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한 시선과 그들의 억압된 감정에서 출발한 김대현 작가의 작업은 신화 속 아이콘과 사회적 오브제를 한 데 모은 대형 서사 작업으로 확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직접적이고 선정적이던 표현은 은유적으로 변화했고, 도자, 시멘트, 섬유 등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넘나들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기 작가로 이제 십 여회 남짓한 전시들을 열며 독보적인 조형언어를 이야기하는 작가 김대현에 관한 이야기다.
GAY or GalAxY
김대현 작가의 첫 개인전 <GalAxY messiah 2017>.
벽 전체를 다양한 도자 오브제로 채워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 작품이다.
조형예술과 내 공예 관련 여러 세분된 분야가 있었을텐데요. 어떤 계기로 지금의 조형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소개해 주세요.
조형예술과 특성 상 여러 매체들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는데, 원래 사물의 구조 나 형태, 물성을 다루는 것에 흥미가 많았어요. 여러가지 재료들로 작업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슬립캐스팅’을 접할 기회가 있었죠. 제 작업의 성격 중 여러 형태를 반복하고, 변형하거나 재조합 하는 과정들과 잘 부합된다고 느껴 전문사에 들어와서는 적극적으로 슬립캐스팅을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공예 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순수한 시각적 만족감을 전달하고, 관객들의 삶에 밀접한 형태와 방식으로 침투 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어요.
2015년 전문사 졸업 뒤 현대도예공모전에 특선으로 오르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공모전에는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들려주세요.
현대도예공모전에 출품된 작업은 ‘Pockets of water(situation fixing)’ 이에요. 보기에 따라서는 다수의 제 작업과 결이 조금 다르다 생각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기 작업스타일과 현재의 작업스타일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고 봐요. 매달려 있는 액체가 가득 담긴 봉지의 형태에서 시작해서, 결국에는 그 형태가 역전된 상태로 마무리된 작업인데,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볼륨감과 깊게 패이는 주름들이 저는 뭔가 섹슈얼하게 느껴졌어요. 힙(hip)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다소 직설적인 표현들과는 다른 은유나 비유적인 전달법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나온 작업이었어요. 주변에서 흥미롭게 보는 반응이 많아서 출품하게 되었고 특선이라는 성과를 얻었어요.
2010년 전인 초기 작업은 ‘Pilot’, ‘Waterfalls’ 와 같은 믹스미디어 작업을 했어요. 어떤 계기로 이러한 작업을 이어나갔는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초기의 작업들은 남성에 대한 관음적 시선들에 대한 작업들이예요. 그 중에서도 특히 게이 커뮤니티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모습으로 그 본질과 상관없이 단순히 코스튬 되어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남성 이미지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 당시엔 개인적으로 저의 성정체성과 관련해 다소 억압된 감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표현이나 매체에 제약을 두지않고 자유롭게 이미지들을 구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컸던 시기였는데, 그런 점들이 작업에 많이 작용한거 같아요. 제 안에 있는 갖가지 판타지들로 가득한 풍경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특히 ‘Waterfalls’를 포함하고 있는 ‘Glitter Landscape’ 설치 과정은 차고(garage) 공간을 활용해서 매일매일 작업이 업그레이드 되는 프로젝트 였어요. 낮부터 밤까지는 공간을 오픈하고, 새벽엔 차고 셔터를 내린 뒤 설치 작업을 하고, 다음날 다시 공개하는 식의 반복이었어죠. 약 한달 간의 일정이었어요. 앞뒤로 길쭉한 형태의 공간이었는데 입구에서의 시점을 뷰포인트로 잡고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도록 배치했어요. 차고이긴 하지만 통행로에 완전 노출된 공간이었죠. 무심코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저의 판타지 세계로 초대하는 ‘갑작스런 이벤트’ 같은 거랄까. 워낙 불빛들도 많고 색도 화려해 실제로 우연히 지나던 많은 분들이 호기심에 들어와 관람을 했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결국에는 작업들이 계속 추가되고, 벽면, 바닥, 조명 등 공간의 다양한 부분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설치라는 작업 방식에 흥미를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이후 ‘Pilot’ 나 ‘Fire Fighter’ 같은 작업들은 이전과 흐름을 같이 하지만 설치에서 분리된 독립적인 형식으로 진행해본 작업들이에요.
“2009년 ‘Doll statue’ 연작들도 작은 피규어 소품들이라는 점에서는 일관되지만 적극적인 행위(자)들을 의미하는 ‘Pilot’, ‘Fire Fighter’, ‘Sprinter’, ‘Fishing’, ‘Dangle’ 작업들이 등장하는데 자유로운 개별 정체성들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고 있는 느낌이다. 빛나는 별들처럼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오롯이 존립할 수 있는 그런 행위, 존재들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_전시기획자/독립 큐레이터 민병직
경찰관, 소방관, 해안경비대, 운동선수들, 이 대상들은 이미 게이커뮤니티에서 성적 대상으로써 어느정도 정형화 되어있는 것들 이지만, 그러기에 또한 보편성을 획득하기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섹스어필’ 이 유효하고요. 발기된 그들의 성기와 달리 감정이 제거된 듯, 되려 무감각해 보이는 표정들, 인간과 인형 사이,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 어딘가 존재할 듯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작업 속 욕망의 존재들은 아름다운 남성 신체에 대한 동경, 특정 직업군(혹은 제복) 들에 대한 집착이나 성적판타지에 대한 작업이예요. 영화, 광고, 잡지, 대표적으로는 포르노그라피 등, 각종 매체들을 통해 사회(특히 게이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남성 캐릭터(Gay icon) 를 유머러스 하게 변주한 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
작품내에서 성기노출도 많고 표현들이 다소 과감하긴 하지만, 외설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어요. 저도 그런 인상을 피해가기 위해 신경을 쓰기도 했구요. 작업 사이즈를 작거나, 너무 크지 않게 한다던가, 디테일은 가지고 있되 너무 리얼해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인형(doll)이나 피겨들이 갖는 특징들을 수용해가며 이미지를 순화 시켰어요.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사춘기 소년의 발칙한 상상력 같다”거나 “남성으로 치환된 바비(barbie)같다”는 평이 기억에 남아요. 어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지점들도 존재하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고마웠어요.
이후 작업들은 믹스 미디어에서 벗어나 도자라는 물성을 강조한, 세라믹 작업에 집중한 느낌이에요. 작업이 다양한 스타일을 갖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원래 작업스타일을 굳이 정해진 방향으로 규정하려 하진 않는 편이예요.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한 작업들을 진행해오다 도자캐스팅을 접하게 되고, 그 일련의 과정들에서 많은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형태를 반복시키거나 재조합 할 때 다른 재료들에 비해 저에게는 수월했다는 점이나, 흡습률을 이용한 석고캐스팅의 특성을 활용해 저의 제스쳐를 컬러를 이용해 형태에 픽스 시킬 수 있었다거나, 수축률을 조정해 같은 형태를 좀더 풍부하게 화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었죠. 단점도 있지만 장점 또한 많은 재료라고 생각해 그 후로는 세라믹 작업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초기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 대형 벽화 작업 같은 설치 작업으로 최근에 변화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의 작업의 목적은 완성된 서사에 대한 시각적 구현이나, 명확한 메시지의 전달에 머물기 보다 오히려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 다의적인 의미효과들을 반복, 확장시키고, 각각의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의도적으로 가로지르며, 좀 더 다층적인 효과들을 유도하기 위한 ‘의미의 구멍’들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요. 최근의 작업들은 사물이나 개체가 가지는 상징이나 의미, 형태가 주는 이미지들을 모아 하나의 풍경이나 화면으로 구성하는 작업들 인데요. 관습화 된 상징적 의미(욕망과 금기, 가학성과 피가학성, 고통과 희생, 구원, 신성화 등)를 수용하면서도 깨뜨리는게 작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실 전체를 아우르는 ‘포멧’이 있을뿐, 그 작업만을 위해 완벽히 짜여진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죠. 오히려 어떤 ‘단서’들이 무수히 뿌려진 상태라 보시는게 맞을꺼 같아요. 일종의 이미지를 이용한 추리게임 같기도 하죠.
‘가든’ ‘Floor Zero (o)’ ‘GalAxY messiah ‘ 시리즈 작은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매세지를 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GalAxY messiah 는 지금의 작업 스타일이나 접근방식이 처음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Galaxy & Gay’ messiah(구세주, 구원자) 의 출현 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설정해 구현해 본 작업인데, 제목의 ‘GalAxY’ 는 ‘은하계’라는 뜻과 스펠링 안에 대문자로 표기 된 ‘G A Y’ 둘 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원래도 신경 쓰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때부터 작업의 제목이 약간의 언어유희적 성격을 띄고 작업과도 더욱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요, 단선적이지 않은 다층적 의미표현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작업에 대한 접근방식은 자칫 방향성의 상실을 가져오기도 하거든요. 제목은 그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장치로써 작동해요. 각각의 ‘제목’은 구성된 화면 속에 끝없이 뻗어있는 의미의 망을 설명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에 대한 서사적 길잡이로서 역할을 하게 되죠. Floor Zero(0)’는 말 그대로 ‘0층’ 이라는 의미로써, 어떠한 경계에도 놓여있지 않은 공간을 구성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작업이예요. 화면 안에는 갖가지 도상들과 다양한 형태들이 혼재해 있으면서도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배치 되어있는데요. 하나의 커다란 화면으로 이루어져있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 또 몇 가지 분할된 화면들을 가지고 있는 피카레스크 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각의 화면들은 분리 되 있는듯 하면서도 이어져있고, 이어져 있으면서도 나뉘어 있는데, 큰 갈래로는 부활, 죽음, 내세(來世)의 이미지들을 담고 있어요.
초기의 섹슈얼적인 조형 요소들이 좀 더 세련되게,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작가에게 이런 요소들은 중요한 작업 포인트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네. 그런 표현들과 의미효과들이 모여 또 다른 연상작용들을 낳는게 작업의 중요한 지점이예요.
도자 외에 목재, 금속, 레진 등 다양한 분야와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소재나 제작 방식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작업의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세라믹 설치작업들은 제목이나 큰 그림이 먼저 나오고, 그걸 위한 전체드로잉이 그려져요. 그리고 그걸 위한 적당한 형태나 대상, 개체들이 정해지죠. 그리고 캐스팅 과정을 거치고, 각각에 대한 세부적인 표현들은 캐스팅된 개체들을 재조합 하는 작업과정에서 심화되요. 그리고 작업피스들이 다 준비되고 나면 바닥에 가설치 하여 이미지가 제대로 완성되었는지 체크하고 벽면에 설치하게 되죠. 상황이 여의치 않을땐 각 개체들에 대한 개별촬영컷을 이용해 간단한 컴퓨터 작업으로 예상해보기도 하지만 워낙 형태들이 다채롭고 다각적이어서 실재 설치에서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바닥면 에서 확인해 보는 편이예요. 그 외의 작업들은 각각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면 최근 진행 한 설치작업에서는 ‘LOVE ME Hard’ 라는 문장이 제일 먼저 결정됐어요. 그 문장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이 생겨나고 그걸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재료들을 고민했죠. ‘Hard’ 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반영 될 수 있는 재료와 아이러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고 둘은 부딪치면서도 형태적으로 통일감을 가져야 했으며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어요. 결국 투명 아크릴 마네킨과 파이프, 스텐리스 파이프가 결정되었고, 투명한 재질에 효과적으로 텍스트를 융합 할 방법으로 네온사인이 정해졌어요.
‘정원’ 시리즈를 보면 벽 면 전체에 서사를 담으려는 의도가 느껴져요. 전시 공간을 채울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하는 편인가요.
‘정원’작업은 계단을 포함한 공간이면서도 관람객들의 유동이 많은 출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었어요.비정형의 벽면을 가지고 있었고 채광창이 나 있었는데요. 계단의 형태들을 활용하면서 공간과의 밸런스를 맞추고 일정한 규칙과 배열을 가지고 있지만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조금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설치되었어요. 동선을 고려해 전면으로 과감하게 돌출되는 형태들은 상단으로 조정됐어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공간의 특수성이나 컨디션에 따라 재조율 되기도 하지요. 채광창 또한 일부러 컨트롤하려 하지 않고 조명 대신 자연광만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어요. ‘정원’ 이라는 작업 성격과도 잘 맞는다 느껴지기도 했구요. 앞서도 설명 했듯 사실 완벽히 짜여진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화면을 관통하는 큰 축이 존재하죠.
메두사의 머리와 토르소 등 서양의 신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이코닉한 도자 오브제들이 눈에 띄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작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부탁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유적이나 신화, 종교, 그 안에서 보여지는 상징적 의미나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고 또 거기서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오기도 하는데요, 작업 안에서 그것들은 본래의 의미나 이야기들을 포함하면서도 다른 여러 요소들로 인해 미끄러지고 확장되요. 모든 것들을 짚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략적으로 꼽아보자면, 백합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순결의 상징이자,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하며 건넸던 꽃이며, 제우스가 몰래 헤라의 젖을 헤라클레스에게 물리다 놀란 헤라가 땅에 흘린 젖에서 피어난 꽃.참고로 헤라클레스는 동성애 일화를 가지고 있는 영웅캐릭터예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의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선택적으로 가져오는 방식 이예요. 더하자면 밧줄이 여기저기 꽂혀 가학성과 피가학성을 떠올리게 하는 남성 토르소는 이유는 정확치 않으나 gay들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성 세바스찬’을 연상케 하고자 선택된 소재 이죠. 물론 이것으로 단순히 성 소수자를 대표하는 한 인물을 내세워 작동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예요. 오히려 어떠한 단서나 유사 이미지로만 남아 주변에 배치된 다른 형태들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가 생산되길 유도한다고 볼 수 있어요. 단순히 기본형으로 보이는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 원기둥의 형태도 힌두사원에서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링가(linga)에서 착안된 거예요. 뱀의 형상들 또한 선악과를 따먹게 한 욕망과 사탄의 상징임과 동시에 힌두교에서는 비슈누가 아난타 라는 뱀의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우주의 꿈을 꾸죠. 그중 에서도 방울뱀은 외형적으로 독사의 대표적인 두상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분명히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에 선택되었고, 코브라의 형상은 아난타가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코브라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이집트 에서는 태양, 신성, 내세 의 삶 등 여러의미를 갖기에 선택되었어요.
색채나 표현 방식도 백자를 기본 골조로 다양한 색을 융합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채색이 과하지 않는, 절제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의도한 측면이 있나요?
제 작업은 기본적으로 벽면에 설치되는 방식인데요, 저는 설치된 오브제들이 벽면과도 일종의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랬어요. 어떤 것들은 설치면과 동일한 화이트로 제작되어 완전히 밀착되고 어떤 개체들은 과감한 컬러로 설치면에서 분리 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부분적으로 컬러가 표현된 그 중간 지점도요. 그런 요소들이 모여서 화면을 밸런스 있게 맞춰내요. 어찌 보면 개체들이 점점 드러나는 것 같기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컬러들은 형태 내에서 대체로 흘러내리거나 회전하는 등 어떤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데 다각적인 설치 구도로 인해 그 방향성들이 역전되거나 변경되어 효과적인 지점들을 만들어내죠.
Salon ARTERTAIN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아마도 그간 진행했던 전시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전시였을 것 같은데요. 작가 김대현의 어떤 작업과 이야기를 담고자 했는지, 전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첫 개인전이라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저의 작업적 성격을 구축하는데 굉장히 의미 깊은 전시라 할 수 있어요. 커다란 이야기 속에 작은 단편들이 존재하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이 처음 시도된 전시예요. 전시 내 ‘Visitor’, ‘축배’‘Sacrifice’, ‘Heart’, 이 네개의 작업은 ‘미지의 존재의 방문’ 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방문’,’축하연’,’희생 된 제물’,’새로운 존재의 탄생(혹은 부활)’, 이라는 순으로 구성된 일종의 시리즈 작업이죠. 이러한 방식은 Floor Zero(0) 작업에서 커다란 화면 안에서 여러 개의 장면을 갖는 방식으로 또 활용되요. 개인전 GalAxY Messiah 는 저의 작업의 방향성과 관심사들을 확장시키며 작가로써 첫 발걸음을 내딛는 동시에,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영감을 받거나 현재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디자이너,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니쉬 카푸어,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피에르 엣 질, 조지 플랫 린스, 등의 작가들을 좋아해요.
김대현 작가의 첫 개인전 <GalAxY messiah 2017> 설치전경
연희 세라믹 아트 페스티벌이나 천변 아트페어 등을 통해 대중들과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기회들을 가져왔어요. 실재 경험은 어땠는지, 작업에 대한 리뷰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들은 무엇이었나요?
설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써 페어 라는 형식은 제 작업을 온전히 보여 드릴순 없지만, 그래도 컴팩트 해진 구성으로 관객들이나 컬렉터분들에게 좀 더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작은 사이즈로 재구성 된 모습들을 보고 원래의 작업들에 대해서도 많이들 궁금해 하시구요. 미술품 구매에 대한 부담과 벽을 낮춰 보자는 취지의 페어들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다른 작가분 들의 제안들을 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그리고 실제 구매로도 이어져서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죠. 더 다양한 구성들과 다른 형식들의 시도들 또한 보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출품한 작업 수가 많진 않았어서 아쉬어들 하셨어요.
작품 판매 또한 작가 입장에서는 주요한 부분일 텐데요. 그간 판매된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상적인 ‘콜렉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 작업을 좋아해 주고, 나아가 소장까지 해주신 분들은 다 소중한 콜렉터 분들이죠. Vostok에서의 ‘연희 아트페어’를 통해 연결 된 분, Salon ARTERTAIN에서 개인전과 ‘연희 세라믹 아트페스티벌’을 통해 인연이 된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지난 1년 간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활동하며 가장 좋았던 점, 작업에 있어 큰 동력이 되었다면 어떤 점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신당창작 아케이트 라는 공간 자체가 여러 분야의 작가분 들이 입주해 있는 레지던시라 다양한 작업 과정들과 작가분들과의 여러 교류들로 인해 더욱 풍부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들 이라면 입주기간내에 AG(안국약품)신진작가 공모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것과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1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 된’ Quantum leap’ 라는 대규모 기획전을 통해 좀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다수의 관람객들에게 제 작업을 소개할 수 있었던 일을 꼽고 싶어요. 앞으로의 작가생활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김대현 작가의 작업 스타일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작업을 하는 이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간단히 정의해 보자면 제 작업은 ‘비유의 수사학’ 이라 할 수 있을꺼 같네요. 은유나 비유, 상징들을 가지고 새로운 의미의 망을 짜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변화와 수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내 작업의 목적은 완성된 서사에 대한 시각적 구현이나, 명확한 메시지의 전달에 머물기 보다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 다의적인 의미효과들을 반복, 확장시키고, 각각의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의도적으로 가로지르며, 좀 더 다층적인 효과들을 유도하기 위한 ‘의미의 구멍들'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 _김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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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김대현 – ARTMINING, SEOUL, 2020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DAE-HYU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