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황염수, 문봉선, 도상봉, 김종학 화백 등의 작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오페라갤러리 한국 디렉터를 겸임 중이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위원 및 연세대학교 미술품 투자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