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영문학과 영화를 전공하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던 청년은 작업에 지친 어느 날, 한 친구의 권유로 콜라주(collage)’라는 장르와 만났다. 유화의 한 부분에 신문지나 벽지, 악보 등 인쇄물을 풀로 붙이는 시각표현예술에 흥미를 느낀 그는 세상의 컬러 중에서도 유독 노란색(yellow)’에 탐닉하며, 세계적인 브랜드와 다양한 컬라보레이션을 써내려가고 있다.

WRITE 박나리(매거진 아트마인 콘텐츠 디렉터)  ALL RESOURCES 스튜디오 파런테즈, 뮤트뮤즈

“제 작품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하지만 어떤 날들을 좀 환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_B.D.Graft, artist

수치적으로 완벽한 여름이 되었음을 알리는 6. 첫 번째 월요일인 3일의 하늘은 유달리 맑고 쨍했다. 따뜻하고 밝은 해의 이미지, 말갛고 둥근 해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자신 만의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비..크라프트(B.D.Graft)를 만나러 가는 길은 딱 그의 작품이 연상되는 풍경이었다.

편집의 시대라 불리는 디지털 시대. 작가는 누렇게 변색된 헌책에서 뜯어낸 피카소의 그림이나 빈티지 엽서 위에 독특한 형태로 오린 노란 종이 조각을 붙인 콜라주 작업으로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이끈 작가다.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품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다. ‘Add Yellow’ 프로젝트(@addyellow)를 진행 중인 그는 80k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이끄는 동시대 주목 받는 젊은 비주얼 아티스트다. “내가 무언가를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의 소유인지 판가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한가?” 작가가 수년 간 던져온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SNS에서 서로의 게시물을 리포스팅하고 큐레이션하면서 머릿속 한편에 떠오르는 의문이기도 하다.

패션브랜드 뮤트뮤즈(MUTEMUSE)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한국을 방한한 그는 731일까지 성수동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다. <THE ART OF YELLOW>에서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73점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일찌감치 오프닝날 23점이 판매될 만큼 관심이 뜨겁다. “모두 오리지널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작품이 많은 이들과 함께하길 바라 가격이 높게 책정되지 않은 것이 흥행 요인이라는 것이 전시를 기획한 스튜디오 파렌테즈의 설명이다. 선명한 노란 도형들을 오래된 고서나 유명 사진 위에 툭툭 얹어 재창조한 콜라주 작품들은 대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은 작가가 뮤트뮤즈만을 위해 창작한 세 점의 신작이다. 수십 명의 군중이 운집한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 위로 각각 노란색 아크릴을 덧입힌 작품 ‘Crowd’. 군중 속에 있을 때 익명의 자유를 느끼지만, 반면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는 현대인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대중들이 각각의 인물에 시선을 두지 않는 것과 달리, 작가는 군중 속 개개인을 들여다보고 일일이 얼굴 위로 노란색 콜라주 작업을 펼친 점이 흥미롭다. 옛 예술인명사전에서 뜯어낸 이미지를 종종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Mein Kampf(나의 투쟁)>을 가지고 한 ‘Biographies’ 시리즈가 돋보인다. 실재 독일 출인이기도 한 작가는 히틀러의 자서전은 단지 책일 뿐이고, 그 책에 어떤 종류의 존경심, 파워, 오라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기사를 통해 암스테르담의 한 서점에서 그 책을 구한 뒤 그것을 수중에 넣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추악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일은 해볼만 하지 않나? 증오로 가득한 히틀러의 말들을 무장해제하기 위해서라도.”

옐로 콜라주외에 식물은 비디 크래프트의 작업의 주요 소재다. 테라코타 화병이 연상되는 오브제, 몬테라스, 야자수 등을 유화 파스텔과 아크릴로 그린 작가의 회화는 마치 어린 아이의 작품처럼 서툴고 미숙하지만, 제도권에서 교육받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만이 그릴 수 있는 날 것의 감성이 베인다. ‘식물(Plants)’ 시리즈는 전시 오프닝날 일찌감치 판매될 정도로 인기였는데, “식물의 역동적인 에너지, 자연미에서 많은 이들이 치유받길 바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신작 3점은 작가가 뮤트뮤즈만을 위해 창작한 컬래버레이션 아트워크로, 이번 전시를 기념해 출시한 콜라주 옐로우(Collage Yellow)’ 컬러의 아뮤즈 백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날 수 있다. 마치 두툼한 소설책이 연상되는 직사각형 형태의 노란색 백으로 비디 그래프트의 작품 패턴을 활용한 아티스트 스트랩을 선택해 취향에 맞는 나만의 아트 백을 소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시장 한 켠에서 10분 간의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인 작가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문에 꾸밈없이 솔직한 작업관을 들려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세월호를 통해 각인된, ‘노란색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그가 노란색에 대해 설명한 마지막 말은 그의 작품이 자칫 가볍고 자기 복제라는 시선을 거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5
년 전 한국에서 일어난 슬프고 마음 아픈 사건을 잘 알고 있다. 노란색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서에 대해서도. 슬픔과 참사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그 속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미래를 찾았으면 한다. 그리움과 위로의 색, 밝고 희망적인 매세지(very hopeful massage)를 담은 색으로.”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619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
일시 2019
62~731
문의 070-7720-9915

 

좌측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으로 작업한 신작 꼴라주가 놓여있다
좌측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으로 작업한 신작 꼴라주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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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