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일깨우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사진기'는 렌즈 앞에 놓인 대상의 상하좌우를 뒤바꿔 보여준다. 새로운 시선의 탄생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이명호 작가가 있다.
근본 혹은 근원을 깨우치는 일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져온 이명호 작가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 50돌을 맞아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사진작가로서 '문화재'라는 역사적 대상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고민한 그는, 문화재와 사진예술과 인문학과 철학을 결합시킨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11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역사가 있는 풍경>이다.
지난 9월 말 국보 1호인 '숭례문'에서 시작되어 '울릉도-독도', '광화문'을 거쳐 '경복궁'에 이른 프로젝트 <역사가 있는 풍경>의 중심은 사진술의 원리에서 가져온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이나 상자 한쪽 면에 난 작은 구멍으로 빛이 통과될 때 반대쪽 면에 외부 풍경이나 형태가 거꾸로 나타나는 현상을 기계장치로 만든 것이다. 이명호 작가가 사진기 내부를 형상화해 만든 공간은, 가로 6m, 세로 3m 크기의 '어두운 암실'로, 이 공간에 들어가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행위로 이끈다. 관람객들은 이 공간에서 오늘날의 경복궁 풍경을 보게 되는데, 과거와는 다르게 무수히 흘러가는 차량들, 각양각색 사람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시차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굳건히 서있는 경복궁이라는 '문화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고 지켜주는 '역사'와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환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명호 작가는 단순히 문화재를 '보는 방식'을 넘어서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하기를 바랐다.
이 방에서 참여자들은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각자 나름대로의 사진과 영상을 찍거나, 렌즈 구조물 내부 유리판에 맺친 형태를 따라 문화재를 직접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참여'의 행위가 또 여기에서 일어난다. 멀리 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 '나'라는 사람이 개입되는 시간을 만드는 것, 이 행위가 바로 이명호 작가가 사진예술로 지속해온 '예술 행위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맥락을 갖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프로젝트에 이어 이명호 작가의 상징적 작업인 'Tree' 시리즈, 'Nothing But' 시리즈 등의 방식과 개념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가치와 기능에 접목한 <역사적 풍경>전을 2020년에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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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 이명호 – ARTMINING, SEOUL, 2019
PHOTO © ARTMINING – magazine ARTMINE / 국립문화재연구소, 이명호